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파탄에 따른 예물반환청구권
혼인 파탄에 따른 예물반환청구권
  • EPJ
  • 승인 2014.04.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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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법과대학 최정식 교수
약혼이나 결혼 시 주고받은 예단이나 예물은 사랑의 징표이며, 청혼에 응답하는 감사의 표시이다. 그런데 예물이나 예단이 성공한 결혼의 잣대나 척도가 되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 적지 않고, 때로는 예단의 규모나 내용 때문에 파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파혼을 하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에 예물을 상대방에게 반환해야 할까?

유복한 가문끼리 결혼을 하면서 예단비용으로 신부가 10억원, 신랑은 2억원을 각각 부담했고, 신부는 신혼집 인테리어비용으로 4,000만원을 부담했으며, 신부는 시어머니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클럽회원권을 받았다.

그러나 부부는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결혼 5개월 만에 신랑이 가출, 각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예물·예단이 혼인의 성립을 증명하고 양가를 두텁게 하기 위해 주고받는 것으로 혼인이 깨지면 해제되는 조건의 증여와 유사하기 때문에 혼인이 단기간에 파탄된 경우에는 예물증여가 혼인불성립에 따라 해제되므로 예단을 반환해야 한다면서, 파탄의 책임이 있는 신랑은 신부에게 위자료 3,000만원과 예단비용 8억원에 인테리어 비용 4,000만원을 합한 8억4,000만원을 반환하고 이혼을 하되, 가출을 한 신랑이 청구한 위자료는 기각하고, 6,000만원 상당의 회원권 반환청구도 기각했다.

5개월 정도의 혼인기간은 상당기간동안 혼인이 존속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증여계약이 해제됐다면서 예물의 반환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약혼 때 수수한 예물은 어떨까?

약혼예물의 수수는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것이고, 당사자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고 상당기간 혼인생활을 지속한 이상 그 후에 이혼을 하더라도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로써 결혼예물과 유사하다.

신랑 A와 신부 B가 혼인신고를 하고 외국에서 1년 6개월간 결혼생활을 하던 중 B의 부정행위 때문에 이혼소송 판결이 확정됐다.

B는 시어머니에게 맡겨 놓은 예물의 반환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혼인파탄의 원인이 부정한 행위를 한 B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1년 6개월의 상당한 기간 혼인생활이 계속됐기 때문에 예물 소유권은 B에게 있으며, 시어머니는 예물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즉 예물은 혼인의 성립을 전제로 수수하는 것이므로 파혼으로 혼인이 성립하지 않거나 혼인 후 단기간에 이혼을 했다면 예물을 반환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혼인생활이 상당기간 지속됐다면 그 후에 사정으로 이혼을 하더라도 예물의 소유권이 변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결혼 후 짧은 기간 내에 이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예물반환에 대한 분쟁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시집가고 장가갈 때 재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며 비하했다고 한다. 예단은 사랑의 징표로 주고받는 것이므로 사랑을 상품화하는 예단문화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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