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STAR의 아버지’
원자력 등 국가 중요 연구자 대우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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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정전 계기로 구조개편 결론 내야
신재인 회장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면, 그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수학한 원자력 전문기사와 공학박사다.
신재인 회장과 다시 만난 기자는 전에 우연히 만났을 때 하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신재인 회장은 최근 9.15 순환정전으로 인해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른 상황에 대해 “지금의 어정쩡한 구조개편 상태로는 계속 이런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구조개편을 하려면 끝까지 해야 할 것이고, 아니라면 원래의 상태로 돌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라며, “원래 계획대로 발전사 민영화까지 가려면 현재의 시스템에 익숙한 상태에서 대단히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고, 반대로 기존의 상태로 돌아가려 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딜레마를 토로했다. 그러나 이 중간상태를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에게 직접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를 물어보자 그는 “며칠 전 칠레를 방문했는데 칠레는 전력산업 민영화가 완성된 나라다. 그리고 칠레는 우리보다 전력요금이 3배 가까이 비싸다”면서 에둘러 표현했다.
“본인 퇴임 둘러싼 루머, 대부분 사실 무근”
신재인 회장, 아니 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으로 더 유명한 그는 3년 전 퇴임 당시 본의 아니게 온라인에서 많은 논란이 됐다. 2008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신재인 소장은 임기를 3개월 앞두고 국가핵융합연구소장에서 물러났다.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로 우리나라를 세계 핵융합연구의 중심지로 만들고 최초 플라즈마 생성을 목전에 뒀던 상황과, 그간의 신재인 전 소장의 공로를 생각하면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과 MB정부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은 이 정황들을 두고, 음모론에 가까운 추측을 하기 시작했고, 정치색과 무관한 공학 분야 연구기관의 수장이 정권의 교체에 따라 일괄적으로 교체되는 것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물어 본 언론이 없었다”며 루머에 대해 침묵했던 이유를 웃으며 말했다.
“연구소장 교체 통보를 받고 나서 조금 의아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럴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있었죠. 교체의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 떠도는 핵융합 기술을 일본에 넘기려는 의도 운운의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일본 연구진들은 한-일 핵융합협정에 따라 우리가 일본에게서 받은 설비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것입니다. 핵융합에너지 주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국제적 핵융합연구장치인 ITER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K-STAR는 세계 연구진으로부터도 신화적 존재로 추앙받는다. ITER 개발 초기에는 가입하고 싶어도 아무 기술도 없어 주변을 기웃해야 했던 우리나라가 당당한 핵융합 강국으로 인정받게 된 데는 K-STAR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재인 회장의 공이 매우 크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식, 기술, 경영의 경륜을 쌓은 원로급 과학기술인들이 상호 정보교환과 협력기반을 확보하고 과학기술과 연계된 활동을 수행하며, 이와 관련된 기술연구 및 대안을 수립해 관련기관에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 회장으로서 일하고 있는 신재인 소장은 우리가 진정으로 과학 강국이 되기 위한 길을 이렇게 제시했다.
“특허 하나만 있어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전자 분야와는 달리 원자력이나 군사 분야 연구자들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것 때문에 발표할 수도, 또 그것이 자기의 실적이 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국가를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과학인력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이들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보람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런 배려가 결과적으로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