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들의 장례비분담
상속인들의 장례비분담
  • EPJ
  • 승인 2010.12.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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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간의 이목을 끈 장례비분담과 부의금사용에 대한 가정법원의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혼외자녀인 갑은 홀어머니를 혼자 부양하다가 사망해 장례비로 950만원이 소요됐는데, 부의금으로 들어온 180만원을 충당하고, 그 나머지 장례비 780만원을 적자인 5명의 상속인 자녀들에게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상속재산분할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조리에 비춰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례비는 민법에 규정된 상속 순위에 따라 가장 선순위에 놓인 자들이 각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그리고 1순위 상속인들 가운데 특정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그들의 장례비부담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장례비용은 상속재산의 일부로 취급돼 상속재산분할절차에서 고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례비용의 부담은 상속에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망인과의 친족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1순위 상속인들의 장례비 부담의무는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양육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상속여부와 상관없이 인정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부의금의 성질을 장례비에 충당될 것을 전제로 한 금전의 증여로 봐서 접수된 부의금 금액이 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아닌 가족(부의금 피교부자) 별로 다르더라도 동 금원은 장례비에 우선 충당돼야 한다.

또 부의금 피교부자가 후순위상속인이거나 또는 상속자격이 없더라도 장례비로 충당돼야 한다. 따라서 부의금의 총 합계액이 장례비에 미치지 못하면, 부의금은 장례비에 모두 충당되고, 그 나머지 장례비용은 장례비를 부담해야 할 자들 가운데 상속을 받을 경우에 적용될 법정상속분에 따라서 분담해야 한다.

그런데 부의금의 총 합계액이 장례비용을 치르고 남을 경우에 부의금의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는 부의금 피교부자 별로 접수된 금액의 비율대로 각 금액에서 장례비를 충당하고, 그 나머지 금액은 각 부의금 피교부자 별로 귀속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만일 각 부의금 피교부자 별로 부의금의 금액을 확정되지 않는다면, 각 부의금 교부자의 지위에 상관없이 나머지 금액을 균등하게 분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각건대, 장례비용의 부담은 상속에 근거를 두는 것이라기보다는 망인과의 친족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장례비용을 충당하고 남는 부의금이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의해 상속인들에게 분배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오래 전에 상담한 사건을 소개하겠다. 불의의 사고로 모친이 사망하고 상속인들은 법정 상속지분에 의해 상속을 마쳤다.

그런데 상속인 중 막내딸이 모친으로부터 생전에 다른 자녀들 모르게 값비싼 다이아반지를 선물로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그러자 상속인 중 한사람인 큰 언니가 다이아반지를 팔아서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당한 유산을 가지고 있던 모친이 특별히 남자형제와 큰언니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재산을 사전증여 했는데도 반지를 팔아 나눠야 한다는 요구를 막내딸이 거절하자 법정소송까지 벌이게 된 사건이다. 인간의 물욕은 혈연의 정도 막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평소에도 사람들이 노년에 이르기 전에 상속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 민법상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중 하나를 택해 유언서를 미리 작성할 수 있는 바, 법률전문가와 상의하면 될 것이다.

부모가 자녀들의 양심이나 형제간 우의만을 믿고 사전대비를 소홀히 할 경우, 자녀들이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더욱이 오늘날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들 사이의 혈연의 정은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 그리고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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