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재무능력 규제에 신규 풍력사업 멈출 위기
지나친 재무능력 규제에 신규 풍력사업 멈출 위기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3.06.27 2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개정안 시행 임박
총사업비 1.5% 납입자본금 기준 비현실적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발전사업자의 재무능력 기준 강화가 포함된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고시 개정안이 행정예고를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어 풍력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알박기 사업자를 걸러내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기준으로 인해 건전한 사업자까지 초기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해 풍력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29일 행정예고한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고시 개정안에는 ▲자기자본 비율 기존 10%에서 20%로 상향 ▲총사업비 1.5% 납입자본금 기준 신설 ▲준비기간·공사계획인기기간 조정 ▲풍황 계측기 기준 보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란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은 발전사업허가 심사기준 가운데 재무능력을 살피는 항목에 납입자본금 기준을 신설한 내용이다.

즉 산업부 전기위원회에 발전사업허가 신청을 할 때 해당 납입자본금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납입자본금은 총사업비의 1.5% 이상이다. 최근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 신청 시 사업계획서에 기재하는 총사업비 규모가 1MW당 6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500MW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사업자는 초기 계획단계부터 최소 450억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이후 설비용량·단지설계 등 실질적 개발비용을 산출하는 세부사항은 추진과정에서 변경된다”며 “통상 7~8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해상풍력 특성상 진행 단계별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 납입자본금 기준은 일반적인 법인 투자와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관련 기준 적용 시 정액으로 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공기업의 경우 배임 논란은 물론 경영평가·감사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풍력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은 재무능력에 방점을 둔 발전사업허가기준 강화로 기획부동산처럼 수익이 될 만한 사업을 찾아 적절한 시점에 지분을 매각하려는 기획개발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풍력업계도 해상풍력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근절한다는 점에서 관련 기준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납입자본금 기준의 경우 장기 운영계획을 포함해 체계적으로 프로젝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건실한 사업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풍력업계 다른 관계자는 “자기자본 비율 20% 상향을 비롯해 재원조달계획 증빙서류 보완, 초기 개발비 지출과 조달계획을 살필 수 있도록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정을 변경한 것만으로도 사업자 재무능력을 파악하는 데 충분하다”며 “최근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해 불과 2~3년 전에 비해 이자부담이 2배 가까이 높아진 현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목적을 벗어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풍력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신규 프로젝트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