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 ‘소통의 場’ 여수 앞바다를 수놓다

전력계 ‘소통의 場’ 여수 앞바다를 수놓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4.08.14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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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협회, 8월 26~29일 ‘2014 KEPIC-Week’ 개최
여수 세계박람회장에 국내외 전력계 전문인력 한자리
새내기부터 전문가 아우르는 150여 편 논문 발표

대한민국 전력산업계 최대 화합의 장으로 성장한 ‘KEPIC-Week’가 올해는 소통의 엔진을 달고 아름다운 물의 고장 여수에서 펼쳐진다.

대한전기협회(회장 조환익)는 전력산업의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기술 인력의 협력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 마련한 ‘2014 KEPIC-Week’를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 동안 여수 세계박람회장에서 개최한다.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 2020 중장기 비전인 ‘Advanced Standards & Global Partner’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정부를 비롯한 국내외 산업계, 학계 등 관련 전문인력 약 1,000여 명이 참석해 국내 전력산업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2003년 품질분야 워크숍 형태로 시작한 KEPIC-Week 행사는 2004년부터 KEPIC 전체 분야로 확대·시행됐다. 기획 차원에서 시작된 행사가 어느덧 KEPIC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 전력산업계를 아우르는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기협회는 올해로 12번째를 맞은 KEPIC-Week가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한 단계 성숙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산업계와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데 행사의 초점을 맞췄다.

여수에서 펼쳐질 ‘2014 KEPIC-Week’의 주요 행사를 미리 살펴보고, 그동안의 KEPIC 개발 성과와 적용확대 방안을 알아봤다.

▲ 2014 KEPIC-Week 포스터
여타 기관과 공동세션 개최

전기협회는 올해 KEPIC-Week를 시대적 흐름에 맞춘 ‘소통 행사’로 꾸밀 방침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학술대회와 달리 참가자 모두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선정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기획했다.

우선 전력산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피부에 와 닿는 논문들을 선정했다. 초보 엔지니어부터 전문가까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150편이 넘는 논문들이 행사기간 중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별도로 진행되는 ‘Young Engineer & Student Session’은 비전무가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전문분야별 상호 토론을 통한 최신 주요 제·개정 현황과 그 기술적 배경 등이 소개될 예정이며, KEPIC 적용확대와 국제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비롯해 제도 및 기술요건 개선 검토를 위한 의견수렴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기협회는 국내 여러 기관과 세션을 공동으로 개최해 KEPIC을 위한 행사를 넘어 전력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올해 KEPIC-Week를 준비했다.

▲화력 KEPIC 적용 워크숍(한국남동발전) ▲원자력시설 HVAC & 공기정화 워크숍(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국내외 원전해체현황 & 국내해체 전략개발 및 사업활성화 워크숍(한양대 원전 해체 안전연구센터) 등 공동워크숍을 마련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산업계 및 학계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국내외 전력산업계 분야별 리더들을 초청한 합동강연도 펼쳐진다.
합동강연에서는 ▲2014 KEPIC의 현황과 전망(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미국 원자력 품질보증 시스템(Norman P. Moreau, ASME NQA Committee Vice Chairman) ▲Trends of Equipment Qualification(Robert Konnik, IEEE 383 chairman) 등의 기조연설이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과 이종훈 한전 前 사장의 특별강연은 참가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KEPIC 연구 및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수여식이 진행되며, 주요 기관·기업들의 우수 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력산업전시회도 준비돼 있다.

KEPIC,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1987년부터 시작된 KEPIC 개발이 올해로 27주년을 맞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1980년대 후반 당시에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각기 다른 설비기준을 적용한 발전소가 건설 중이었다. 이처럼 각 발전소마다 서로 다른 국가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기술자립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했고, 우리만의 기준을 가질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KEPIC 개발은 우리 고유의 기술기준으로 국내에서 건설·운영하는 원전과 화력발전소에 적극 활용되며 전력설비의 안전성과 경쟁력 확보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 토종의 전력산업기술기준인 KEPIC의 적용 활성화와 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해 KEPIC-Week는 매년 발전적이고 선진화된 정보교류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전기협회가 지금의 ‘KEPIC 6단계 사업(2011~2015년)’을 추진하기까지 KEPIC 개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5년 한전에서 전기협회로 KEPIC 개발 및 운영 전담업무가 이관됐을 당시 국내에는 민간단체표준의 개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마땅히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던 상황이라 ASME(미국기계학회)를 표본으로 미국의 표준개발기관을 벤치마킹하며, KEPIC 개발과 운영시스템 정립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전기협회는 올해 추진 목표를 ‘KEPIC 6단계 사업의 중간점검 및 수익다각화’로 정하고 기술선진화 촉진과 국제표준화 역량강화, 사용자 만족 실현 등을 중점과제로 추진 중이다.

6단계 4차 년도 세부 추진과제로 ▲e-Book 시스템 연계 재원조달 방안 수립 ▲KEPIC 유효성평가 및 7단계 개발방향 정립 ▲화력분야 KEPIC 적용확대 ▲KEPIC 교육·인증 운영개선 ▲신규과제 추진 및 사업영역 다각화 등을 수립하고 목표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국산기자재 구입 따른 비용절감 ‘톡톡’

그동안 KEPIC 개발에 따른 성과는 기술적, 경제적, 국제적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KEPIC 개발의 성과를 꼽자면 전력설비 건설·운영관련 경험과 기술을 KEPIC으로 집약했고, 원자력 분야 자격인증제도의 자주적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또 표준에 대한 쉬운 이해로 현장 작업자에게 KEPIC 적용의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는데 기여했다.

이 외에도 ▲원전구조물 모듈화공법 KEPIC화 ▲전력연구원 개발 화력발전설비의 수명평가 기술과 환경분야 기술 KEPIC화 ▲원자로 격납건물 라이너 강판 후면 비파괴검사 방법 국내공법으로 변경 등 국내기술 및 연구개발품의 실용화에 기여했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전력설비 표준화와 비용절감 및 공정단축을 들 수 있다. 기존 3년 1회 심사에 6만달러의 인증비용을 지불하던 ASME와 비교해, KEPIC은 1회 심사비용이 2만달러에 불과해 업체당 4만달러를 절감하는 경제적 이득을 실현했다. KEPIC 인증을 도입한 249업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총 절감비용은 120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원전 시장 확대 추세에 따라 해외 표준기관의 인증취득 비용이 급등하고 있어 그 효과는 더욱 큰 상황이다.

국산기자재 구입에 따른 비용절감은 더욱 눈에 띈다. 고리 3·4호기 디젤발전기 해수냉각열교환기 차단밸브의 경우 ASME 3억4,000만원 대비 KEPIC 1억6,000만원으로 53%의 비용이 절약됐다. ▲영광 5·6호기 캐비테이팅벤튜리(46% 절감) ▲영광 3·4호기 가압기전열기(24% 절감) 등의 기자재도 상당부분 비용을 줄였다.

국제적 측면에서 KEPIC 개발의 성과는 ▲국제 원전 시장에서 KEPIC 활용 기반 확대 ▲ISO·IEC 정보센터 등록으로 국제 표준기관 위상 확보 ▲국내기술의 국제표준 반영 등을 꼽을 수 있다.

화력분야 KEPIC 적용 잰걸음

그동안 원자력분야의 KEPIC 적용과 비교하면 화력분야의 KEPIC 적용이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이는 원자력법 고시에 따라 적용이 의무화됐던 원자력분야에 비해, 화력분야는 아직 적용이 의무화되지 않아 프로젝트 발주 시 업계에서 관례대로 ASME Code 등의 국제표준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전기협회는 KEPIC 화력분야 2010년판에 아직 세계적으로 활성화 되지 않은 유지정비 분야와 환경기술 분야 표준을 개발해 추가하는 동시에 활용도가 높은 성능시험 분야 표준도 추가해 화력분야에서 KEPIC 적용의 유용성을 알리고 있다.

또 KEPIC 적용 워크숍을 비롯한 KEPIC 적용 설명회, 분야별 교육을 수시로 실시하며 화력분야의 KEPIC 적용 확대를 적극 모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중부발전에서 초초임계압 발전방식으로 건설하고 있는 신보령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에 KEPIC을 적용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전기협회는 KEPIC 화력분야가 산업계에서 선호하는 경쟁력을 갖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보완과 신규 표준개발에 노력해 민간발전소는 물론 해외발전소까지 적용을 넓힐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스마트그리드 분야 검토 중

전기협회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분야에도 KEPIC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협회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단위기기가 소형이라 표준화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전기협회는 국제적인 기술과 표준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국내 전문가들을 결집해 풍력발전이나 성능시험 등 표준화가 가능하고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대한 KEPIC 표준개발은 이미 201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스마트그리드 분야는 정확한 업무분담이 이뤄지지 않아 주관단체가 전무한 상태였다.

전기협회는 전문가 집단을 통해 전력산업계가 요구하는 표준을 도출하고 개발 우선순위를 정해 2015년 발행 목표로 개발을 추진했다. 그런데 2013년 이후 돌연 국가기술표준원 주관 아래 관련 표준을 관리하는 전담기관이 만들어지면서 표준 개발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전기협회는 앞으로 이 분야에 관한 표준을 관련기관과 협의를 통해 확대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 지난해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션호텔에서 열린 ‘2013 KEPIC-Week’ 모습
KEPIC-Week, 국제 행사로 ‘한발 더’

전기협회는 KEPIC-Week를 KEPIC만을 다루는 행사를 넘어 전력산업계 전체의 협력을 목표로 다양한 행사를 공동개최 형식으로 유치한다는 기본 취지를 계속 고수할 방침이다. 이에 일환으로 기획세션 등을 마련해 산업계 최근 관심사를 행사에 반영하고 있다.

전기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표준기관과의 공동행사 개최 확대는 물론 표준관련 협력활동을 더욱 활성화해 해외 참가자들의 비율을 높여 KEPIC-Week를 국제적인 행사로 만들 계획”이라며 “국내 전력 관련 중소기업의 주요 관심사를 반영한 중소기업 세션, 해외 전력설비 주요 제작자를 초청해 국내 중소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기업홍보세션 등을 통해 국내 전력산업계의 발전과 원전산업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향후 KEPIC-Week 운영 계획을 밝혔다.

KEPIC 세계화를 향한 전기협회의 이번 열두 번째 발걸음은 대한민국 전력산업계의 소통과 화합을 넘어 어울림한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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