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정관목적범위와 정치헌금 등 기부행위
기업의 정관목적범위와 정치헌금 등 기부행위
  • EPJ
  • 승인 2010.08.13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법상 회사는 법인으로서 자연인과 동일하게 일반적인 권리능력을 가지기 때문에 회사와 관련된 모든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다만 회사는 자연인만의 특유한 성질을 전제로 인정되는 신체 생명에 대한 권리의무는 없고, 회사의 법인격을 법률에 의해 부여받기 때문에 법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회사의 권리능력을 제한받는다.

한편 회사는 설립 시 정관에 목적사항을 등기해야 한다. 이때 법인의 권리능력은 정관이 정한 목적 범위 내에서 회사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정관의 목적 범위 내로 제한된다는 일부 견해가 있으나, 정관의 목적에 의해 회사의 권리능력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다수 의견이다.

판례에 따르면 회사의 권리능력은 회사 설립근거가 되는 정관상의 목적에 의해 제한되지만, 그 목적범위 내의 행위라 함은 정관에 명시된 목적 자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직간접으로 필요한 행위를 모두 포함하고, 목적수행에 필요한지 여부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결국 법원조차 사실상 회사의 ‘목적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어 법인의 권리능력은 무제한설에 가깝다.

그런데 영리회사가 정관의 목적에 기재돼 있지 않은 자선사업을 하거나 정치헌금을 기부하는 행위는 정관목적 범위에서 벗어난 행위로 간주해 허용되지 않을까?

일본의 경우 정치헌금행위는 정관목적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정치헌금을 결의한 이사들이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주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일본 법원은 정당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에게도 기대할 수 있으며 회사도 자연인처럼 사회의 구성단위로서 국가나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고, 납세의무도 부담하므로 정치헌금이 정관목적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기업의 정치헌금은 자선사업 기부와 달리 뇌물성헌금이 될 소지가 있고, 의사에 반해 헌금을 강요당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회사의 법인격은 다양한 주주의 기본권을 기초로 한다. 따라서 경영진의 기부행위가 다수 주주의사와 배치될 수도 있으며 더욱이 정치헌금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특정정당이나 정당인에 대한 경영진의 친분행위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정치헌금행위는 회사의 기본권 행사라기보다 특정경영진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정치헌금이 회사의 이익과 무관한 경우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라는 이의에 직면할 것이고, 설령 회사이익을 위한 헌금일지라도 이는 뇌물의 성격을 가져 추후 위법행위의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원 전체의 동의를 얻고 특정정책을 지지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특정 연구소가 현행법이 기업의 정치자금 헌금의 대가성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개인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으므로 법인도 정치자금 제공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법인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민주적인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참가할 권리를 갖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치자금 제공의 적격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 개념이 모호하지만 부의 불균등 시정과 사회 안정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업경영에 장애가 초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영진과 다수 주주의 동의를 전제로 기업이윤의 사회에 대한 환원 내지는 투자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정치헌금은 뇌물의 소지가 될 뿐만 아니라 다수 주주의 동의가 어렵기 때문에 허용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