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독고용철 LS산전 이사
국산화 기술로 세계 HVDC 시장에 ‘도전장’
인터뷰-독고용철 LS산전 이사
국산화 기술로 세계 HVDC 시장에 ‘도전장’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1.08.0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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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HVDC 실증단지에 ‘변환소’ 건설
실적·경험 바탕 세계 시장 진출 초석 마련

 

시장은 늘 변화한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있는 기업이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앞서기 위해선 반 박자 빠른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경영 패러다임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의사결정은 신중하게 하라’였다면, 어느덧 21세기에는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한 발 앞선 준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 판단함으로써 신성장동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LS산전이 향후 송배전 분야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4년 전부터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온 HVDC(고압직류송전)사업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란 의미에서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LS산전은 이미 지난해 9월 HVDC 부산공장을 착공, 오는 10월 준공 예정에 있다. HVDC 부산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최초의 HVDC 전용공장과 전용시험 설비를 보유하게 된다.

인풋과 아웃풋을 명확히 따져야하는 기업 생리 특성상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 투입으로 인해 과잉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HVDC의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시장 전망은 밝다는 게 LS산전의 입장이다. 특히 KEPCO(한전)에 따르면 2020년에는 70조원이 넘는 시장이 조성될 것이라 전망돼 LS산전이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장진출에 나선만큼 시장점유율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제주 HVDC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LS산전의 HVDC 사업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독고용철 LS산전 이사를 만나봤다.

 

 

밸브·특수변압기 등 핵심기기 국산화 확대 노력

Q. ‘제주 80kV 60MW급 HVDC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참여 분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주변 국가인 러시아, 중국 및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직류 송전분야의 기술수준이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연계사업이나 동북아국가 간 HVDC 연계사업 등을 추진하게 되면 설계, 건설 및 운영 단계에서 우리의 입장은 치명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VDC 송전 관련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죠.

이에 2009년 11월 30일 한전, LS산전, LS전선, 대한전선이 공동으로 HVDC 국산화 기술개발 협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HVDC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공동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HVDC는 전기와 관련된 모든 기술이 종합된 분야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기술 개발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LS산전이 HVDC 실증단지사업에서 참여하게 될 분야는 변환소 건설입니다.

기존 변전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변환소는 교류전력을 직류로, 또는 직류전력을 교류로 변환해주는 HVDC분야 핵심 설비입니다. GIS, 초고압변압기, 정류기, 리액터, 콘덴서 등 다양한 전기장치들이 들어가는 초고압개념의 설비 집합체로 대표적인 EPC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HVDC 부산공장의 건설 의미와 추진 현황은

HVDC 부산공장은 1만2,000여㎡ 부지에 건축 연면적 5,692㎡, 지상 3층 규모로 건설됩니다. 현재 건물은 완공된 상태이며 시험설비 셋업에 따른 시간 지연으로 오는 10월경 준공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총 1,056억원이 투입된 HVDC 부산공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HVDC 전용공장과 전용시험 설비를 보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공장이 준공되면 저압에서 초고압에 이르는 교류(AC)와 직류(DC) 전력설비의 풀 라인업 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또한 이곳에서 HVDC용 핵심기기가 생산되면 부산사업장 초고압 변압기공장에서 생산될 변환용 변압기와 함께 HVDC 시스템에 대한 토털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HVDC 부산공장은 밸브 중심의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HVDC 부산공장을 기반으로 80kV급부터 단계적으로 250kV급, 500kV급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ABB와 지멘스, 알스톰 등 글로벌 중전기기 3사가 독식하고 있는 세계 HVDC 시장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Q. 제주 HVDC 실증단지 사업이 가지는 의미는

국내 HVDC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입니다. 기술 장벽이 높은 HVDC 시장 특성상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급성장하고 있는 HVDC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단계적인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이번 실증단지사업은 시장진입의 의미보다는 변환소 건설 실적을 쌓는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에서 완성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세계시장 진출에 필요한 실적과 경험 등을 가지게 된 거죠.

특히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HVDC 시장에서 우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밸브, 특수변압기 등 HVDC 핵심기기에 대한 국산화율을 점차 증대시키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건설되는 154kV 변환소 조감도

빠른 성장위해 정부지원 절실

Q. LS산전이 예상하고 있는 국내 HVDC 시장 규모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국내 HVDC 시장은 일반 가정 및 사무실에 대한 직류 송전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 연계, 남북한 계통 연결, 송변전선로 교체 및 신설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합니다.

우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전기기나 설비들이 교류를 받아 직류로 만든 후 다양한 형태의 교류로 만들어 주는 인버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류 전기 공급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변환 장치들을 각 기기 내부에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에너지 손실 및 기기의 단가 상승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보급 확대로 직류 충전 설비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 또는 공장에 직접적으로 직류전원을 공급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직류 송배전의 한계였던 직류전압의 크기를 높은 효율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으로 향후 디지털 사회로의 전이가 빠를수록 직류 송배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또한 지난 2005년 대북송전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력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가 가장 큰 논란거리였는데요. 그 대안이 바로 HVDC 방식입니다. 이는 북한의 전기 품질이 매우 불안해서 남북한 직접적인 교류 연결은 차후에 발생할 전력 불안정의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직류 전송이 최적 대안입니다. 특히 북한의 전력계통이 극심하게 불안한 상태에서 북한 전력계동에 문제가 발생 시 남한으로 파급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일정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변환소를 설치, HVDC 방식으로 평양 또는 일정지역까지 전송하는 방법이 최적 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원의 보급 확대를 위해선 송배전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도 풍력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원의 가변적인 발전출력 문제를 전력망 차원에서 해결, 신재생에너지원의 전력시스템 연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HVDC를 통한 연계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원의 유연한 전력시스템 연계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끝으로 HVDC를 활용한 기존 송전선로 대체 시장 또한 성장 잠재력이 높습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철탑을 사용함으로써 민원발생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규 송전선로 건설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Q. HVDC의 원활한 사업 성장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중국의 경우 이미 20년 전부터 HVDC 사업을 추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일본보다 오히려 세계 경쟁력은 월등한 상황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죠.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가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빠른 기술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일개 기업에서 이러한 기술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공성이 강한 HVDC 특성상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유일한 고객은 한전뿐입니다. 그만큼 수익확대의 폭이 좁다는 얘기죠. HVDC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국산화를 위한 기술 개발도 늦어지게 됩니다. 외국계 기업에 더 이상 시장을 뺏기지 않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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