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필요하다
(권두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필요하다
  • EPJ
  • 승인 2012.10.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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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폭염에 각 가정은 에어컨 등 전기사용량이 폭증했다. 이에 따라 9월에 고지된 전기요금고지서를 보고 충격에 빠진 가정들이 꽤 많은가보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높은 단가의 요금이 부과된다.

주택용 누진제도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전기소비 절약유도 및 서민층 보호를 위해 도입됐으며, 1~3단계는 전력사용량이 적은 서민층을 위해 원가 이하의 낮은 요금을, 4단계 이상은 전기소비 절약유도 측면에서 원가 이상의 판매단가를 책정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주택용 고객의 약 87%가 원가 대비 낮은 판매단가를 적용받고 있으며,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357kWh 이상인 고객 13%만이 원가를 상회한다고 한다. 즉 주택용 내에서 사용량이 많은 고객이 적은 고객의 요금 일부를 보조하고 있는 상황이고, 아울러 산업용 원가회수율이 주택용보다 높기 때문에 주택용이 산업용을 교차보조 한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이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도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누진제도의 단계가 너무 많고 1단계와 최고 단계 누진율이 11.7배나 차이가 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한전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한전은 최근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단계 및 누진율 개선을 검토해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정부는 공식적인 논의 단계가 아니며, 한전의 일방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최근 한전의 여러 행보에 많은 불만을 나타냈다. 한전은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를 위해 발전단가 조정 등 자구책을 강구했으나 그때마다 정부로부터 제동이 걸렸고, 급기야는 김중겸 한전 사장의 경질설까지 나오는 상태다.

정부는 이번 한전의 주택용 누진제도 개선 요구 역시 적자 해소를 위한 편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누진제도 하에 낮은 단계에 해당하는 1~2인 가구가 늘어나자 이들에 대한 원가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파악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다. 한전이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사실이고 누진제도를 개선할 경우 한전 수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느 계층에 유리하다고 해서, 모순된 상태의 제도를 그냥 놔두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분명히 현 주택용 누진제는 많은 문제가 있다. 현행 구조는 가전기기 보급 확대 및 대형화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저소득층이 아닌 1인 가구 등의 혜택으로 소득재분배 취지가 약화됐으며, 동계 전기난방 사용이 많은 저소득층이 오히려 누진제 피해가 발생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낮은 전기요금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이 비싸다’는 왜곡된 인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당장 누진제를 폐기하기는 어려우니 3단계 3배 수준으로 단계적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누진구간은 가구당 전기사용량 증가 등을 반영해 재설정하고, 누진제 완화에 따른 저소득층 요금증가 부담은 복지할인제도를 통해 최소화하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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