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보면서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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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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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우 한전 인재개발원 e-HRD팀 차장

지식경제부가 한전 이사회가 의결한 요금 조정안을 인가함에 따라 8월 6일부로 전기요금 인상이 시행됐습니다. 이로써 전기요금은 평균 4.9% 인상됐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전기요금 조정안은 지난 7월에 한전 이사회가 제시한 평균 10.7%와는 차이가 많고, 정부가 제시한 전기요금 인상률을 받아들인 모양이어서 전기요금과 관련된 줄다리기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전기요금 현실화와 관련된 정부와 한전의 온도 차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예견된 정부의 반려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인 한전의 이사회가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2008년 이후 4년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한전의 절박함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적자의 핵심에는 원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전기요금이 있습니다.

2011년에는 소액주주들이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료로 인해 한전이 2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前 한전사장에 대해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올해 1월에는 정부를 상대로 7조원 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정서에 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재의 인상은 가계의 부담이 되기에 당연히 기분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그러나 세대별로 많게는 수십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통신요금과는 달리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기요금 문제를 이야기할 때 국민들은 독점사업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독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마도 소비자가 향유해야 할 이익을 독점기업이 뺏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력산업은 외형적으로 독점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독점의 이익을 누린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규제 틀 속에서 가격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공공의 이익에 대한 배려가 내재돼 있습니다. 오히려 소수의 경쟁 속에서 이윤을 챙기는 시스템이 더욱 문제일 수 있습니다.왜곡된 전기요금 가격구조에는 명과 암이 있습니다. 현행 요금체계에서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기업들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 그늘에는 팔수록 밑지는 기업이 있는 것입니다.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은 기업들의 왜곡된 에너지 사용을 부추기고, 결국은 장기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주주에 대한 책임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의 기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적정 이윤을 창출하는 것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전기요금 현실화 논의의 핵심은 공기업인 한전이 막대한 이윤을 내면서 그것을 손쉽게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가격결정을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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