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에서 직접 잡은 싱싱한 낙지와 박속의 향긋함
서해바다에서 직접 잡은 싱싱한 낙지와 박속의 향긋함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7.31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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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가는 길] 맛집 - 대호가든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이곳 당진에 내려와서 식당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경옥(49세)씨는 지금은 당진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안다는 <대호가든>의 사장이다. <대호가든>은 ‘박속낙지탕’으로 유명한 집. 박속낙지탕은 낙지와 박의 긁어낸 속을 함께 끊인 탕을 일컫는 말이다. 미나리, 배추 등 갖은 채소와 함께 사지를 꿈틀거리는 낙지가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웠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싱싱한 낙지가 전하는 쫀득쫀득함은 말 할 것도 없고, 특히 난생 처음 먹어보는 박속의 맛이 오묘하다. 박속은 겉으로 보긴 무와 똑같은데, 씹어보니 연근같이 이빨에 감기는 찰기가 있고 대나무 죽순처럼 향긋한 향기가 느껴진다. 김 사장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특히 햇박이 나오는 7월은 그 향긋함이 더하고 마침 그때는 낙지 또한 육질이 여린 세발낙지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박속낙지탕은 7월에서 8월초가 제철이란다.

또한 박속낙지탕 국물에 익혀먹는 칼국수의 맛이 일품이다. 여러 가지 한방재료들을 우려내 끊인 육수는 낙지의 먹과 야채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담백하고 달콤하기까지 하다. 특히 칼국수를 먹을 때 함께 나오는 간재미회를 곁들이면 그야말로 진국이다. 간재미회의 새콤쌉싸름한 맛이 칼국수의 얼큰함과 어울려 연신 젓가락을 부른다.

20여 년 전 해물전골과 생선회로 시작한 <대호가든>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자 김 사장은 단순 해물전골이 아닌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박속낙지탕. 전라도나 경상도에 비해 충청도는 딱히 내세울 만한 전문적인 메뉴가 없었는데, 낙지는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고 특히 당진에는 박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이거면 되지 않겠는가?’ 싶었단다. 낙지만을 전문으로 파는 집으로는 당진에서는 선구자격.

“우리 집은 질긴 수입낙지와가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직접 갯벌에 나가서 잡아온 낙지를 쓰기 때문에 낙지가 담백한 한편, 찰지고 감칠맛이 좋아요. 낙지 가격만 두 배가 비싸지만 수입낙지는 손님들이 먼저 알아보시거든요.” 맛에 대한 김 사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녀는 자기네 가게가 당진화력과 무척이나 인연이 깊다면서 말을 이었다. “당진화력이 맨 처음 들어설 때만 해도 주위에 식당이 몇 없어서 직원들이 매일같이 저희 집을 찾았어요. 그렇게 단골이 되면서 정든 직원도 꽤 되지요. 지금은 제 아들도 당진화력 협력사에서 일하구요, 우리 가게 리모델링도 다 발전소 짓고 남은 폐자재로 한걸요. 그래서 돈도 얼마 안 들었어요.”

고풍스런 원목의 내부가 발전소를 짓고 남은 폐자재로 지은 것이라니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한편으론 ‘아, 그런 쪽으로도 주민지원사업이 이뤄질 수 있겠구나’ 싶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취재 일행을 이끌고 <대호가든>을 소개시킨 당진화력본부 대외협력팀의 김제오 팀장이 발령으로 서울로 가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을 때, “아이구, 단골 한 명 또 사라져서 어찌하누. 뭐 이렇게 빨리 올라가신데 그래”라며 아쉬움 섞인 너스레를 떠는 김 사장. 그의 정겨움을 닮아서일까, <대호가든>의 ‘박속낙지탕’은 처음 먹어 봤는데도 무척이나 친근하고 편안한 맛이었다.

(대호가든 Tel : 041-352-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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