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부 입장 답습… 2개월간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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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체계 매뉴얼·수요예측모델 등 개선 필요
김문덕 전 회장은 9.15 정전사태 조사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기관 특성상 세밀한 기술 분석이 필요했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정전사태 재발방지 대책과 전기학회의 대책 제안 내용 간에 조율할 부분이 있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대한전기학회는 순환정전의 기술적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26일 조사위원회를 구성,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조사위 보고서에 따라 대한전기학회가 분석한 순환정전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초기 대응 미흡이다. 당시 오전 10시 50분 이미 운영예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진 비상상황이었으나 정부 및 한전 등 관련기관의 유기적인 공동대응 지연으로 비상관리체계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 비상관리체계 매뉴얼과 관련 직원의 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또 상시수요관리제도의 도입을 촉구했다.
둘째, 전력거래소와 발전사 간 예비력 운영 및 비상조치 체계의 개선이다. 당시처럼 부하증가 속도가 예비력 투입 속도보다 빠르면 주파수가 낮아져 계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20분 내 투입 가능한 예비력을 현재의 250만kW 보다 상향 조절해야하고, 특수 상황에 대비한 적정규모 예비력(400만kW)의 투입 속도 증가에 필요한 기술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현행 수요예측시스템(LOFY 2005)의 기능적 한계다. 지금 적용하고 있는 수요예측모델에는 4가지 예측모델이 탑재돼있으나 실제 사용하고 있는 건 ‘종합분석법’ 뿐이다. 기상 및 조업활동 등 수요변화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수요예측모델의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국민 참여부족이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되는 자율절전은 당초 설계(95만kW)의 1/3 수준인 33만kW에 불과하고 이 또한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실효성 확보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대국민 협조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전기학회 측 주장이다.
큰 줄기에 가지 덧붙인 꼴전기학회 정전조사위원회는 박준호 전기학회 부회장(부산대 교수)을 위원장으로 이홍재 광운대 교수, 이근준 충북대 교수, 차준민 대진대 교수, 김광호 강원대 교수, 장길수 고려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날 가진 조사결과 발표만 보면 정부의 순환정전사태 관련 재발방지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큰 줄기에 기술적인 가지를 덧붙인 수준이다. 무엇을 위한 조사였는지 알 수가 없다고 그는 전기학회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한편 토론을 지켜본 전력계 한 관계자는 “전기학회 주요 인사 중 한사람이 이번 정전사태로 국민들이 입었을 피해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채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다”며 “전력계 모든 종사자들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