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 지식공유로 해상풍력 활성화 기반 마련해야
[인터뷰-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 지식공유로 해상풍력 활성화 기반 마련해야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2.06.29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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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투자 회피·시행착오 최소화
시간·비용 줄여 LCOE 하락 유도
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
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핵심 이행수단으로 풍력 확대를 주요 정책에 반영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 정세 변화로 에너지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전환 수단으로 해상풍력을 에너지정책 최일선에 두는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현재 13GW 수준인 해상풍력 설치량을 2030년까지 40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1GW 부유식해상풍력 개발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2030년 30GW에 이어 2050년 110GW 규모로 해상풍력을 늘릴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주 정부와 동부지역 11개 주는 해상풍력 확대에 협력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10년 전 서남해 2.5GW 해상풍력 추진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중장기 로드맵 그리기에 본격 나섰다. 이후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해상풍력 확대 목표치를 제시하며 에너지전환 의지를 담아냈다.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한 걸음씩 내딛다보니 어느덧 60여 프로젝트에 걸쳐 18GW 이상의 발전사업허가가 진행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의미 있는 성과라 평가할 수 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는 국내 해상풍력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아쉬움과 답답함을 나타냈다.

오정배 대표는 “한때 국제 보고서에 탐라해상풍력 준공실적 반영으로 ‘KOREA’가 표기되면서 향후 해상풍력 확대가 기대되는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던 순간이 있었다”며 “최근 몇 년 한국이 거론되고 있는 국제 보고서를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최하위 등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라고 국제사회에 비친 한국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해상풍력 개발에 늦게 뛰어들었던 대만이 정부 주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더니 어느 틈에 우리를 앞질러 벤치마킹을 할 대상이 됐다”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이러다 베트남에게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시장 확대에 능동적 대처 필요
오정배 대표는 해상풍력이 국내 대표 재생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발전단가에 해당하는 LCOE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선 대규모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해상풍력 활성화 정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EU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기존 55%에서 63%로 높여 잡은 것은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을 염두에 둔 계획”이라며 “글로벌 오일·가스 기업들이 대거 해상풍력 개발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사업성과 경제성 확보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유럽 해상풍력의 활성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자금 투입과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해상풍력사업 특성상 정부 주도의 개발 프로세스가 체계화돼야 안정적인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해상풍력 인허가 과정에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관여하고 있는 만큼 부처 간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투명한 정보공유란 정부부처 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술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의 지식공유를 의미한다.

오 대표는 “영국이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식공유를 기반으로 개방적인 방식의 프로젝트 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해상풍력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배후항만·전용선박 등의 인프라 구축 계획을 산업계와 꾸준히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사업자의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또 “지식공유를 통해 해상풍력 개발 시 수반되는 사업자별 중복투자도 회피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게 가능하다”며 “지식공유로 프로젝트 시행착오를 줄이게 되면 LCOE 또한 낮아져 해상풍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리뉴어블 UK 조직이 지식공유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업자가 확보한 풍황데이터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간단한 절차를 거쳐 제3자가 확인할 수 있다.

오정배 대표는 풍력업계가 시장 확대를 이끌 수 있도록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 대표는 “해외에선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실적에 대해 상당히 의아해 하고 있다”며 “삼면이 바다인데다 중공업·조선·철강·케이블 등 우수한 공급망 인프라를 갖춘 것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풍력사업에 대한 간절함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업계 스스로가 자문해 볼 시점”이라며 “지금 같은 부잣집 도련님 느낌으로는 해상풍력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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