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진단한 국내 해상풍력 더딘 이유 ‘이것’ 때문
학계 진단한 국내 해상풍력 더딘 이유 ‘이것’ 때문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3.12.01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통 리스크 가장 커··· 송전망 건설 민간 참여 필요
배후항만·설치선 등 인프라 부족 LCOE 상승 이어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와 대한토목학회,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한국에너지법학회, 한국풍력에너지학회는 11월 29일 ‘우리나라 해상풍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와 대한토목학회,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한국에너지법학회, 한국풍력에너지학회는 11월 29일 ‘우리나라 해상풍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세계 해상풍력 3대 강국 도약이란 원대한 꿈을 안고 정부가 국내 해상풍력을 키우기 위해 10년 넘게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더딘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상황을 놓고 개화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여전히 희망고문 지속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와 대한토목학회,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한국에너지법학회, 한국풍력에너지학회는 11월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우리나라 해상풍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앞선 10월 31일 해상풍력 확대 필요성을 살펴본 자리에 이어 연속으로 열린 행사다. 에너지 관련 학회가 모여 국내 해상풍력 개발환경과 문제점을 짚어봤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날 포럼에선 ▲정부정책과 법제화 ▲해상풍력 전력계통 ▲해상풍력사업 경제성 ▲해상풍력산업 인프라 등 4개 세션에 걸쳐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세션별 토론에 나선 참석자들은 최근 원자재 가격과 건설비용 상승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전 세계 해상풍력 개발 환경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 국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개발비용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원활한 프로젝트 개발을 뒷받침할 계통연계, 인프라 확충, 공급망 활성화 등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 협력 거버넌스 구축 필요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내년 2월 제주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향후 풍력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최덕환 실장은 “내년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재생에너지도 도매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해 원자력·석탄·LNG와 같은 중앙급전발전기와 경쟁하게 된다”며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으로 현재 별도 입찰과정 없이 우선적으로 구매되던 재생에너지도 예측발전량과 입찰가격을 제출한 후 전력시장에서 낙찰 받아야 급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빈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발전단가가 높은 풍력발전의 경우 중앙급전발전기 등록 시 출력제어 빈도가 더 잦아질 것”이라며 “현행 RPS제도 아래 사업성 보완을 위해 REC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 시 REC 가격을 반영할지 아직 미정이라 사업자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배후항만·설치선 등 해상풍력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며 카보타지(Cabotage) 규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카보타지는 자국의 연안운송산업 보호를 위해 영해 내 외국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는 조치다. 우리나라는 선박법 제6조에 따라 국내 선박이 아니면 국내 항간 여객 또는 화물 운송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인현 교수는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박은 기자재 운송을 수반하고 있어 카보타지 규정에 따라 해외선박은 운항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선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진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정부 주도로 체계적인 해상풍력 개발을 유도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성진기 연구위원은 “해상풍력사업을 입지조성단계와 단지건설단계로 이원화해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앞단에선 해수부·환경부·국방부·국토부 등이 나서 입지와 주민수용성을 살피고, 착공단계에선 산업부 주도로 해상풍력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고영 RWE코리아 대표, 정태균 남동발전 부장, 전영환 홍익대 교수, 송승호 광운대 교수, 이성규 한전 실장(왼쪽 부터)이 '해상풍력 전력계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문고영 RWE코리아 대표, 정태균 남동발전 부장, 전영환 홍익대 교수, 송승호 광운대 교수, 이성규 한전 실장(왼쪽 부터)이 '해상풍력 전력계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급격한 LCOE 하락 어려워··· 기간 줄여야
해상풍력 현안을 논의할 때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송전망 부족 현상은 이날 포럼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송승호 광운대 교수는 “해상풍력의 원활한 계통연계를 위해 20GW 규모 공용접속망을 신설·보강한다는 계획이 나온 지 3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진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전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송전망 선투자가 책임 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만큼 전력계통 확충에 민간이 참여하는 기회가 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균 한국남동발전 부장도 계통 부족으로 해상풍력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민간기업의 송전망 투자 허용에 공감을 나타냈다.

정태균 부장은 “47조원의 누적적자를 보이고 있는 한전이 송변전설비 투자계획에 맞춰 송전망 건설을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미국 ISO(독립계통운영자) 사례처럼 민간기업이 송전망 건설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는 한전이나 별도 공공기관에서 맡는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성규 한전 실장은 한전 적자 심화로 송전망 투자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에 선을 그었다.

이성규 실장은 “평균 10년 정도 소요되는 송전망 건설사업에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시기는 준공 전 3년 전후”라며 “현재 한전 재무상태만 보고 미래 송전망 투자가 힘들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호 노스랜드파워코리아 대표는 개발환경과 산업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해상풍력 발전단가 하락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호 대표는 “유럽은 해상풍력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꾸준히 LCOE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과거에도 현재와 같은 경제성 문제로 해상풍력 개발이 주춤한 시기가 있었지만 정상화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해상풍력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것은 한동안 저금리 구조가 유지됐던 금융 환경도 한몫했다”며 “국내 해상풍력 가격을 짧은 시간 내에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어려운 만큼 시장 확대와 공급망 육성,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기간을 단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장환 코오롱글로벌 팀장, 이기윤 녹색에너지연구소 실장, 김범석 제주대 교수, 류상헌 동서발전 부장, 김종호 노스랜드파워코리아 대표(왼쪽 부터)가 ‘해상풍력산업 인프라’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장환 코오롱글로벌 팀장, 이기윤 녹색에너지연구원 실장, 김범석 제주대 교수, 류상헌 동서발전 부장, 김종호 노스랜드파워코리아 대표(왼쪽 부터)가 ‘해상풍력산업 인프라’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