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남진 않아도 밑지는 장사 못하겠다”
[이슈진단] “남진 않아도 밑지는 장사 못하겠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3.01.07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 수익성 놓고 마찰
한국해상풍력(주)-시스템 공급업체 의견차 노출

 

2020년 해상풍력 3대 강국을 목표로 지식경제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서남해 2.5GW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으로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해상풍력시스템 공급가격 문제로 주관사와 시스템 업체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최종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전 및 발전 6사는 지난해 12월 21일 한전 본사 아리랑홀에서 서남해 2.5GW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한국해상풍력(주)의 창립 기념식을 가졌다. 한국해상풍력은 한전이 25%, 한수원,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이 각각 12.5%씩 지분을 투자해 설립된 회사다. 지경부가 2011년 11월 ‘서남해 2.5GW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한지 1년 여 만에 사업을 주관할 조직이 구성된 셈이다. 신임 사장에는 최인규 한전 개발사업본부장이 임명됐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국내 해상풍력산업을 육성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지경부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사업으로 시스템 공급계약을 비롯해 인허가, 계통연계 등 실제적인 업무는 한국해상풍력이 주관하게 된다.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와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부근 해상에 조성되는 이번 사업은 2019년까지 1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렇다보니 주관사인 한국해상풍력과 5개 시스템 공급업체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에 따르면 아무리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지만 ‘똔똔’은 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수지균형에 맞게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대부분의 시스템 업체는 공급가가 터무니없게 낮아 비용부담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밑지는 사업은 못한다는 의미다.

시스템 공급업체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 본래의 취지에 맞게 사업을 진행해야지 국책사업에 걸맞지 않게 수익성을 따진다면 국내 풍력산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서로 상반된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해상풍력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5개 시스템 업체와 세부적인 공급계약 조건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전 및 발전 6사가 공동 출자한 한국해상풍력(주)가 서남해 2.5GW 해상풍력 프로젝트 발표이후 1년 여 만에 출범했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버려야

한국해상풍력은 오는 3월 발전사업 허가신청을 시작으로 2015년 6월까지 100MW 규모의 실증단지를 우선 조성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발표 초기 국내 8개 풍력시스템 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혔으나 현재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효성 등 5개 기업이 최종적으로 시스템 공급을 맞게 됐다.

이들 기업 가운데 해상풍력시스템 개발을 마친 곳은 두산중공업이 유일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진행 중에 있다. 즉 해상풍력시스템을 양산해 시장 가격에 맞게 공급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풍력시스템을 정확히 어느 정도 가격에 공급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인규 한전 개발사업본부장이 한국해상풍력(주)의 신임 사장에 임명됐다. 최인규 사장은 창립식 기념사를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관계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해외 사례 분석과 R&D 정보수집으로 객관적인 시스템 공급가격을 산정해 업체들과 조율하고 있지만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며 “검증도 되지 않은 제품의 가격을 업체가 요구한다고 무턱대고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사업 전체를 보지 않고 자기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업체들의 행태에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한국해상풍력은 궁극적으로 시스템은 물론 기초구조물 시공까지 책임지는 EPC 형태로 계약을 체결할 방침인데, 하자보수를 비롯해 성능보증기간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명시된 계약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업체별로 의견을 조율 중이다.

 

정양호 지경부 국장이 한국해상풍력(주)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국책사업에 왠 ‘수익성’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보니 풍력시스템을 공급할 5개 업체 간에도 의견은 분분하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업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무리 그래도 수익을 생각해야하는 민간기업이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사업 진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공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한 SPC가 수익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특히 정부 주도로 시작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경부는 뒷짐만 지고 있어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업에 풍력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풍력산업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처음의 계획은 온데간대 없고, 이제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사업진행은 국내 풍력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한국해상풍력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지금과 같은 늑장 처리로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의지와 한국해상풍력의 빠른 사업진행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