안전, 의무이자 권리··· “원·하청 함께 하는 안전문화 정착돼야”
안전, 의무이자 권리··· “원·하청 함께 하는 안전문화 정착돼야”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0.03.0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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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 시행
근로자→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보호대상 확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 주요 내용(제공=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 주요 내용(제공=고용노동부)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이 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_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 제1장 제1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이 1월 16일 시행됐다. 보호대상이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된 만큼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처벌 수준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됐다. 발생해선 안되는 일이지만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됐다.

사업주가 5년 내에 2번 이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하게 했을 때는 형의 1/2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법인에 대한 벌금형 상한도 10억원으로 상향됐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케 한 자에게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하는 경우에는 200시간 내의 범위에서 수강명령을 병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원청의 책임이 추락 등 22개 위험장소에 한정됐다. 산재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원청의 책임을 묻는 측면이 있었고 원청의 안전관리도 단편적·파편적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의 책임을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다. 또한 원청에게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정, 적격수급인 선정, 유해·위험정보 제공,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이행 확인 등의 의무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하청과 의사소통을 통해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작업을 조정하는 등 총괄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원·하청이 협력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사업장의 자율안전·보건관리 시스템 지원을 돕는다.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구성·운영토록 돼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원·하청 안전보건협의체 등이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침도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하청 노·사가 함께 산재예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구성된다. 사업장 산재예방계획, 안전보건관리규정 작성·변경 등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한다.

원·하청 안전보건협의체의 경우 도급인과 수급인 전원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선 작업시작 시간, 재해발생시 대피방법, 작업공정 조정 등을 협의한다.

개별실적요율제 개편 등 추진
정부는 하청노동자들의 산재 감소를 위해 개별실적요율제 개편, 자율안전보건관리 시스템 지원, 공공기관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이 방안들은 사업장 전체 공정과 작업을 총괄·관리하고 공정별 유해·위험요인을 잘 알고 있는 원청이 하청업체와 함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정립해 하청의 산재예방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산재발생 정도에 따라 산재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개별실적요율제를 개편한다. 이어 원청의 산재보험료에 하청의 산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그동안 원청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의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원청 노동자의 산재가 없으면 원청의 산재보험료는 할인되고 하청의 보험료만 할증돼 원청이 하청의 산재발생 여부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부족했다.

이에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경우 ▲도급승인·도급금지를 위반해 하청노동자 산재가 발생한 경우 ▲파견근로자의 산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청의 산재보험료에 반영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에 발의된 만큼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원·하청이 산재예방을 위해 협력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변화를 주도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에 따라 공공기관에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격수급인 선정과 건설공사 발주자의 산재예방조치를 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또한 경영평가 안전관리 배점도 기존 2점에서 6점으로 상향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귀책사유가 있는 기관장은 해임 건의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감독관, 안전보건공단, 외부전문가는 합동으로 1∼3월까지 128개 공공기관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시스템, 하청업체 안전보건관리 역량 등을 평가한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평가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발전산업 안전강화방안 이행상황을 산업부 등 관련부처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이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고 엄정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사후적인 처벌보다는 사전에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하지 않는 체계를 갖추도록 지도한다. 또한 사업장에 도급사업 해석 지침, 적격 수급인 선정 가이드라인 등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한 각종 지침을 제공하고 필요한 사항을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특히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원청이 위험을 고지하고 유해·위험에 대해 안전·보건 조치를 했는지, 원·하청 간 의사소통 등 안전관리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아울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건설업에 실시한 패트롤 점검과 감독을 제조업까지 확대·신설한다. 다만 시정기회를 주었음에도 원청 등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다.

5개 발전공기업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경상정비 분야 8개 협력사와 적정 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에 따라 발전산업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진행됐다.(제공=한국중부발전)
5개 발전공기업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경상정비 분야 8개 협력사와 적정 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에 따라 발전산업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진행됐다.(제공=한국중부발전)

산재사고 증가 추세··· 노동환경 개선 시급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5개 발전공기업 산하 12개 지역에서 61호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8년 기준 5개 발전공기업 내 간접 고용 노동자수는 약 4,600명으로 약 27%에 해당한다. 특히 하청노동자의 산재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개 발전공기업에선 327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3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중 8명을 제외한 326명이 하청노동자로 나타났다. 그중 산재 사망자는 20명으로 모두 하청노동자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가의 재해예방 등을 위한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7조에서도 공정하고 유리한 근로조건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권리를 갖는 것을 인정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은 그중 핵심적인 것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에선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외주화로 인해 안전보건 문제가 악화되고 하청노동자가 산재 사고의 주된 희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자의 생명·건강과 안전한 노동환경은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이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청노동자들의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노동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석탄화력발전산업은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산업”이라며 “석탄화력발전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인권위와 고 김용균 특조위에서 권고한 권고사항의 이행과 더불어 다양한 법적·제도적·행정적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도 “안전은 원·하청 소속에 따라 구분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노동자들이 똑같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선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없애는데 원·하청이 함께하는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사업장 지도·감독과 함께 재정지원 등을 통해 원·하청이 모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은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기업 핵심가치다.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현장을 구축하기 위해선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건설공사 발주자부터 대표이사, 현장소장, 안전관리자,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위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다. 의무이자 권리다.

1월 17일 열린 공공기관 특별 안전점검회의에서 발언 중인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 국민들이 뽑은 한국사회의 핵심가치가 안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문화 정착을 당부했다.(제공=기획재정부)
1월 17일 열린 공공기관 특별 안전점검회의에서 발언 중인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 국민들이 뽑은 한국사회의 핵심가치가 안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문화 정착을 당부했다.(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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