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행복바이러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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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옥 기자
  • 승인 2009.07.0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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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동호회]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 악기연주 동호회 ‘악당(樂黨)’

초여름에서 본격적인 여름으로 넘어가는 6월 중순께 충남 당진에 도착했다. 당진화력발전소는 기자가 꼽은 아름다운 발전소 상위 랭크에 있는 발전소다. 2004년 발전소에 대한 공원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동서발전의 정책방향이 당진화력만큼 잘 표현된 곳도 드물 것이다. 넓은 부지, 푸른 녹지…. 특히 당진화력 내 잔디공원과 분수광장, 서해의 정동진이라 불리는 석문각 등은 조경이 매우 아름다워 지역민들의 야외결혼식 장소로 인기가 높다. 이렇게 아름다운 당진화력발전소에 음악으로 고운 색을 덧입히고 있는 연주 동호회가 있었다. 색소폰, 기타, 드럼, 키보드…. 서로 다른 악기가 만들어내는 멋들어진 하모니가 푸른 6월의 하늘 위로 너울지고 있었다.

당진화력본부 본관 강당. 유니폼을 입은 십수명의 당진화력 직원들이 악기를 조율하고 막 연습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평일 점심시간을 쪼개 연주 연습을 하고 있는 당진화력 악기 연주동호회 악당(樂黨)의 회원들이다.

지난해 결성돼 창단된 지 이제 갓 1년을 넘긴 악당은 당진화력본부의 유일한 악기 연주 동호회다.

색소폰을 즐겨 부는 김은기 당진화력본부장의 적극적인 협조가 동호회 결성의 주요 동인이 돼 만들어지게 됐다는 이 동호회에는 기존에 능숙하게 악기 연주를 하던 사람들 보다는 동호회에 들어와 처음 악기를 접하고 연주의 재미를 배워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악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악기맹’이 석달, 반년, 그리고 한해의 시간을 넘길수록 좀더 능숙하게, 조금씩 더 큰 재미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당에서 연주 연습을 하는 악당 회원들의 표정, 동작 하나하나에 열정이 가득 묻어나오는 것만 같다.

악당의 임원진 구성은 양동철 회장(기술지원실 환경관리팀장)을 중심으로 부회장, 총무, 부총무, 악장으로 짜여있다. 악기 구성은 기타 7~8명, 색소폰 5명, 드럼, 키보드, 트럼펫, 플롯 등으로, 색소폰과 기타의 경우 1주일에 1번씩 외부강사를 초빙, 레슨을 실시하고 있다.

악보조차 못 보던 사람들
음악에 눈을 뜨다

회원들 모두 10월에 있을 연주회 연습으로 한창 분주했다. 오는 10월 중순경 당진문예의 전당에 지역의 악기연주 동호인들과 합동연주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주회에는 현대제철을 비롯한 당진군 내 위치한 기업체 동호회와 지역 음악학원 원장, 의사나 지역의원 등 개인적으로 취미 활동하는 사람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악당에서는 개인 2곡, 합주 2곡으로 해서 연주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합주곡은 김동규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로 선곡, 한창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연습 삼아 합주곡 중 한곡을 들려달라고 부탁하자 남원재 총무(기술지원실 환경관리팀 과장)이 색소폰을 꺼내들었다.

처음엔 긴장해서인지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가 싶었는데 곧 제 페이스를 찾고 듣기 좋은 고운 선율을 뽑아냈다.

색소폰의 경우 연습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듣기 좋게 연주하려면 5년의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폐활량이 좋지 못하면 길게 내리 빼는 부분에서 소리가 일정치 못하거나 중간 중간 끊기듯이 들리게 된다.

악당 회원들 중에서도 남 총무는 색소폰을 배운 지 1년 만에 실력이 일취월장한 케이스로 손꼽힌다. 1년 간 점심시간 동안만 잠깐씩 연습한 것으로는 들리지 않는 멋들어진 색소폰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남 총무는 요즘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처음에는 악보 보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아서 힘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악보 보는 것도 수월해지고, 연주 실력도 늘게 되니까 점점 욕심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악기 연주와 함께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공부도 해보고 싶습니다.”

드럼 치는 산모, 관중으로 만난 인연
각양각색 ‘걸물들’이 모이다

드럼 치는 산모라고 들어는 보았는지. 악당에 가면 능숙하게 드럼을 연주하는 산모를 볼 수 있다. 곧 출산예정일이 되간다는 만삭의 한 여성회원이 기자를 위해 드럼 연주를 들려줬다. 몇 달 연습에 참가하지 못해 드럼을 치기 민망하다는 말과는 달리 스틱을 두드리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드럼을 치는 중간에 복 중의 아기가 리듬에 맞춰 발장단을 추기도 했다고 말해 듣는 이들이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대학 때부터 기타에 관심이 많아 지금은 수준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 회원은 지난해 악기 동호회가 만들어짐에 따라 회사에서도 취미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 더 활기차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원은 학교 다닐 때도 기타를 쳤는데 당시 관중으로 자신의 공연을 보러온 학생과 인연이 돼 결혼에 골인, 지금은 ‘평생의 팬’으로 곁에 있게 됐다고.

당진화력발전소의 악기 연주 동호회 악당은 연주 동호회가 없는 타 사업소의 경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악당 회원들은 퇴직행사, 송년회 등 발전소 내 행사에서도 종종 참여해 공연을 함으로써 회사 직원들에게 여러 번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 중 경석영악장(경영지원실 총무팀장)은 지난해 퇴직행사에서 멋진 색소폰 연주를 함으로써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동호회 이름을 알리는 데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동철 회장은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해 앞으로는 소내 행사 외에도 분기에 1번 정도씩은 정기적으로 연주회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악기 연주는 결국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끈질기게 스스로 노력해야 실력도 늘고 다른 회원들 간의 하모니도 이룰 수 있다.”

양 회장은 회원들에게 “뻔뻔스러워지라”고 주문한다.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당당함, 자주 못 나오더라도 시간이 되면 언제든 거리낌 없이 나와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뻔뻔함을 지니라는 것이다.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뻔뻔해’ 질 수 있도록 양 회장은 앞으로 연주회를 자주 갖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부딪쳐보고 그러면서 재미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10월 예정된 당진문예의 전당에서의 연주회 참가는 물론이고, 하반기에는 발전소 내 분수대 앞에 모여 야외연주회를 열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자주 모여 연습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주 공연을 하게 되면 될수록 회원들의 마음도, 또 그들이 전하는 행복바이러스로 인해 듣는 이들의 마음도 모두 풍요로워질 것이다. 다음 당진화력발전소를 찾았을 때는 누구보다도 먼저 이들의 고운 선율이 기자를 반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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