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국 입찰가가 갈랐다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국 입찰가가 갈랐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3.12.20 19: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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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유도한 상한가격 비공개 전략 먹혀
저비용 개발 인식 확산··· 국내 공급망 악영향
2023년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선정결과
2023년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선정결과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상한가격 비공개로 진행된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 해상풍력 5개 프로젝트와 육상풍력 4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상당수 사업자가 상한가격을 넘긴 입찰가격을 제시하면서 육·해상풍력 모두 공고용량을 채우지 못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12월 20일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 대한 사업자 선정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풍력 경쟁입찰에는 ▲육상 379.4MW(11개 사업) ▲해상 2,067MW(8개 사업) 규모가 참여했다. 앞서 육상 400MW와 해상 1,500MW로 총 1,900MW 이내 물량이 공고된 가운데 육상풍력은 예상외로 신청 사업자가 적어 미달을 기록했다.

관심을 모았던 입찰 상한가격(SMP+1REC 가격)은 kWh당 ▲육지 167.778원 ▲제주 173.395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전년 대비 육지는 1.722원 떨어진 반면 제주는 0.505원 오른 금액이다.

고금리·고비용 여파가 불러온 사업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발전단가를 낮춰 비용 효율적인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상한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해상풍력의 경우 육상풍력에 비해 공급망 변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금리 부담과 가중치 변동성도 커 올해 입찰에 선정된 사업자 가운데 향후 프로젝트 개발에 어려움을 호소할 사업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해상풍력 5개 사업 1,431MW 선정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 선정된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금일해상풍력 1단계(210MW) ▲금일해상풍력 2단계(390MW) ▲신안우이해상풍력(390MW) ▲낙월해상풍력(364.8MW) ▲고창해상풍력(76.2MW) 등 5개 총 1,431MW 규모다.

입찰 참여서를 제출했던 안마해상풍력1·2(532MW)와 한동·평대해상풍력은 최종 선정결과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안마해상풍력은 상한가격을 넘어서는 입찰가격을 제시해 이번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평대해상풍력은 입찰 참여자와 풍력발전지구 지정을 받은 주체가 달라 입찰 참여요건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입찰에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참여한 사업자 가운데 국내 산업기여도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자 2곳이 동시에 탈락하면서 산업계 또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육상풍력 프로젝트는 접수한 사업자의 절반 이상이 떨어진 가운데 ▲도계풍력(50MW) ▲염산풍력(49.6MW) ▲고경풍력(37.2MW) ▲하장5풍력(15MW) 등 4개 총 151.8MW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가격 초과 여부 당락 좌우
풍력업계는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선정결과에서 보여주듯 60점으로 평가지표 배점이 가장 높은 입찰가격이 당락을 좌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올해 입찰에선 비공개 처리한 상한가격을 넘겼느냐 안 넘겼느냐에 따라 사업자 선정이 갈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정부가 실질적인 경쟁 유도로 입찰가격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입찰에서 상한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통한 셈이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상풍력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가 제시한 입찰가격은 kWh당 160원 전후부터 170원 후반까지로 지난해보다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가격 비공개로 공격적인 입찰가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다보니 사업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발전단가 하락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해를 거듭할수록 상한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해라도 빨리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선정 가능성이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조건 싸게··· 국내 산업기여도 뒷전 될 판
올해 풍력 입찰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고용량과 선정용량 간 차이를 보였다. 전년 대비 3.45배 늘어난 1,900MW 이내 물량이 나온 가운데 해상과 육상으로 나눠 각각 1,500MW와 400MW 이내로 지난 11월 10일까지 접수를 받았다. 최종 선정용량은 해상풍력 1,431MW와 육상풍력 151.8MW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해에는 자료 제출이 미흡했거나 설비용량 변경허가 미준수 등으로 탈락한 사업자가 많았지만 올해에는 대부분 상한가격 초과로 선정에서 제외됐다. 이러다 보니 정량평가(입찰가격), 정성평가 배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낮게 설정한 상한가격 아래로 입찰가격을 제시한 사업자 대부분이 선정된 셈이라 국내 산업기여도 등의 정성평가 항목이 향후 경쟁입찰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입찰 시장에 고착화될 경우 국내 풍력산업 공급망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업자 입장에서 굳이 16점 배점인 산업·경제효과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입찰 평가기준이 조정되지 않는 한 향후 사업자들이 선택할 입찰 전략은 저비용 개발방식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국내 공급망 기업들이 아직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기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풍력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과 건설비용 상승에 더해 금리마저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해보다 낮은 입찰 상한가격을 결정함에 따라 사업자가 받아들이는 비용 효율적인 풍력 활성화 정책 신호는 보다 분명해 졌다.

사업자 입장에선 정부가 말하는 비용 효율적이란 의미를 가능한 무조건 싸게 프로젝트를 개발하란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해외 기업 현지화 전략 재검토 우려
이번 입찰 결과를 놓고 풍력업계가 의아해 하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안마해상풍력의 미선정이다.

안마해상풍력이 선정되지 못한 이유가 상한가격을 넘긴 입찰가격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선정 사업자들이 제시한 입찰가격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금액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안마해상풍력은 풍력터빈을 비롯해 해저케이블, 하부구조물, 전용설치선, 운송·설치 등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한 각 요소별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COE 산정을 항목별 추정가가 아닌 실제 거래금액으로 산출해 가장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입찰가격을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다수의 국내 공급망 기업들과 우선협상대상 계약을 체결하며 협업에 신경쓴 덕분에 입찰가격 다음으로 배점이 높은 산업·경제효과(16점) 평가에선 안마해상풍력이 가장 높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입찰 상한가격을 넘긴 입찰가격 제시로 내년 입찰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외적으로 국내 풍력산업 공급망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저가 제품 독려로 읽힌다”며 “올해 풍력 입찰 결과는 상한가격 비공개로 가격 경쟁을 유도해 발전단가 하락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입찰 결과로 국내 산업기여도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현지화 전략을 수립했던 해외 기업들도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번 일어나면 이슈에 그치지만 지속적으로 벌어질 경우 현상이 되듯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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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2023-12-26 23:44:12
태양광 중국이 다잠식 한다고 막더니 이번엔 풍력도 외산이 다 잠식하는데 담당자들은
일을 안하는 겁니까? 아니면 이번정부 라서 그런겁니까? 도데체 앞뒤도 다르고 정책적 리더쉽도 없고
미국은 IRA로 유럽은 CBAM으로 자국산업 앞다투면서 살리는데 우리나라는 세금으로
외국 기업살리는게 일입니까? 왜 스팸성 글이라고 하면서 차단하는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