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산업 재도약 ‘골든타임’ 사수하라
풍력산업 재도약 ‘골든타임’ 사수하라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5.09.17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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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시스템 제작업체 경쟁력 키워야
대기업 풍력사업 기술력·노하우 아깝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풍력산업 위기론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미래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풍력발전시스템 제작업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이 산업의 근간을 이룬다는 불변의 법칙이 풍력산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뜻이다.

국내 풍력산업은 현재 가시밭길을 걷는 고행의 연속이다. 핵심 분야인 풍력발전시스템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세계 풍력시장을 잡겠다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굴지의 대기업들마저 사업을 포기하면서 관련 산업도 얼어붙은 모양새다.

지금 이 상태가 한두 해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특별한 포인트가 없다는 게 문제다. 풍력산업계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제조업체를 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풍력산업 재도약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시장서도 ‘들러리’ 될 판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에 따르면 세계 풍력시장은 올해 누적 설비용량 기준 15% 내외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2019년까지 연간 11~13%의 성장률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GWEC는 올해 신규로 설치될 풍력시스템 설치용량만 53GW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3MW급 풍력시스템으로 계산하면 1만7,660기가 넘는 수량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설치된 풍력시스템 420여 기와 비교하면, 단 1년 만에 40배나 많은 물량이 설치되는 셈이다.

현재 세계 풍력시스템 시장은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 중국 골드윈드, 독일 에너콘, 미국 GE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시장에도 이미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해외 풍력시스템 제작업체들이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국내 시장에 들어와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업체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줄고 있다.

결국 풍력시스템 발주가 나오면 해외 업체끼리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밥상 차려놓고 숟가락도 못 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풍력시스템 제작은 풍력산업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풍력시스템 제작업체를 키우지 못하면 세계 시장은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대기업 풍력사업부 분사·매각 고려해야
현재 국내기업 가운데 풍력시스템을 개발·제작하는 곳은 손에 꼽힌다.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효성, 유니슨, 한진산업 정도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은 풍력사업을 잠정적으로 접은 상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사업철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세 곳 모두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 조선업체라는 점이 더 놀랍고 안타깝다. 풍력사업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 막대한 자금과 고급인력을 투입한 것에 대한 당연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조선업 불황에 국내 풍력시장까지 얼어붙어 결국 손을 떼게 됐다. 기업 당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전체로 보면 1조원 넘는 금액이 고스란히 날아갈 판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바람에 기업들은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됐다”며 “돈은 다시 번다고 치더라도 꿈을 갖고 몇 년간 열정을 쏟아 부은 젊은 인재들의 시간은 누가 보상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풍력시스템 제작업체 없이 풍력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며 “풍력사업부만 따로 분사시키거나 매각하는 방식을 써서라도 그동안 대기업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아있는 국내 풍력시스템 제작업체들도 사업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애국심에 호소해 제품을 팔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게 시장논리다.

국산 풍력시스템을 쓰지 않는 발전사업자를 지적하기에 앞서 자사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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