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긴 발전사업 특성 먼저 이해해야”
“호흡이 긴 발전사업 특성 먼저 이해해야”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3.06.10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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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웅찬 KDB산업은행 프로젝트금융부 팀장
발전설비 건설 시 복잡한 리스크 잠재
금융 자문·주선 동시에 받아야 유리

 

최근 주요 은행들이 발전PF시장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전력시설 확충에 직접 나선다는 점과 다른 PF시장과 비교해 리스크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PRS제도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설비 건설과 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화력발전설비, 해외 발전사업 등 금융권 입장에서 발전PF는 새로운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특히 민간기업들의 전력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고객층이 한층 다양해진 점도 한 몫 한다.

현재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시장은 크게 교통시설 중심의 인프라사업과 학교·하수관거·병영시설 등 정부나 지자체 소유 시설물을 대상으로 하는 BTL사업(Build- Transfer-Lease; 민간투자 공공사업), 그리고 발전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PF는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되는 미래의 현금상황을 담보로 하는 금융방식이기 때문에 채권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충분한 사업성 검토를 바탕으로 대출금 상환재원 확보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PF주선이 까다롭고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이처럼 여러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동시에 다양한 종류의 리스크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발전PF시장에 본격 뛰어든 KDB산업은행은 국내 은행들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이 발전PF를 주선한 대표은행이다. KDB산업은행이 지금까지 국내 발전시장에 주선한 PF는 27건 총 8조7,000억원 규모다. 설비용량 기준으로 1만700MW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발전시설의 13%에 해당한다.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박웅찬 KDB산업은행 프로젝트금융부 팀장은 인터뷰에 앞서 최근 민간기업들의 전력시장 참여 확대에 우려를 표시했다.

기존 민간발전사 조차 3~4년 후 기저발전 확충에 따른 수익 감소를 염려하고 있는 상황에 남들이 하니까 쫓아하는 식의 사업 확대는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허가, 건설 등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발전사업의 특성상 지금 당장의 시장상황만 보고 뛰어드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 박웅찬 KDB산업은행 프로젝트금융부 팀장
27건 8조7,000억원 규모 금융주선

Q. 지금까지 국내외 발전분야 PF 참여 현황은
산업은행이 국내 사업에 PF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대규모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도로, 항만 등 인프라사업에 대해 정부가 민간자본 유치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발전분야 PF를 처음 추진한 것은 1999년이지만 본격화한 것은 2000년부터입니다. 이때가 바로 한전이 발전시설 확충을 위해 일부 민간에 허용했던 PPA사업이 구체화되면서 금융추진이 이뤄졌던 시기입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업이 안양·부천열병합(GS파워), 부곡복합(GS EPS), 율촌복합(MPC율촌)입니다.

이후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과 함께 발전경쟁시장이 열리면서 상업발전이 본격화돼 민간 IPP사업이 이어졌습니다. 광양복합(GS EPS)을 시작으로 인천복합5·6호기(포스코에너지), 오성복합(평택에너지), 포천복합(포천파워), 안산복합(에스파워) 등이 이에 해당하죠.

민간발전 확대와 함께 2007년 이후 다른 영역의 민간발전도 확대됐습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부생가스발전(현대그린파워/포스코에너지), 지역난방 및 산업단지 열공급과 연계된 집단에너지사업(현대에너지/김천에너지/별내에너지/대륜발전 등)입니다.

위에 설명 드린 사업들과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포함해 국내에서 추진한 발전사업 PF주선은 27건 8조7,000억원 규모입니다.

또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발전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사업에 대한 금융자문을 추진 중입니다. 주선 완료된 기준으로 6개 사업에 4억5,000억달러 수준입니다. 국내 발전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금융권도 향후 성장가능성 큰 해외발전 부문에 관심이 많은 상황입니다.

Q. 발전PF시장에서 타 금융권과 비교되는 강점은 무엇인지.
크게 보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기 설비금융 전문기관으로서의 역사와 조직문화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은행은 지금도 전체 대출 가운데 장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산업은행의 경우 설립이후 5~8년 이상의 장기 시설자금 공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10년 이상의 PF대출에 대한 접근이 조직 내부적으로 용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단기대출 중심의 기관이 장기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직원들의 사고방식 변화는 물론 조직체계의 뒷받침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또 하나의 강점은 발전PF에 국한해서 보면 이 분야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사업에 대한 여러 형태의 PF가 있습니다. 하지만 PF의 핵심은 해당사업의 현금흐름만으로 금융을 실행하는 만큼 불확실한 미래 현금흐름 확률분포를 금융이 가능한 수준으로 좁히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현금흐름의 확실성을 제고하는 것을 PF관련 교과서에서는 리스크 경감방안이라고 평이하게 표현하지만, 사실 이 과정이 PF의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건설기간은 물론 운영기간 동안 가능한 한 모든 현금흐름 구성부분들을 면밀히 검토해 묶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보통 특정 계약상대방과의 계약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어떤 사업이던 PF구조는 이런 제반 계약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PF추진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업구조의 창출이고, 이를 위한 금융자문이 금융자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결국 금융자문은 ‘금융에 대한 자문’이라기보다 ‘금융을 위한 자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융자문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해당 산업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제반 사업계약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런 능력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없이는 체득되기 힘든 것이죠.

발전PF, 설비효율·운영마진·민원 등 고려

Q. 발전PF시장이 다른 PF시장과 비교되는 점은 무엇인지.
사실 해외에서 PF가 가장 활발히 적용되는 부문 중 하나가 발전사업입니다. 국내에서는 민간투자법에 따라 민간투자사업에 먼저 적용됐지만, 민간의 발전시장 진출이 일찍 이뤄졌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겁니다. 아무튼 현재 국내 PF시장은 크게 인프라사업, BTL사업(민간투자 공공사업), 발전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PF도 있지만 대출기간이나 사업구조가 전통적인 PF와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인프라사업은 투자비 상당부분이 내용연수가 긴 토목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 운영기간 중 현금흐름을 고정화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대상시설을 정부가 소유함에 따라 사업이 잘못될 경우 정부가 시설의 관리운영권을 되사면서 어느 정도 차입금 상환을 보장한다는 점이 금융측면에서 안전장치로 작용합니다.

BTL사업은 시설물 준공 후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고 투자비를 정부로부터 할부로 상환 받는 개념인데, 시장리스크와 운영리스크 모두 매우 낮은 사업입니다. 할부금 상환의무가 정부에 있고 사업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할부금 수준이 충분하다면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을 수 있습니다.

발전사업은 여러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시설물이 내용연수 한계가 있는 것은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른 절대적인 효율하락, 신기술 개발에 따른 상대적인 효율하락에 직면합니다. 이와 같은 시간흐름에 따른 소유가치의 하락이 그동안 발전사업이 민간투자법으로 추진되지 못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성은 준공 시 시설물의 성능발휘가 매우 중요합니다. 크게 송전단 출력, 열효율, 가용률(availability) 등으로 표현됩니다. 인프라사업이나 BTL사업의 경우 비교적 성능에 관한 이슈는 크지 않습니다.

운영기간 동안의 리스크도 감안해야 합니다. 성능유지는 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연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문제, 예상범위 내에서의 유지보수비용 발생 등이 이슈입니다. 그러나 경쟁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적정이용률(Q) 확보와 시장가격(P)의 변동성에 따른 인프라마진 확보의 불확실성입니다. Q와 P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나열하기란 어렵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민원문제입니다. 교통시설과는 다소 입장이 다르지만 이 문제는 최근 발전사업 추진의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Q. 발전PF시장 참여 시 고려하는 사항들은 무엇인지.
앞서 말씀드린 내용 모두가 고려사항에 해당됩니다. 그 밖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장기사업인 발전PF사업이 처음부터 모든 틀을 짜서 출발해야하다 보니 이 ‘틀’에 변동성을 주는 모든 요소가 고려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려사항은 크게 보면 주민수용성을 감안한 부지확보, 송전접속점·용수·가스배관·부두 등 인프라 접근성, 혼잡도·손실계수 등 송전여건, 사업기간 동안의 전력수요와 공급전망, 환경규제·RPS제도·시장운영규칙 등 전력 및 에너지시장 제도에 대한 전망 등입니다.

이러한 고려사항은 한전의 발전자회사든 민간발전사업자든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 하나의 발전사업 만을 대상으로 발전PF를 추진해야 하는 사업자의 경우는 각 항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SMP상한제, 수익에 별 영향 못 미쳐

Q. 민간기업의 경우 신규 발전소 건설 시 금융자문을 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금융권의 입장은
금융자문을 제대로 할 만한 기관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금융자문과 주선의 이해상충을 의미할 수도 있고요. 즉 금융자문은 사업주(차주)를 위한 것이고 금융주선은 대주의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금융자문은 사업주가 좋아할 만한 내용만을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금융이 되도록 사업구조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주선까지 전체 과정을 수행해 본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기관이어야 합니다. 하나의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실제의 이해상충 부분이 크지 않지만, 자문과 주선기관이 다를 경우 두 번에 걸친 사업성검토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자문을 수행한 기관이 해당 사업에 대한 내용을 가장 많이 알기 때문에 금융주선까지 수월하게 진행되는 강점이 있습니다.

Q. 민간발전사의 경우 최근 SMP상한가격제 도입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금융권에서는 SMP상한가격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현금흐름 분석 차원에서 봤을 때 SMP상한가격제가 민간발전사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한가격이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정도로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전제에서입니다.

발전PF 시장분석 시 장기에 걸쳐 1년 8,760시간을 대상으로 시장가격과 해당 발전소 이용률, 적용가격 등을 추정하지만 특이상황 발생에 의한 과도한 SMP 상승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물론 SMP상한제는 상대적으로 메리트 오더(Merit Order; 연료비, 에너지효율계수, 탄소배출계수 등을 고려한 발전방식 우선순위) 뒷부분을 형성하는 발전기에는 큰 영향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발전소라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그 만큼 인프라마진이 축소된다는 측면에서 달갑진 않지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수익과 관련해 최근 민간발전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모든 민간발전사들이 그런지 의문이 갑니다.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공급예비율이 낮아진 일부기간에 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PF금융을 추진했던 대부분의 발전사업의 경우 20년 이상의 기간을 대상으로 분석하게 되는데 사업수익률이 높게 전망된 적이 없습니다. 리드타임이 길고 투자회수기간이 긴 발전사업의 특성상 장기 사업성분석을 필요로 하고, 예비율이 매우 낮은 현재시점에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프로젝트의 경우도 이런 특이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망되지는 않습니다.

과거 30년 또는 짧게는 전력시장구조개편이 이뤄진 이후의 시기를 보더라도 예비율이 정부 계획대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보다는 일정 진폭을 가지고 출렁거렸고 심지어 어떤 사이클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이클이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즉, 역설적이지만 예비율이 매우 낮은 시점에 시작하는 사업의 전망이 생각만큼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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