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나려면
(권두언)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나려면
  • EPJ
  • 승인 2011.11.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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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힘들게 살고 있는 한국인을 어여삐 여겨 세계적 천재 세 사람을 한국인으로 태어나게 했다. 뉴턴, 아인슈타인, 에디슨이 한국에 태어난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과연 한국을 구했을까?

뉴턴은 기존의 과학기술을 뒤집을 수 있는 실력을 보유했지만, 이를 시기한 주류 학계로부터 건방진 놈, 선배도 몰라보는 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왕따’가 됐다. 뉴턴은 결국 이를 못 견디고 연구계를 떠나 강남에서 잘 나가는 수능 족집게 강사가 됐다.

뉴턴은 그래도 생활고는 면할 수 있었지만, 아인슈타인은 더 심각하다. 수학과 물리밖에는 몰랐던 아인슈타인은 내신이 나빠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고졸 학력으로는 취업도 어려워 생활을 위해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지내고 있다. 에디슨은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냈으나, 규제와 급행료 등에 좌절하고 보따리 장사로 전락했다.

이는 경직되고,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사회를 풍자한 오래된 유머다. 후속편으로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 버전도 있다고 하는데 들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리아계 혼혈 사생아에 입양아, 대학 중퇴자가 한국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겠는가. 거기에다 잡스는 힘들게 창업한 기업에서 불명예 퇴진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였으면 잡스의 역사는 그것으로 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 스티브 잡스는 화려하게 부활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숭배하는 ‘애플 제국’을 만들어냈다. 하나의 기업이 이런 팬덤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애플의 라이벌이라는 삼성(한국 기업이 애플의 라이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긴 하지만)이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말했다. “항상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라는 이 말은 그의 인생을 압축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곧 죽을 것이란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에서 커다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외부의 기대, 자부심, 좌절과 실패 등은 모두 죽음 앞에서 덧없이 사라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잡스는 난치병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수많은 혁신적 제품들을 개발하고 모두 성공시켰다. 죽음이라는 도구가 그를 더욱 채찍질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잡스의 성공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잡스 같은 존재가 나타나길 바라는 사람은 본인만이 아닐 것이다. 특히 전력계에 이런 혁신적 인물이 나타나 전력산업을 몇 단계 업드레이드 시켜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했을 때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창조와 혁신적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사회적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잡스도 회사에서 퇴출된 적이 있고, 개발진들은 잡스의 아이디어를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 적도 많았다. 그가 그때마다 좌절하고 포기했다면 지금의 잡스와 애플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전력산업은 겨우 120여년 남짓한 첨단산업이다. 벌써 전력산업을 사양산업이니 하며 그 가능성을 차단하지 말고, 융합과 혁신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위대한 개성을 지금 이 땅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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