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토륨 원전, 우리는 보고만 있을 것인가?
(권두언) 토륨 원전, 우리는 보고만 있을 것인가?
  • EPJ
  • 승인 2013.10.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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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원료로 우라늄이 아닌 토륨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원전 개발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토륨은 우라늄에 비해 그 매장량이 풍부하고, 원전의 고장시 안전하며,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가까운 미래에 우라늄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로 꼽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륨 원전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확실히 나뉘고 있었다. 찬성파들은 토륨원전이 기존 우라늄 원전이 갖는 단점을 해결할 수 있으니 빨리 상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파들은 핵원료를 바꾸는 것만으로 완벽한 대안이 아니며 새로운 시스템의 우라늄 원전을 통해 기존 원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우라늄 원전의 방사능 문제가 다시 부각되자, 효율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토륨 원전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토륨은 원전 연구 초기부터 우라늄과 함께 핵연료의 유력한 후보였지만 한 가지 치명적 단점 때문에 현 원전 연료의 자리를 우라늄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우라늄은 그 자체가 핵분열성 물질로 적당한 에너지의 중성자만 있으면 쉽게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토륨은 핵분열을 해도 만들어지는 중성자의 수가 연쇄반응을 일으키기에 부족하기에 분열이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된다. 따라서 토륨 원전에서는 핵분열을 돕는 중성자를 따로 공급해 연쇄반응을 꾸준히 이끌어내는 과정이 추가돼야 하기에 연료로서의 매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성이 최우선이 된 지금, 토륨 원전의 단점은 오히려 장점으로 변했다. 또 기술의 발달로 선형 가속기를 원전에 부착해 토륨 원전의 상용화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이렇게 토륨 원전이 대안 에너지로 떠오르자 이를 연구하는 국가들도 많아졌다. 미국은 냉각재로 용융염을 사용하고 연료는 토륨을 사용하는 용융염원자로 개발에 한창이다. 또 중국은 이 방식을 개선한 ‘액체불소화토륨 원전’ 연구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2011년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프로그램을 세워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세계 4위의 토륨 산지인 인도는 기존 원전에 토륨을 반응시켜 우라늄-233을 얻은 뒤, 분리해 화학적으로 처리하고 다시 핵분열을 거치는 3단계 방식을 10년 이상 연구해 왔지만 최근 가속기 기반 원전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토륨 원전 개발 연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가속기 연구팀이 있었지만 프랑스 등이 중심이 된 고속로 개발에 참여하면서 별도의 연구는 중단됐다. 학계 일부에서 에너지 증폭기 연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연구는 국가 단위의 전략적 사고를 갖고 접근해야 개발이 가능한 산업이기에 지지부진한 상황인 듯 하다.

우리나라 4세대 원전의 유력한 모델인 소듐고속로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세계적 트렌드인 토륨 원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외면해서야 원전 강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우려된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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