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총파업하면 필수유지업무 뛰어넘는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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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경쟁은 과거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연장
“우리는 KDI 용역이 처음 발표되기로 했던 6월 11일 이전에 지경부의 자료를 입수했었는데 거기에는 발전 통합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표가 연기된 한 달 동안 이 내용이 없어지고, 발전분할 유지 또는 부분 통합이 생겨난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 결과는 정부의 자리보전과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박종옥 발전노조 위원장은 연구보고서에 발전회사는 당분간 공기업 형태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언급이 있음에도 민영화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박종옥 위원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발전회사의 시장형 공기업’ 지정이다. 시장형 공기업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의해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총 수입액중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인 공기업을 말한다. 시장형 공기업 지정은 장관 고시만으로 가능해 발전노조는 이를 민영화로 가는 중간단계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박종옥 위원장은 KDI 연구보고서 대로 정부가 발전분할경쟁을 유지하고, 발전-판매 겸업을 유도하는 정책을 국회에 상정할 경우 9~10월 경 총파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발전사 인력의 56%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파업에 참가할 수 없고, 대체인력도 많이 준비돼 있어 투쟁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발전노조는 총파업시 필수유지업무를 지키지 않을 계획이며, 이에 따라 정부와 큰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옥 위원장은 발전의 판매 겸업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었다.
“KT의 예를 봐도 민영화 과정을 통해 50%를 감원하고, 모든 직원에게 판매량을 할당한 사례가 있었다. 발전-판매 겸업이 되면 발전사 직원들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판매경쟁은 과거 발․송․배전 분할이라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연장이다. 판매회사가 지역별로 생긴다면 판매회사는 저렴한 전기를 구매하기 위해 지역 송전선에서 전력을 끌어올 것이다. 이는 곧 배전분할과 다를 것 없다.”
민영화 없다는 확약 있어야 파업 안한다
KDI가 발전분할의 효과로 제시한 개별구매의 장점에 대해서도 박종옥 위원장은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전세계 유연탄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 발전 5사가 약 10%를 구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다운시킬 수 있는 충분한 규모가 되는 것이죠. 또 KDI의 저가탄 구매로 가격이 내려갔다는 말은 논리에 어긋납니다. 저가탄을 많이 사용할수록 탄소배출과 효율 등에서 문제가 생겨 실질비용은 더 들어갑니다. 실제로 튜브 손상율이 높아진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박종옥 위원장은 총파업 철회의 조건으로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확신’을 꼽았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발전사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구체적 사인을 주면 비록 3개사로 통합이 되더라도 그 정책을 믿고 갈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조합원의 의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라도 민영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불사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전노조는 7월 23일 김영학 지경부 제2차관과 면담을 갖고 노조의 입장을 설명했다. 발전노조에 따르면 지경부는 발전5사에 대해서는 현 체제를 유지하며, 민영화 및 주식상장은 안한다는 방침이고, 이와 관련한 정부 공식입장을 8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 계속 미뤄지고 있는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발전회사 사장들이 직접 교섭에 책임지고 나서도록 지도하겠다고 지경부가 밝혔다고 발전노조는 전했다.
민영화라는 당면한 적을 놓고 싸우고 있는 발전노조가 이번 정부방침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투쟁방식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