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부, 발전소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불수용”
인권위 “정부, 발전소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불수용”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07.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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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기재부·발전공기업, 이행계획 밝혀
“필수유지업무 모두 실제론 외주화 유지”
국가인권위원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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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소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를 발전공기업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권고에 대해 산업부와 기재부가 불수용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해석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는 7월 15일 “생명과 안전은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위험의 외주화 문제 개선, 모든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석탄화력발전소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의 생명·안전과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 2월 22일 5개 발전공기업(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에게 관계부처와 협의해 석탄화력발전소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것을 권고했다.

산업부 장관과 기재부 장관에게는 석탄화력발전소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를 5개 발전공기업이 직접 고용하도록 발전공기업의 조직, 인력, 예산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기재부, 5개 발전공기업은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경우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상정비 분야의 경우 현행과 같이 민간위탁을 유지하되 계약기간 연장, 고용승계 등 고용안정 제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이행계획이 필수유지업무인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와 경상정비 업무 모두 실질적으로 외주화의 유지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며 피권고기관들이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위험의 외주화, 산업재해 외주화로 이어져
전기사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필수공익사업이다. 발전설비 운전업무와 정비업무는 국민의 생명·건강 및 일상생활과 밀접한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한다. 하지만 발전기, 보일러 설비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곤 외주화로 운영되고 있다.

인권위는 외주화에 의한 도급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노동자의 안전이 소홀히 취급되고 재해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또한 원·하청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경우 소통이 매우 중요하지만 원청이 직접 업무지시를 하면 도급이 불법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위험상황임에도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하청노동자 안전을 위협하고 실제 재해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5.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이 중 하청노동자 사망 비율은 40%에 이른다.

특히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5개 발전공기업의 산업재해 사망자 20명 전원, 부상자 348명 중 340명(97.7%)이 사내 하청노동자였다. 위험의 외주화가 산업재해 외주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권위는 원·하청 간 체결한 도급계약서에 기재된 임금액에 비해 하청노동자가 실제 임금으로 지급받은 금액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 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다.

이외에도 상시적인 고용불안, 필수 장비·보호구 지급 차별 등 다양한 노동인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외주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와 경상정비 업무는 석탄화력 발전시스템 운영의 상시적 업무다. 인권위는 분절화 돼 있지 않고 공정 간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업무특성상 ▲공정 간 정보공유 ▲소통체계 일원화 등 발전공기업의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장기 과제로 미뤄두기엔 시급해
인권위는 지난 2월 22일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안의 조속한 논의를 통해 입법화하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국회는 현재 계류 중인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제484호)과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488호)의 조속한 논의를 통해 도급금지 및 직접고용원칙의 이행을 위한 입법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편 2018년 12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됐다. 하지만 유사한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의 2019년 8월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에 대해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재해 현실을 고려할 때 중·장기 과제로 미뤄두기엔 사안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면서도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3년 유예 등 그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으로도 석탄화력 발전산업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을 통해 밝힌 것처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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