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
온실가스 감축,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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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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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 선임연구위원

2009년 로드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우리 속담은 일이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없음을 빗대는 말이다. 지난 정부가 2009년에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우리나라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로드맵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도입했으며, 법 시행령 25조에서 2020년 BaU 배출량 대비 30% 감축을 명문화 했다. 대통령령인 시행령을 폐기하거나 개정하기 전에는 정부가 법을 어길 수 없다는 점에서 2020년에 감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정부 발표에 대한 환경 이데올로기적 주장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인 우리나라 정부는 2020년 이후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2℃ 이내로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하기 위한 ‘자발적 기여안(INDCs)’을 준비하고 있으며, INDCs의 바탕이 되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전망 및 감축 시나리오에 대한 공론화 과정 중에 있다.

많은 환경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니 그에 어울리는 온실가스 자발적 기여안을 제출하자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할을 기대하는 국제사회의 실체는 무엇이며, 역할이란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이 이데올로기적 주장을 하는 것이다.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6월 12일에 있었던 post-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추진계획 공청회 자리에서 정부는 그동안의 논의를 통해 정리한 온실가스 배출전망(BaU)과 감축목표 시나리오 4가지를 제시했다. 정부 발표에 대해 환경 관점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구적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난 일색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날 발표한 정부 합동 계획은 6월 11일 환경부 차관이 세종시 합동브리핑실에서 발표한 자료이기도 하다. 그런데 6월 15일 환경부 장관은 “이미 발표한 4개 시나리오가 아닌 다른 게 나올 수도 있다”고 국회에서 발표해 거버넌스 체제가 흔들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 이슈’로 접근해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도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지만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우리 경제가 버티고 살아남아야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이라면 국내의 모든 배출시설이 가동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하면 된다.

극단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번 정부발표 내용이 환경전문가로부터 공격을 받을 만큼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역할은 우리의 경제적 역량에 맞는 수준에서 경제성장을 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국민의 동의를 받아 열심히 하는 것이라 사료된다. 온실가스 감축에 과하게 집중하다 보면 소를 잃을 수도 있으니 외양간을 서둘러 고쳐야 할 상황이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현상은 ‘문제’로 인식해야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경제 이슈’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에너지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산업구조로 돼 있으므로 더더욱 그러하다.

에너지 수요 정점을 지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기존 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그만큼 재정을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면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6월 11일에 있었던 온실가스 배출전망 결과 발표 시 정부도 강조한 바 있다.

자전거 페달을 계속 돌리지 않으면 자전거가 넘어지듯 우리 경제가 지속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 증가가 수반돼야 하므로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의 경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에게 에너지 소비효율 제고는 필수적이다. 다만 에너지 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에너지 가격을 통해 증가 속도를 낮출 수는 있을 것이다. 에너지가격 신호에 따라 소비패턴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적절한 수준에서 작성돼야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적절한 수준에서 작성돼 기업 성장전략이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데, 이유는 우리의 먹거리가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의 경영 위해요인으로 인식돼서는 곤란하겠다. 기업이 거미줄을 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시장의 에너지 가격 신호를 이용해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 신호를 통한 소비절약 유도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므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 중 가능한 비용은 에너지 가격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전력요금 구성항목에 해당하는 배출권거래제 비용, RPS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발전부문에 요구되는 온실가스 감축 요구량 중 대부분은 전기 소비감축을 통해 이행될 수 있으므로 전기요금에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별도로 고지하면서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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