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이 무너지면 모든 산업 인프라가 깨지는 것”
“전력산업이 무너지면 모든 산업 인프라가 깨지는 것”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07.3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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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현교 기초전력연구원장

“전력산업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영원히 유지해야만 할 산업분야다. 전력산업 분야가 깨지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산업의 인프라가 깨지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거대한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인력양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전력산업 분야의 기술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는데도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기초전력연구원장이자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인 정현교 원장은 현재 국내 대학의 전기공학부 학생들이 순수 전기공학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 이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모든 산업의 인프라인 전력산업의 좌초를 초래하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학문의 유행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IT 산업이라는 게 요즘 새로이 각광받다 보니까 신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래에 대한 잠재력도 신기술 쪽이 훨씬 많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정 원장은 “전력분야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황은 위험하다”며 “모든 산업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전력산업이다. 그 인프라가 깨지면 다른 산업은 존재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전력산업의 인프라가 흔들리면 모든 산업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건 가장 명쾌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들이 구동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에너지가 전기이다. 석유나 원자력 등도 궁극적으로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기본적인 에너지인 전기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전력산업 분야다.”

“전력공급이 안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않지 않나?” 정 원장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수출주도형 산업에, 전력다소비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전력소비가 많은 산업들이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축이기 때문에 전력산업이 흔들린다면 모든 산업에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전기 에너지가 없이는 모든 산업은 존재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산업 분야를 유지하고 역할을 담당할 인력양성이 중요하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뤄내야 하는, 전력분야 선배들에 주어진 사명과도 같은 것이다.”

전력산업은 영원히 확대되는 산업, 전력분야 대한 인식 전환 필요

정 원장은 전력분야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우선 전력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학생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전력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모든 전력산업 분야가 공기업이었기 때문에 자체적인 홍보라던가 인력 분야에 소홀히 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전력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재고가 최고의 선점과제이며 앞으로 전력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 등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이와 함께 정 원장은 전력산업의 역동성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전력분야 공기업의 빠른 민영화를 통해 다른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지금 당장은 산업의 중요성 때문에 국가가 개입을 해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각 기업의 체질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로 경쟁 하에 노력하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어쨌든 시장경쟁의 논리가 미래에는 적용될 수밖에 없다. 시기적인 문제일 뿐이며 우리도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이다.”

정 원장은 “물론 100% 민영화할 수 없는 부분-예를 들어 원자력발전과 같이 에너지안보와 관련된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민영화시킬 수 없는 부분-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어쨌든 실질적인 체질 개선과 시장경쟁체제 수립을 위해서는 민영화가 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정 원장은 전력산업 분야는 최근 신기술이 많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기술 분야로도 발전해 나가고 있는 중임을 강조하면서 “전력산업을 결코 기존의 기술만으로 존재하고,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분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며 학생들의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전력산업은 세계적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점점 확대되면 확대됐지 절대로 축소될 수는 없는 분야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영원히 확대되는 산업임으로 비전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전력산업 분야의 중요성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될 정도로 중요한 것임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근래 각 대학의 전기공학부 재학생들 중 전기공학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으로 보는지.

산업도 유행을 따라가고 자꾸 변화하면서 학생들은 변화의 중심에 있는 분야를 따라 공부하게 돼 있다. 전기공학분야는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전력산업과 관련한 중요한 학문이지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학생들의 관심이 멀어져 이쪽 분야가 위기를 맞게 된 것 같다.

또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취업도 생각해야 하는데 한동안 IMF를 겪으면서 오랫동안 전력분야에 구조조정이 이뤄져 한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그룹의 채용이 없었다. 때문에 학생들이 전기공학분야를 외면하는 현상을 빚게 되었다.

그러다보니까 기존에는 전력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전기공학과라고 하는 것이 별도로 존재했는데, 이제는 학부제가 되면서 다른 제어계측공학이나 컴퓨터공학 등과 같이 통합돼 한 학부가 됐고, 전력 관련 과목이 학생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돼 전력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분야에서 인력채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다시금 전기공학과가 독립돼 별도로 취급되면서 요즘은 점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학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력 관련 과목이 아주 극히 제한적으로 제공이 되고 있고 그나마도 학생들이 수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분야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줄어들게 되는 거다. 그러나 이제 몇몇 대학에서 전기공학전공을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대 전기공학부의 경우는 어떠한지

서울대학교도 학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는 다른 학교들하고는 다른 부분이 있다. 서울대는 대학원이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이다. 대학원의 전력관련 교수님들이 연구를 하면서 가르친 대학원생들이 전력분야 쪽에서 많이 양성되고 있다.

하지만 타 대학은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서울대는 대학원에서 기본적으로 전력관련 인력이 양성이 되고 있기 때문에 타 대학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학부는 전공구분을 안한다.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듣는가는 개인의 선택이다. 서울대전기공학부 학생들 역시 전력관련 수강은 잘 안하는 풍경이다. 그건 다른 대학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에서는 전기전공을 따로 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일단 학부 때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대학원에서 기본적인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나름대로 기본 인력 및 고급 인력 등 전력분야의 인력양성이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전력분야와 IT분야의 기술 개발 속도나 실제 적용 등을 비교해 차이점과 문제점 등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금 우리 전력산업 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전기산업 분야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중전기기 업체들이 한국전력이 만들어 놓은 기반에 안주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미 확보된 환경 아래서도 충분히 생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구매처가 확실하게 있는 상황에서는 그 구미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자체적인 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간 모든 국내 중전기기 업체들이 국내 고객의 구미만을 맞추기 위한 기술개발 전략을 짜왔기 때문에 이게 미래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바뀐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의 모든 중전기기 산업이 처한 가장 큰 위기다. 때문에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전 세계 기업을 상대로 할 때 국내 시장에 대한 독점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구적인 노력이 이뤄질 것이고 기술발전을 꾀하는 상황이 마련 될 것이다.

각 업체들은 자기들이 어느 정도의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판단할 때는 브랜드 파워를 갖고 추측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중전기기 업체의 브랜드 파워는 세계시장에서는 무척이나 미미하다.

물론 제품을 많이 팔고 있지만 그것은 높은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기존 산업과 마찬가지로 가격적인 측면에서 해외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나라 중전기기 업체의 기술수준은 선진 회사에 비해 무척이나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중전기기 산업과 전력설비를 만드는 산업분야가 꾸준히 기술발전을 꽤하는 것만이 지속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 전기공학뿐만 아니라 이공계 전반이 침체 분위기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이공계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정책적으로 좀 더 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하고 보는지.

사실상 정부정책 측면에서 보면 현재 정부정책은 전력분야 R&D산업도 풍부하고 충실하며, 또 교수들이 전력분야 연구나 인력양성을 할 때, 지원도 충분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나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분야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해서 전기공학분야가 독립될 수 있는 대학교육프로그램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교육부의 지나친 간섭과 산학이 연결된 정책이 좀 부족한 점에서 아쉬움도 있다.

▲ 기초전력연구원장으로서 전력분야 산학연 관계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산업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외국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M&A 등으로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이 유독 외국시장을 비롯해 국내시장에서도 서로 출혈경쟁을 일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결국 미래에는 공멸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또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괴리된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이제는 산학연이 서로 머리 맞대고 서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만 한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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