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족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하나 되는 그날을 기원하다
한 민족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하나 되는 그날을 기원하다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11.19 2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탐방] 한전 전력노조 주관 전력전문기자단 금강산 연수기②

▲ 닥터 피쉬.
처음으로 북녘 땅을 방문한 감격도, 한 민족 한 동포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가슴 벅찼던 감동도 다시 남쪽, 지금의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는 반쪽의 땅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는 분단의 안타까움에는 비하지 못할 듯하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애절하고 가슴 저린 노래 한 자락처럼 진정 자유롭게 하나 되어 만날 수 있는 그날은 언제일까, 저린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또 한 번 분단의 벽을 넘어서고 있었다.

구룡폭포의 절경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와 구룡연 등반 초입에 있는 목란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기 전에 목란관 앞에 있는 봉사소(정확란 명칭이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동동주를 마셨다. 와중에 일행 한 명이 사진을 찍다 실수로 북측 여성봉사원을 찍은 듯하다. 바로 사진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더니 삭제해 달라고 한다. 금강산에 있으면서 내내 느낀 것이지만 ‘사진 한 장 자유롭게 함께 찍을 수 없는 것일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목란관은 북측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구룡연의 절경을 감상하며 북측 봉사원들이 서비스로 북측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메뉴는 냉면, 비빔밥, 만두, 녹두지짐 등이다. 우리 일행 대부분은 비빔밥을 주문했다. 이곳의 비빔밥은 우리처럼 둥근 그릇에 담아오는 것이 아니라 접시에 담아져 나오는 것이 특이하다. 먹기에 조금 불편하다 싶은데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목란관에서의 점심을 먹고 산행에 지친(비가 오락가락 하는 탓에 조금 힘들었다) 몸을 다시 한 번 온천에서 풀어낸다. 역시 금강산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란 생각이 든다.온천욕에 앞서 닥터 피쉬를 경험하기로 했다. 욕조 안에 발을 담그니 닥터 피쉬가 일제히 달려와 쪼아댄다. 아프지는 않고 오히려 간지러운 느낌이다. 한 20분 닥터 피쉬의 치료(?)를 받았다. 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그런가, 아픈 곳이 없어서 그런가 효과를 잘 모르겠다.

▲ 교예단원들이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교예단 공연, 감동과 전율을 주는 한편의 예술작품

이날 오후에는 저녁식사에 앞서 북측이 자랑하는 교예단 공연을 관람했다.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이 열리는 문화화관의 불이 꺼지고 북측 예술단원들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공연장은 뜨거운 박수와 벅찬 감동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현대측 가이드가 말했던 것 같다. 교예단 공연을 보면서 세 번 울게 된다고. 하나의 민족임을 느끼며 울고, 예술단원들의 신기에 가까운 공연을 보며 전율을 느껴서 울고, 공연 내내 박수를 치느라 손바닥이 아파서 운다고 한다.

실제 세 번까지 울지는 않았지만 예술단원들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연을 바로 앞에서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말이 아닌 온 몸으로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고 부르짖는 듯했다.

교예공연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그렇게 감동을 받는지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다. 느낌과 이해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북측의 교예공연은 단순한 서커스가 아니라 감동과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언젠가 꼭 다시보고 싶은 공연이다.

금강산에서의 이틀째 밤은 그렇게 교예단 공연의 벅찬 감동을 가슴에 품고 저물어 가고 있었다.

▲ 삼선암. 약 30m 높이의 봉우리 세 개로 이뤄진 삼선암은 신선 세 명이 돌로 굳어졌다 해 이름 붙여진 바위이다.
만물상에 오르는 길, 자연에서 겸손의 미덕을 배우다

금강산 방문 마지막 날, 아침 일찍부터 짐을 꾸리고 식사를 마친 후 숙소인 금강산 호텔을 나선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곳이라 자꾸만 눈길이 간다.

떠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에 오른다. 마지막 날의 일정은 만물상 등반과 삼일포 관광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몸은 좀 힘들겠지만 만물상 등반을 선택했다. 만 가지 형상을 간직하고 있다는 만물상의 절경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만물상 등반 코스는 금강산의 웅장하고 기묘한 산악미를 대표하는 관광코스로서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잘 어우러진 절경을 자랑한다. 위로 오를수록 나무보다는 뾰족한 돌들이 많아 비나 눈이 온 후에는 일시적으로 생기는 계절폭포를 여러 곳에서 볼 수가 있다.

만물상 코스의 묘미는 그 이름처럼 만물의 모습을 닮은 바위와 봉우리를 보는 데 있다. 봉우리 구경을 하면서 코스의 끝인 망양대에 서면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들이 발밑에 펼쳐져 온 천하를 얻은 듯한 기분에 취한다.

만산정에서 출발해 삼선암, 칠층암, 절부암, 안심대, 하늘문, 천선대, 망양대로 이어지는 등반코스는 왕복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만물상 등반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삼선암을 만나게 된다. 약 30m 높이의 봉우리 세 개로 이뤄진 삼선암은 신선 세 명이 돌로 굳어졌다 해 이름 붙여진 바위이다. 상선, 중선, 하선 중 저만치 떨어져 독선암이 되어 있는 하선의 모습이 귀엽다.

삼선암을 지나 오르다보면 가로로 쪼개진 7개의 바위가 겹쳐진 칠층암을 만나게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칸이 일곱 개다. 칠층암을 잘 보면 원앙새, 등을 돌리고 있는 물개, 오리를 발견할 수 있다.

칠층암을 지나 한참을 오르다보면 천선대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경치가 너무 좋아 선녀들이 내려와 놀다 돌아갔다 해서 천선대라 한다. 천선대를 둘러 친 무의, 무애, 천주, 천진, 천녀의 5봉 중 천주의 줄기에서 나온 곳에 천선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만물상 코스는 물론 외금강 일대의 모습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천선대를 지나 금강산 5대 돌문 중 하나인 하늘문을 통과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앞선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문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문이기 때문에 지날 때가 가장 신기하게 느껴진다.

하늘문을 지나 걷다보면 망장천이란 샘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물을 마시면 새 힘이 솟아 짚고 올라온 지팡이도 잊어버리고 단숨에 산을 오를 수 있다고 해 망장천이라 부른다. 망장천에서 목을 축이고 좀더 걷다보면 만물상 등반의 끝인 망양대에 올라서게 된다. 세 지붕 끝에 위치한 망양대에서는 세 지붕 줄기에 있는 온갖 형태의 기암괴석들과 서쪽 오봉산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가 좋다. 해금강 일대의 섬들은 물론 남측의 산들도 조망할 수 있다.

만물상 등반코스는 구룡연 코스에 비해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심해 오르기는 좀 더 힘든 편이다. 하지만 깎아지른 바위산을 철재 계단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 망양대에 서면 오르는 과정의 힘겨움은 일순간 사라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만물상의 웅장함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겸손의 미덕을 생각하게 된다. 아, 자연은 진정 인간의 위대하는 스승임을 느낄 것이다.

▲ 천선대에서 바라본 만물상의 풍경.
분단의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만나는 그날을 꿈꾸며

만물상의 웅장함을 마음에 품고 산을 내려왔다. 다리는 아프지만 산의 위대함을 담아서인가 마음은 흐뭇하고 넉넉하다. 굽이굽이 길을 내려와 온정리에 있는 옥류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북측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이다. 유명하다는 옥류관 평양냉면을 주문했다. 우리 입맛에는 딱 맞지는 않지만 맛이 나쁘지 않다.

점심을 먹고 잠시 쇼핑을 위한 자유시간을 가진 뒤 출경을 위해 버스에 오른다.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온정리에서 북측CIQ로 이동해 출경수속을 밝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한다. 잠시 머물렀던 북녘의 땅이 서서히 멀어져 간다.

길지 않은 시간, 남측임을 알리는 표시가 나타난다. 우리는 다시 분단의 반쪽, 우리의 땅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땅, 우리나라, 우리라는 말이 가진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일순간 피로감이 몰려온다.

2박 3일간의 길지 않은 시간, 비록 금강산 관광구역 내에서조차 아직까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아쉬움을, 반세기를 넘어선 분단의 벽이 가져온 단절감의 깊이를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지만 북녘의 땅과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쪽의 동포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북측의 동포들이 보여주었던 따뜻한 미소가 또 다른 반쪽의 동포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마음이었을 것이라 스스로 되새겨본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 긴장과 피곤함에 잠들어 있던 시간, 기억나지는 않지만 불과 몇 시간 전에 발 딛고 있었던 금강산 어느 한 자락, 그리고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꿈꾸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송전선로를 통해 우리가 생산한 전기가 막힘없이 북으로 흐르듯, 우리네 사람들도 자유롭게 다시 만나는 그날을 염원하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