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고금리,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전 세계 풍력발전 개발이 주춤한 가운데 글로벌 풍력시장 개발비용 흐름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12월 7일 서울 파라스파라 호텔에서 세계 풍력의 날을 기념한 ‘2023 풍력산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풍력산업 심포지엄은 글로벌 시장 현황 공유를 통한 산학연관 실질적 협력체계 구축으로 국내 풍력산업 공급망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행사는 풍력발전 공급 비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세계적인 흐름을 통해 가까운 미래 공급망 전주기에 걸친 비용 하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는 풍력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최근 개발비용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글로벌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비용 동향과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

‘한국 풍력발전 비용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선 국내외 풍력 개발비용 구조와 중장기 방향성에 관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해상풍력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HSE(보건·안전·환경) 역량 강화 필요성과 비용의 상관관계가 다뤄져 주목을 끌었다.

풍력 비용 하락 의심 여지 없어
박경일 한국풍력산업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안보, RE100 등 글로벌 에너지시장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경일 회장은 “풍력은 경제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급이 가능해 에너지안보 확보, 탄소국경세 대응, RE100 달성 등 국가와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풍력발전 비용 효율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지만 세계적 추세에 비춰볼 때 풍력은 향후 비용 하락이 가능한 에너지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한국에서 ‘글로벌 해상풍력 서밋 2024’ 개최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행사가 여러 글로벌 단체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글로벌 대전환 시기를 맞아 우리나라가 풍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필립 반 후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은 축사를 통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글로벌 풍력시장 확대 기조에 맞춰 한국도 지속가능한 풍력산업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했다.

필립 반 후프 회장은 “한국은 지리적 이점과 철강·조선·케이블 등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해상풍력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원활한 프로젝트 추진을 뒷받침할 인허가 간소화, 사회적 수용성, 입찰 예측 가능성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풍력산업협회는 이날 기념식에서 국내 풍력산업 발전과 확산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해 포상하는 ‘호민(好民) 기우봉 풍력상’ 시상식도 가졌다. 올해 호민 기우봉 풍력상의 영예는 성진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위원과 김민수 한국남부발전 전무에게 돌아갔다.

풍력산업협회는 이날 행사에서 풍력업계 공모를 통해 접수된 협회 마스코트 이름 가운데 최다 득표를 얻은 ‘윈디’를 마스코트 이름으로 최종 결정했다.

3~4GW 시장이면 비용절감 가능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리밍 차오 GWEC(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 아시아 총괄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풍력시장 비용 추세와 향후 방향성에 대해 살펴봤다.

리밍 차오 총괄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재동이 걸리고 있다”며 “낮은 금리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프로젝트들이 고금리를 포함해 전체 개발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계약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일시적 현상으로 지금까지 이뤄진 LCOE 하락 추세와 연료비 변동 부담 없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3~4GW 시장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리밍 차오 총괄은 비용 예측 가능성과 기술발달 상황에 비춰볼 때 해상풍력 확대 전망은 밝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밍 차오 총괄은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신규 해상풍력이 380GW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50% 이상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할 것”이라며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인허가 간소화·최적화와 공급망 유연성·다변화에 노력하는 동시에 전력망·인프라 확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통보다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
성진기 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간담회에는 ▲김종호 노스랜드파워코리아 대표이사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송승호 광운대 교수 ▲이기윤 녹색에너지연구원 실장 ▲한성민 한전 해상풍력사업단장 직무대행이 패널로 참석해 풍력발전 비용 하락을 유도할 선결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종호 노스랜드파워코리아 대표는 적극적인 해상풍력 확대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과 이제 막 시장을 키우려 하는 우리나라 여건을 감안할 때 발전단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뛰지 못한다고 윽박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김종호 대표는 “유럽지역의 초기 해상풍력 LCOE는 kWh당 280원 내외로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유럽은 10여 년에 걸쳐 해상풍력 시장을 늘리면서 연관 산업을 함께 키운 덕분에 최근 kWh당 70원 안팎으로 LCOE가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 불어닥친 위기를 이미 과거에도 겪은 바 있는 유럽은 당시 오래 걸리지 않아 정상화됐다”며 “지금의 성장통이 문제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계획한 시기에 맞춰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정책 예측 가능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국내 전력시장이 갖는 전통적인 경직성 때문에 풍력발전 규제 리스크가 다른 국가에 비해 크다고 분석했다.

박진표 변호사는 “해상풍력 특별법안 취지상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기존 사업자에게는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어업권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전 재무 리스크 회복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사업자가 민간기업과 직접 전력거래를 할 수 있는 직접PPA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 간과 시 비용부담 커질 수도
송승호 광운대 교수는 계통접속 불확실성을 해상풍력 시장 확대와 발전단가 하락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로 꼽았다.

송승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이 특정 지역에 쏠려 있어 송전망 확보 문제가 심각하다”며 “여러 사업자가 공동접속망을 건설·운영할 때 문제 발생 시 책임질 주체가 불명확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전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송변전설비 투자계획이 제때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며 “신속한 계통연계를 위해 송전망 건설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기윤 녹색에너지연구원 실장은 배후항만·전용설치선 등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적기 준공에 따른 수익 확보로 개발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기윤 실장은 “해상풍력 전초기지 역할을 할 배후항만은 현재 국내에 목포신항이 유일하다”며 “목포신항 조차도 면적이 작아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배후항만 부족과 전용설치선 미확보로 프로젝트가 지연될 경우 PF 불확실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배후항만은 정부 차원에서 계획 수립 후 확충할 인프라고, 전용설치선 확보는 개별 사업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렌 샤오 G+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HSE(보건·안전·환경) 역량 강화가 해상풍력 프로젝트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는 글로벌 해상풍력 개발사와 풍력터빈 제조사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조직으로 해상풍력 개발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위험요소와 사고 정보뿐만 아니라 작업 단계별 안전 절차를 공유하고 있다.

카렌 샤오 대표는 “해상풍력 프로젝트 추진 시 표준화된 HSE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개발·건설·운영 전 단계에 걸쳐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며 “개발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체계 구축에 소홀히 하게 되면 더 큰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