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기업 본사 이전 예정 지역 반응은
전력산업 향방에 지역 여론도 뜨거워
전력공기업 본사 이전 예정 지역 반응은
전력산업 향방에 지역 여론도 뜨거워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0.08.10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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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 한전․한수원 통합 저지 성과 올려
전남도 - 판매분할된 한전 본사 이전 거부

 

향후 전력산업의 새로운 구조에 따라 각 회사들의 본사 이전 예정 지방자치단체들의 명암도 엇갈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역마다 각각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나타낸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가 이전될 예정인 경주시민들이었다. 경주시의회와 경주시민 300여명은 7월 9일 열린 ‘바람직한 전력산업구조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가해 성명서를 낭독하고, 한 때 단상을 점거하며 한전․한수원 통합 반대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경주시민들은 한전·한수원의 통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몸소 보여주며,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통합 불가론을 이끌어내는 데 큰 몫을 해냈다.

한편, 한전 본사가 이전할 예정인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나주시 소재) 관계 지방자치단체들도 한전 판매 분할 불가를 주장하고 나서 전력산업의 구조 변화는 산업측면의 이슈를 넘어 지역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발전했다.

경주와 전남의 반응을 통해 전력산업의 딜레마를 알아볼 수 있었다.

 

경주시민 빠른 대응으로 목적 달성



경주시와 시민들은 빠르고 강력한 단체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KDI 연구보고서가 발표되기 전부터 성명서를 통해 한전․한수원 통합 논의 자체를 막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경주시의회가 6월 16일 발표한 성명서에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방폐장특별법)에 따라 한수원 본사 이전은 본래의 취지대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면서 “방폐장 건설부지 안전성 논란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한수원 통합을 논의 한다는 것은 경주시민들은 용납할 수 없으며 정부는 한전․한수원 통합 움직임을 백지화하고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7월 9일 토론회 당일에는 300여명의 경주시민들이 대거 참석해 “방폐장 부지 선정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지원사업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실행한 적이 없어 경주시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경주시민들은 또 “방폐장특별법에 따른 정부의 약속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방폐장 건설 중단 등 이후에 벌어지는 사태는 우리를 기만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정부에게 있음을 천명한다”면서 한전·한수원 통합이 가시화될 경우 방폐장 건설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주시민들의 뜻대로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전·한수원 현체제 유지’를 공식화하며 경주시민들의 손을 들어줬고, 한수원도 100여명의 인원이 임시본사인 경주 성동동 KT 건물로 출근한 후 법인 등기까지 마쳐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판매 분할되면 한전 본사 쪼개진다” 위기감

반면 전남과 광주의 반응은 좀 늦은 편이었다.

애초 한전 판매기능 분할이 연구보고서에 실릴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소수였기에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당연히 한전이 온전한 모습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해 이번 연구보고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판매경쟁 및 분할이 한전 본사 인력의 축소를 의미한다는 것이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뒤늦게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전 판매부문의 경쟁체제 도입(민영화)과 관련한 정부의 전력산업구조 개편안은 수용할 수 없으며, 당초 계획대로 한전의 온전한 이전을 촉구한다”고 나섰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7월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의 ‘한전 판매부문 경쟁체제(민영화) 도입 등을 통한 전력산업구조개편안’은 한전의 혁신도시 이전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며, 혁신도시의 원안 추진을 약속한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게 하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도지사는 또 “KDI와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안에 따르면 ‘반쪽짜리 한전’이 이전한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지역민은 ‘정부가 반쪽자리 혁신도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며 실망과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며 지역의 민심을 전하고, “용역결과에 관계없이 대승적 차원에서 한전은 공동혁신도시로 온전하게 이전돼야 하며, 혁신도시 건설 사업의 정상추진을 위한 정부의 성의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의 판매 분할 반대 성명과는 별도로 정작 한전 본사가 이전하게 될 나주시장의 반응은 공식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혁신도시지원단 관계자는 “나주의 입장 역시 광주·전남과 마찬가지로 기존 한전본사 인력과 조직이 그대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주시에서 14년 동안 시민운동을 해 온 박철수 (사)나주사랑시민회 정책위원장은 “나주는 전력산업과 관련된 전문성이 없어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나주에서 한전 이전과 관련된 기대감은 매우 높다고 한다. 모든 혁신도시들이 한전 본사를 유치하려고 노력했을 만큼 한전의 상징성은 크다. 다만 어떤 형식으로든 한전은 나주에 온다는 것이 나주시민들의 인식이기에 이번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박철수 정책위원장의 설명이다.

만약 원안대로 이전한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민들은 약속 위반이라 생각해 경주와 똑같이 분노할 것이라고 박 위원장은 밝히고, 원안대로 이전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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