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확대 정책 이어가… 디테일이 관건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국내 최초 상업용 풍력단지로 1998년 8월 한전에 전력판매를 시작한 제주 행원풍력이 가동에 들어간 이래 26년 만인 올해 초 국내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2GW를 넘어섰다. 이로써 풍력은 국내 재생에너지원 가운데 태양광, 바이오에 이어 세 번째로 설비용량이 많은 에너지원이 됐다.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조사한 국내 풍력설비 설치현황 통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가동에 들어간 국내 풍력발전 총 설비용량은 2,041MW 규모다.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용량 144.7GW의 1.4%에 불과하지만 탈탄소화를 비롯해 에너지안보, RE100 등 글로벌 에너지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 수단으로 풍력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특히 해상풍력 프로젝트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연관 산업 생태계 활성화, 주민참여 등으로 얻게 될 경제효과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자체와 지역주민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풍력 공급망 생태계 꿈틀
올해 3월 기준 국내에 설치된 풍력설비는 실증용을 포함 총 2,041MW다. 123개 풍력단지에 걸쳐 831기 풍력터빈이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3개 사이트 124.5MW가 상업용 해상풍력이다. 올해 신규 설치된 풍력설비는 자은주민풍력(29.4MW)과 양양만월산풍력(42MW) 2개 사이트 71.4MW 규모다.
한국풍력산업협회가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우리나라 최초 풍력발전은 1975년 2월 제주 제동목장에 설치된 3kW 설비다. 당시 풍력발전기는 지금의 풍력발전시스템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단순화된 형태를 띠었다.
국내 전력시장에서 풍력이 공공성을 갖기 시작한 것은 단지형태 개발로 추진된 제주 행원풍력 프로젝트부터다. 제주 행원풍력은 1998년 2월 우선 600kW 풍력터빈 2기를 설치해 8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대형 풍력설비가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들어서다. 2002년부터 순차적으로 건설된 전북풍력(7.9MW)에 이어 제주 한경풍력(21MW), 매봉산풍력(8.8MW)이 연이어 준공됐다.
2006년에는 영덕풍력(39.6MW)과 강원풍력(98MW)이 준공되면서 풍력발전 개발사업을 대규모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2010년대 들어 대기업들이 풍력터빈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풍력산업은 큰 변화를 맞는다. 이전까지 국내에 설치된 풍력터빈은 대부분 외산으로 베스타스 모델이었다.
유니슨, 두산에너빌리티, 한진산업, HD현대일렉트릭, 삼성중공업 등이 영흥풍력(46MW), 가시리풍력(15MW), 태백풍력(16MW), 영암풍력(40MW) 등을 통해 점차 보급을 늘려가며 외산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여 나갔다.
2012년 말 발표된 서남권 해상풍력 개발사업으로 대기업들의 풍력터빈 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됐지만 이후 국내 풍력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수주 절벽에 처한 대기업들이 하나 둘 풍력사업을 접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으로 국산과 외산을 구분하는 것이 공급망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어진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품의 국내 점유율 확대 여부에 따라 국내 풍력산업 생태계에 다시 한 번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불확실성 해소할 정책·제도 일관성 필요
국내 풍력설비는 2016년 말 1GW에 이어 올해 초 2GW 보급을 달성했다. 1GW 설치에 18년이 걸렸지만 추가 1GW 보급에는 7년 남짓밖에 소요되지 않은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꾸준히 이어온 정부 정책 방향이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어 향후 시장 확대 기대감은 큰 상황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해상풍력 12GW와 육상풍력 4.5GW를 건설해 총 16.5GW 규모의 신규 풍력설비를 확충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후 육상풍력 개발 시 환경성과 경제성을 함께 고려한 보급·확산 정책을 펼치는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도 2019년 8월 발표했다. 당시 정책 이행을 뒷받침할 조직으로 풍력발전 추진지원단이 에너지공단 내에 신설됐다. 민관 합동 TF 구성으로 육상풍력 전 과정을 원스톱 지원하던 풍력발전 추진지원단은 해양입지컨설팅까지 지원 보폭을 넓힌데 이어 올해부터 정규조직인 풍력발전합동지원반으로 전환돼 운영 중이다.
2020년 7월에는 입지 발굴부터 인허가까지 해상풍력 개발을 지원하는 ‘해상풍력 발전 방안’이 발표됐다. 주민수용성과 수산업 상생에 방점을 둔 정책 추진을 통해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당시 2030년까지 준공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별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서남권(2.4GW) ▲신안(3.5GW) ▲울산(1.4GW) ▲제주(0.6GW) ▲인천(0.6GW) 등이었다.
현 정부 들어 풍력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2022년 11월 발표한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를 제시한 가운데 2030년까지 연평균 1.9GW 규모 신규 풍력설비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육상과 해상을 별도로 구분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국내 육상풍력 개발현황에 비춰볼 때 상당부분 해상풍력을 통해 목표량을 채우겠다는 의도가 담긴 내용이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이 발표된 직후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0년 19.3GW에 이어 2036년 34.1GW 규모로 풍력을 늘리는 계획이 반영됐다. 이 가운데 2030년 해상풍력 목표치는 지금보다 100배나 많은 14.3GW 규모다.
목표 달성은 차치하더라도 프로젝트 불확실성 해소로 민간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일관되고 투명한 정책·제도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