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후쿠시마는 우리 원자력계의 ‘타산지석’
(권두언) 후쿠시마는 우리 원자력계의 ‘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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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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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 원자력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일부 유럽 등 탈 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을 제공했고, 우리나라처럼 원자력발전이 에너지정책의 중심에 있는 국가에게는 원전 안전성 강화의 필요성과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겨 주었다.

이참에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은 제외하고 생각해 보더라도 원전은 양날의 검이다. 안전하게 운영할 경우 경제적이고, 환경에 주는 영향도 적은 이상적인 에너지처럼 보이지만, 만의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여타 발전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재앙을 불러온다.

특히 원자력을 발전방식보다 엄청난 위력과 후유증을 몰고 오는 폭탄으로 먼저 경험한 기성세대에게 끼치는 공포와 우려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많은 안전 관련 개선책을 수립하고 시행했다.

한수원은 상대적으로 해수면 대비 높이가 낮았던 고리원전 주변에 해안방벽을 새로 쌓고, 이동형 발전차를 상비하는 등 총 56건의 개선대책을 발굴해 2015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입해 획기적으로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중이다.

또 최근 잇단 비리에 얼룩졌던 한수원은 김균섭 사장 부임 이후 강력한 경영혁신정책으로 청렴한 한수원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우선 한수원은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업무프로세스경영) 기반의 업무혁신 프로세스를 도입·운영했다. 이를 통해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차에서 어긋난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해 비리 잠재 요인을 원천 봉쇄했다.

또 원전기자재 추적관리 IT시스템(RFID) 도입해 기자재 표면에 일련번호(QR코드) 또는 식별표를 부착함으로써 입고에서 폐기, 반출될 때까지 모든 이력을 한 눈으로 철저히 감시·통제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미국 최대 원전 운영업체인 엑셀론社의 안전담당 부사장을 안전고문으로 임명했고, 세계원자력기구(IAEA) 안전 기준(GS-R-3)의 통합운영 매뉴얼도 개발할 계획으로 있어 안전문화 확산에도 신경을 썼다.

이와 함께 한 지역에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비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제로 대규모 직원 이동을 작년에 실시했고, 올해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원자력계는 이렇게 수많은 대책을 시행하며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열 포졸이 도둑 한명을 못 잡는다는 말처럼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갖는 순간 후쿠시마의 악몽은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각성을 원자력계 모두가 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에만 있을 수 있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와 일본의 원전은 노형부터 다르니 안전할 것이라고 속단하는가? 또 나 하나쯤 부품을 속이고, 인증서를 위조해도 원전은 괜찮을 것이라고 자위하는가?

만약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원자력계에 있다면 당장 원자력계를 떠나 다른 일을 찾아보길 권한다. 우리에게 원자력은 그런 사람 하나로 무너질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너무나 소중한 에너지원이니 말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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