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과 남해 바다를 약주삼아 즐기는 싱싱한 회 맛 <현대횟집>
섬진강과 남해 바다를 약주삼아 즐기는 싱싱한 회 맛 <현대횟집>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9.03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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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가는 길] 맛집소개-현대횟집

섬진강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하동, 그 중에서도 남해바다를 접하고 있는 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 하루에도 몇 번씩 우기를 반복하는 열대우림 같이 변덕스런 날씨가 주는 습한 기분을 한껏 안고 찾은 현대횟집은 구성진 남도의 노래 한 자락처럼 우릴 반겨주고 있었다. 

8월 중순, 서울은 아직 좀 이르다는 느낌이지만 하동에서는 지금이 전어가 가장 좋을 때라고 한다. 남해 전어축제가 어제 끝났다고 하니 한창은 한창인가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선회라고 하면 으레 광어나 우럭을 떠올리지만 그거야 여타 범인들의 생각일 뿐, 기자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르자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생선의 향취와 찰기어린 단단함이 가진 씹는 맛은 전어가 최고인 듯싶다.

창밖으로 넓게 펼쳐진 남해바다의 멋진 풍광을 약주삼아 통통하게 살 오른 전어회를 맘껏 즐길 생각을 하니 마치 장강 나루에서 노을을 벗 삼은 이태백이 된 듯하다.

하동에서 태어나 하동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하동에서 결혼을 한 현대횟집의 이수병 사장(59세)은 말 그대로 하동 토박이다. 원래는 배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술자였는데 광양제철, 하동화력 등 큰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동앞바다에서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벌이가 시원찮아진데다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꿈에 12년 전 지금과 같은 자리에서 현대횟집을 시작하게 됐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제철소 직원들이 회식 때 많이 찾아오곤 해서 매출이 좋았어. 그런데 요즘에는 회사에서 회식비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발길이 뜸하더라고. 대신 발전소에서 많이 찾아주셔서 다행이야.”

매출을 묻는 짓궂은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이 사장. 그의 사람 좋아 보이는 눈웃음에 자연스런 질문과 대화가 이어진다.

“원래는 아들놈하고 같이 장사를 했어. 하지만 지 적성에 안 맞는지 앞 포구에서 생선을 유통하는 쪽으로 종목을 바꾸더라고. 그래서 우리 집 횟감은 우리 아들이 지 전공을 살려서 제일 좋은 놈들로만 골라다가 줘. 싱싱하고 물 좋은 생선이라면 우리 집이 최고지. 뭐 딱히 자랑은 아니지만 주위에서는 ‘소문난 현대 집, 소문난 현대 집’ 그러더라구. 횟감뿐만 아니라 우리 마누라 손맛이 보통이 아니거든. 우리 집만의 곁들임 음식들은 다 마누라 솜씨야. 다 요 앞 남해바다에서 잡아다가 냉동시켜서 사시사철 신선도를 유지하지. 그런데 맛은 어땠어?”

자신감 넘치는 질문을 던진 이 사장은 ‘당연히 맛있었다’라는 대답에 ‘그럼, 당연하지.’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어간다.

“가수 설운도씨, 거지왕 김춘삼씨 내외분이 찾아오셨어. 하지만 그 분들이야 그냥 오다가다 한번 들러 준거고 하동화력본부 본부장님이 자주 찾아주셔. 오실 때마다 음식 맛있다고 칭찬해주시기도 하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 지역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와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서 참 감사드리는 마음이 커. 앞으로 우리 하동도, 우리 화력발전소도, 그리고 우리 현대횟집도 많이 발전했으면 해.”

인터뷰가 끝나자 생전 처음 인터뷰에 응하는 아버지의 긴장 때문에 인터뷰 내내 그의 말을 거들던 딸이 인터뷰를 청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예의 이수병 사장이 보여주던 그 웃음과 똑같은 웃음이다.

아들이 트럭 한가득 싱싱한 횟감을 실어오자 능숙하게 회로 썰어내는 아버지. 주방에서는 어머니가 각종 곁들임 음식들을 먹음직스레 만들고 딸은 정갈하게 담아내어 손님에게 대접한다. 그 가족이 만들어내는 정다움이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리 없이 펼쳐진다. 현대횟집의 그런 모습은 횟집 앞, 남해안에 뿌려지는 낙조가 만들어내는 안온함처럼 편안하고 넉넉한, 딱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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