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관점에서 본 공정사회
법적 관점에서 본 공정사회
  • EPJ
  • 승인 2010.10.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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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John Rawls)는 정의론에서 첫째로 각 개인은 정치, 사상, 양심의 자유 등 기본적 자유가 평등하게 보장돼야 하고, 둘째로 위와 같은 조건 아래에서 각자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직업과 지위에 결부된 불평등은 그 기회가 공정하다는 조건에서 허용되며, 그와 결부된 수입과 부의 분배는 가장 혜택을 못 받은 계층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공정사회’라는 담론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그런데 공정사회에 대한 욕구는 비단 인간만이 아닌 다른 영장류에게도 공통된 것이라고 한다.

미국 조지아주립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침팬지들에게 평범한 일상식인 오이를 주면 잘 받아먹지만 다른 침팬지가 최고의 별미인 포도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이를 내던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는 교수들이 평소 봉급에 불만이 없다가도 연구발표 실적이 자기보다 못한 후배가 더 많은 봉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란 공평(fairness)과 정의(justice)가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를 구체화해 출발선상에서의 실질적인 기회균등, 경쟁과정에서의 공정성 보장, 패자에 대한 부활과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공정성은 모든 영역에서 요구되는 바 시장에서는 경쟁제한적인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자 부담이 증가한 데 따른 경제적 약자에 대한 피해방지와 시장경제에서의 소비자 역할 증대를 의미할 수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지역과 학연, 정파 간 인사의 공정성과 사정에서의 공정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특히 지도층의 엄격한 법률준수가 요구되며, 직무로 인해 취득한 업무상 비밀이나 노하우를 남용, 개인적인 이득이나 인사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공정한 사회란 모든 사람에게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불공정한 사회는 탈법과 편법이 통한다.

성경에서 예레미야 선지자는 “여호와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정의와 공의를 행하여 탈취당한 자를 압박하는 자의 손에서 건지고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거나 학대하지 말며, 이곳에서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약자인 고아, 과부 및 이방인을 보호하고 정의와 공의로 억울한 자가 생기지 않는 공정 사회를 제시한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자신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개인의 권리와 풍요로움을 강조하는 자유지상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해 공동선과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를 강조했다.

서구사회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면서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당기간 우리사회를 지배해왔던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결과적인 성공만을 강조하던 사회분위기에 대한 반성의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독자들의 이런 반응은 상식이 몰각되는 정치적 현실과 청년실업문제에서 느끼는 불공평한 취업기회 그리고 지도층의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 등과도 무관치 않다.

반칙과 탈법을 저지하는 역할을 하는 공정사회, 즉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주의환기는 시의적절하다. 공정사회의 가치는 특정 시대, 특정세력에 의해 주창돼야 할 상황논리나 기회주의적 원칙이 아니다.

항상 어디에서나 준수돼야 할 덕목이자 가치이다. 정의가 물 같이,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는 사회가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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