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사이드 스토리]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지금은 ‘쩐의 전쟁’ 중
[특집] [인사이드 스토리]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지금은 ‘쩐의 전쟁’ 중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3.02.13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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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풍·업체 비용 놓고 의견차 너무 커
사업목적 잊고 수익률 맞추기 급급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7인8각 경기와 같습니다. 정부, 주관사, 터빈, 건설, 인증, 금융, 지자체 등 사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원활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나만의 이득보다 사업 전체를 봐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이 말은 지난해 12월 한국해상풍력 창립 기념식에서 정양호 지경부 국장이 건넨 축사 가운데 일부분이다. 이번 사업이 정부 주도의 국책사업이지만 참여 기관이나 업체들의 양보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남해 2.5GW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한국해상풍력(사장 최인규)은 SPC 설립 지연으로 늦어진 이번 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현재 풍력발전시스템 업체와 EPC방식으로 최종 계약을 마무리 지으려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줄 수 있는 비용과 받으려하는 금액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풍력시스템 업체뿐만 아니라 사업 참여가 확실시 되고 있는 건설사나 인증기관의 경우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국해상풍력과의 불편한 동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상풍력(주) 출범식에 참석한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 관계자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더 달라 VS 못 준다

일반적인 발전소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대형 건설사에서 EPC방식으로 턴키계약을 체결한 후 주기기 업체를 비롯한 기초공사 업체를 선정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번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프로젝트 추진 목적이 풍력시스템 업체의 트랙레코드 확보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의 기반 마련에 있기 때문에 계약 주체가 바뀐 상태다. 즉 주기기에 해당하는 풍력시스템을 생산하는 공급사가 한국해상풍력과 EPC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을 담당할 건설사에게 하도급을 주는 형태다.

이렇다보니 아직까지 시공부분에 업무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은 터빈사들이 턴키로 수주를 받더라도 자신들이 공급할 풍력시스템 가격을 뺀 나머지 비용으로 건설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최종 계약금액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해상풍력에서 제시한 총 계약금액이 업체에서 예상한 터빈 공급가보다 낮은 경우도 있어 계약 체결에 애를 먹고 있다.

풍력시스템 공급업체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 본래의 취지에 맞게 사업을 진행해야지 자체적으로 정한 내부수익률에 맞춰 시스템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려다보니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소한 사장을 설득할 수 있는 선에서 비용을 확정해 줘야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합리적인 금액산정의 조정을 강조했다.

이에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아무리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지만 주식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는 이상 ‘똔똔’은 해야 진행할 수 있는 입장”이라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해외 사례 분석과 R&D 정보수집으로 객관적인 시스템 공급가격을 산정한 상황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검증도 되지 않은 풍력설비를 무턱대고 높은 가격에 공급하려는 업체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풍력시스템 업체 리스크 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해상풍력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터빈사와 건설사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해상풍력은 오는 3월 발전사업 허가신청을 시작으로 2015년 6월까지 100MW 규모의 실증단지를 우선 조성할 계획이다. 이후 시범단계(400MW)를 거쳐 2019년 확산단계(2GW)까지 이번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서 국내 터빈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계는 2단계 사업인 시범단계까지다. 한국해상풍력은 500MW 규모로 조성되는 실증·시범단계까지만 참여기업을 국내 업체로 제한하고 4배에 달하는 확산단계부터는 해외 업체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실증·시범단계까지면 국내 풍력시스템 업체들도 충분히 트랙레코드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한국해상풍력 측의 생각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한국해상풍력이 트랙레코드를 이유로 업체들에게 저가 계약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이나 6개 발전사도 해상풍력 분야에서 트랙레코드를 쌓는 것은 같은 입장”이라며 “자금 부담을 무조건 업체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5개 풍력시스템 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몇 개 업체가 이번 사업에 최종 사인을 할지는 묘연한 상황이다. 시스템 업체는 선투자로 풍력시스템을 설치하더라도 일정한 평가를 거쳐 한국해상풍력에서 인수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평가점수 미달로 비용을 날릴 수 있는 리스크도 가지고 있다.

 

일부 터빈사 빼고 강행

한국해상풍력은 지난 1월 30, 31일 양일간 전북 고창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실무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된 이날 워크숍에는 풍력시스템 업체를 비롯해 전력연구원, 건설사, 금융사 등 이번 사업과 관련된 유관기관 및 기업들이 참석했다.

그런데 정착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인 터빈사는 5개 업체 가운데 2 곳만 참석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두산중공업 실무진만 참석했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효성 등은 워크숍에 참석하지 말라고 한국해상풍력 측에서 통보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계약조건에 불만이 있는 업체를 배제시키더라도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본질이 잊히면 형식에 얽매이기 마련이다. 이번 사업을 왜 추진하게 됐는지 모두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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