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개발비용 다른데 같이 뛰라니… RPS 개편 시급
풍력 개발비용 다른데 같이 뛰라니… RPS 개편 시급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09.1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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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수급 불확실성에 비용효율적 사업까지 저해
발전공기업 SPC 출자 비용평가 절차 불투명
한국풍력산업협회와 기후솔루션은 9월 13일 ‘풍력 보급 활성화를 위한 RPS제도 개선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개발사 관계자들은 ▲풍력개발 특성 고려 ▲계약금액-정산가격 연동 ▲원자재 가격 반영 등 다양한 RPS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와 기후솔루션은 9월 13일 ‘풍력 보급 활성화를 위한 RPS제도 개선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개발사 관계자들은 ▲풍력개발 특성 고려 ▲계약금액-정산가격 연동 ▲원자재 가격 반영 등 다양한 RPS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올해로 도입 9년째를 맞는 RPS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풍력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사업성을 예측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특정 에너지원 쏠림으로 풍력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와 기후솔루션은 9월 13일 ‘풍력 보급 활성화를 위한 RPS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는 국내 풍력사업의 현안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에너지분야 각계 전문가들이 발제에 나서 풍력 활성화를 저해하는 RPS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개발사들이 참석한 패널토론에서는 ▲풍력개발 특성 고려 ▲계약금액-정산가격 연동 ▲원자재 가격 반영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2012년 RPS제도 도입 당시 13개였던 공급의무사는 올해 23개로 늘어났다. 공급의무량도 642만MWh에서 올해 3,892만6,912MWh(4,710만1,564REC)로 6배가량 증가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8GW 수준이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9년 20GW 규모로 2.5배 확대됐다. 외형적인 성장 규모만 봤을 때 RPS제도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이 일정부분 성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제한적이지만 발전원가(LCOE)와 REC 하락 등도 성과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태양광 확대에 치우친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개발환경이 다른 풍력을 동일한 시장에 참여시켜 비용경쟁 구조로 몰아가고 있어 풍력 사업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효율적인 풍력 개발을 위한 경매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효율적인 풍력 개발을 위한 경매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매제도 도입으로 비용효율화 유도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RPS제도의 특징으로 독특한 의무대상자와 복잡한 가중치 체계를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전기판매사업자에게 부여하는데 우리나라는 발전사업자가 해당 의무를 지고 있다”며 “제도 설계 당시 전기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 소비자에게 관련 비용을 전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에너지원별·세부유형별 차별화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함으로써 정책목표 달성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며 “이 같은 가중치 구조는 비용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저해하게 돼 결국 RPS 이행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현행 RPS제도의 한계로 수익 불확실성, 수급 불확실성, 시장효율성 저하 등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가중치가 개정되면 REC 수급변화로 신규 사업자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특히 현물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SMP와 REC 변동에 따른 이중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동시에 금융비용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며 “주요 참여주체인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계약금액과 비용정산 간 불일치로 의사결정이 복잡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비용효율적인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해외 주요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매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경매제도는 RPS는 물론 FIT·FIP 등 어떤 보급정책과도 함께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지녔다”며 “국내에 도입할 경우 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승인차액계약(VC)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전력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아닌 발전공기업과 대형 발전사들이 RPS 의무를 맡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풍력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전력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아닌 발전공기업과 대형 발전사들이 RPS 의무를 맡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풍력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 적정성 심사에 8개월 이상 소요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시나리오인 35%를 적용할 경우 연간 3~4GW 규모의 풍력발전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 이사는 “2030년 NDC 35% 강화 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기존 20%에서 37%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풍력 발전비중은 현재 1.6%에서 15% 이상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연구결과를 종합할 경우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선 약 457~50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요구된다”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태양광 348GW와 풍력 139GW 가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현재 국내 풍력설비는 1.7GW 수준이다.

권 이사는 현행 RPS제도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풍력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PS 이행을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아닌 발전공기업과 대형 발전사가 맡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란 것이다. 발전공기업은 공급의무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RPS제도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권 이사는 “발전공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고정가격계약을 맺고 이후 한전으로부터 구매비용을 정산 받고 있다”며 “이 같은 비정상적인 구매방식이 유지되면서 계약가격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통제가 이뤄져 결국 풍력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풍력사업자는 발전공기업과 체결하는 장기고정가격계약(SMP+REC)에 따라 사업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PF에 앞서 공급계약을 체결하는데 통상 이때 발전공기업이 SPC에 출자해 계약을 체결한다”며 “정부는 공기업이 SPC에 출자할 경우 사업 적정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근거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발전공기업 출자 사업에 대해 전력거래소·에너지공단 산하 위원회를 통해 가격 적정성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 국내 풍력사업은 전력거래소, 에너지공단, 산업부·기재부, 발전공기업 이사회를 거쳐 사업 적정성을 평가받는 복잡한 구조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권 이사의 설명이다. 문제는 중복된 심사업무로 인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진행과정은 물론 절차·근거가 불투명해 과도한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권 이사는 “풍력업계에 따르면 발전공기업의 SPC 출자에 따른 사업 적정성 심사에 최소 8개월에서 최대 24개월이 소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다양한 개발환경으로 인해 프로젝트마다 LCOE가 다르게 산출될 수밖에 없는데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 LCOE 하락 속도가 상대적 빠른 점을 고려할 때 여러 재생에너지원 계약단가를 가중평균해 RPS 이행비용 정산단가를 산정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풍력사업자가 정산손실을 보게 돼 있다”며 “풍력발전에 대한 원별 분리와 정산가격 일원화를 통해 사업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RPS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팀장은 신재생에너지법 취지와 달리 에너지원별 REC 공급량 쏠림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팀장은 신재생에너지법 취지와 달리 에너지원별 REC 공급량 쏠림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계약금액·정산비용 차이 없애야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팀장은 2016년 이후 REC 공급량이 수요량을 넘어서면서 지속적인 가격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에너지원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풍력 REC 발급량은 태양광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192만REC를 기록했다”며 “에너지원별 이행실적은 태양광, 바이오에너지, 연료전지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풍력발전 활성화를 위해선 비용평가로 계약 가능한 금액을 확정하기보다 계약금액 범위에 대한 기준을 정해 공급의무사와 발전사업자 간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력거래소와 에너지공단 산하 위원회를 통합하는 동시에 민간사업자도 해당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위진 GS E&R 상무는 풍력과 태양광의 개발비용 차이를 정확히 분석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 상무는 “3MW 이하 태양광의 경우 계통접속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풍력 LCOE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20MW 이상 조건에서는 풍력 LCOE가 태양광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로 국민 부담은 다소 높아질 수 있지만 연료수입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국가 비용은 낮아지게 된다”며 “최소한의 사업성을 보장하는 비용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대복 SK D&D 상무는 현행 RPS 이행비용 정산방식을 개선해야 발전공기업과 민간사업자 간 고정가격계약 체결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상무는 “계약금액과 REC 정산비용 차이로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발전공기업이 고정가격계약 체결에 적극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최소한 SPC 출자 비용평가 시 협의된 가격 수준에서 REC 정산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풍력 발전단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선 태양광 같은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현재 풍력 보급 수준으로 태양광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노광철 대명에너지 상무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사업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대책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상무는 “중국이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철광석 감산에 들어가면서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라며 “몇 년에 걸쳐 개발되는 풍력사업 특성상 이 같은 외부요인을 사업자 혼자 부담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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