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에 걸친 싱싱한 손맛, 그리고 정성 <도미횟집>
2대에 걸친 싱싱한 손맛, 그리고 정성 <도미횟집>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7.31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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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가는 길] 맛집여행 - 도미횟집

백제의 개루왕이 평민인 도미의 아내를 차지하고자 온갖 횡포를 부렸지만 도미부인의 굳은 절개와 재치로 인해 실패했다는 ‘도미설화’를 기억 하는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설화 중 하나인 ‘도미설화’의 고장이 바로 보령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령에는 도미설화를 배경으로 횟집 이름도 ‘도미’라고 명명한 ‘도미횟집’이 있다. 보령 앞바다에서 그날그날 잡아 올린 싱싱한 자연산 생선회가 절로 미각을 자극하는 ‘도미횟집’을 찾았다.

덕이 많아 보이는 사장님의 넉넉한 웃음과 함께 찾은 도미횟집은 별다른 장식을 배제한 체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넓은 서해안을 배경삼아 담소를 나누고 있자니 광어가 나오기 전 이런저런 곁들임 음식들이 잔뜩 나온다. 쉽게 맛볼 수 없는 성게 알에서 부터 서해안 특유의 간재미 회, 2kg은 족히 넘을 듯한 꽃게 찜에 전복에 피조개에 고소한 산낙지까지. 오늘 아침 들여왔다는 싱싱한 해산물들 앞에서 절로 침이 넘어간다.

보령 토박이인 인재순(55) 사장은 농사를 짓고 살다가 큰 아버지의 “4남매 가르치려면 농사로는 힘들다”는 충고에 12년 전, 갯벌이 인상적인 이곳에 터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태생이 농사꾼인 그의 남편과 그에게 사람 상대하는 장사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생선 다루는 법도, 사람 상대하는 법도 모두 다 마냥 생소했지. 하지만 손님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자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더니 지금은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시고 또 음식에 만족하고 돌아가시니 보람이 있지. 그렇게 4남매 공부를 다 시켰어…”

깊은 속내를 꺼내보이듯 조곤조곤 말하던 그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눈물을 보인다. 얼마 전 먼저 세상을 등진 남편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 듯하다. 기자가 당황한 사이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들(이금일 24세)이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더니 대화를 이어간다.

“전 원래 운동을 했어요. 운동이 너무 좋아서 계속 운동을 하려고 생각했죠. 그런데 고3때쯤 앞으로 비전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업을 이어받길 원하셨던 아버지의 뜻처럼 요리를 취미삼아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죠. 은근히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조리 관련 학과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자격증도 땄고, 일본으로의 유학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갑자기 아버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직 채 배우지도 못한채 가업을 책임지게 됐죠. 어머님도 아버님 생각이 나셔서 지금 눈물을 보이시는 걸 거예요.”

인 사장은 어느 새 눈물을 닦고, 대견스러운 눈으로 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편이 없는 빈자리, 아들이 묵묵하고 듬직하게 지켜주고 있으니 그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아들이 아직 많이 배우지 못한 게 좀 아쉬워. 그것 때문이라도 가끔씩은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지만 많이 노력하고 있는 아들이 자랑스러워. 젊은 나이에 자기 하고 싶은 일도 많을 텐데. 군소리 없이 일을 하나씩 배워나가더니 이제는 제법이야.”

그런 어머니의 눈빛에 답하듯 아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앞으로 제가 완벽히 일을 마스터하고 가게를 괘도에 올려놓기까지 5년을 잡고 있어요. 물론 이 주변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오는 단골손님도 많고, 저희가게 생선회가 아니면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는 손님들도 있지만 제가 아직까지는 능숙치 않으니까요. 그런 후에는 젊음을 무기삼아 일본 유학을 갈 생각이에요.”

힘 있는 그의 말과 열정어린 눈에서 요리를 향한 자신감과 진심이 보였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인 사장의 눈에서는 아들을 향한 신뢰가 느껴졌다. 그렇게 가족에 대한 믿음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온 ‘도미횟집’은 도미부인의 굳은 절개만큼이나 정갈하고 깔끔했으며, 모든 것을 품고 아낌없이 나눠주는 서해안의 갯벌만큼이나 넉넉하고 푸근했다.

(문의: 도미횟집 042-934-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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