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너지공사, 코로나 방역보다 잿밥에 관심
서울에너지공사, 코로나 방역보다 잿밥에 관심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04.20 0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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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언론에 의료진 지원 보도 안 돼 감사실서 징계 요구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 사장·상임감사·노조 등 현장 찾아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서울에너지공사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료진에 컵밥을 지원한 활동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당직원을 징계 처분한 조치를 둘러싸고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조직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서울에너지공사 감사실은 지난해 11월 ‘광고·홍보사업 관련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예산낭비 ▲업무처리 부적정 등의 사유로 담당직원 3명 경징계와 1명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해당 직원들은 감사결과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지만 재심의 결과 기존과 동일한 결정 처분을 받았다.

이번 특정감사 처분이 광고·홍보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목잡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 지원활동 홍보를 두고 징계 처분을 내린 서울에너지공사 감사실에 대해 안일한 방역의식을 갖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이저 언론 운운… 편협한 언론인식 드러내
서울에너지공사 감사실이 의료진 지원활동 홍보를 지적한 사안은 지난해 9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에너지공사는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관내 보건소 6개소와 서울서남병원 등 8개 의료기관에 총 468상자의 컵밥을 지원했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에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은 물품을 전달한 순수하고 따뜻한 행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실이 당시 행사의 홍보활동을 지적하며 이후 담당직원을 징계 처분하면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사실은 대대적인 계획아래 추진한 의료진 지원사업이 취지에 맞지 않은 행사운영과 보도 등으로 인해 의미가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사가 함께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으로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구매해 전달한 만큼 특별한 의미를 갖는데 메이저 언론사에 보도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행사가 묻혔다는 것이다.

결국 메이저 언론사를 동원해 전국적인 챌린지로 부각시킬 수 있었는데 담당직원이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아 홍보 기회를 놓쳤다는 게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다. 서울에너지공사 감사실 스스로가 메이저 언론이란 표현을 쓸 만큼 편협한 언론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공산품 컵밥 구매가 전통시장 지원?
서울에너지공사가 의료진 지원행사를 가졌던 당일 발표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4명이었다. 최근 500~600명대를 오르내리는 수치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지만 당시 9월 한 달 1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상황이라 방역을 게을리 할 수 없었던 시국이었다.

당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2.5단계에 2단계로 낮아진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이다. 특히 추석연휴를 앞두고 방역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활동 최소화를 연일 당부했다.

온 국민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일상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 지원활동의 전국 확산을 기대하며 현장 홍보활동을 펼치려 한 것에 대해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당시 서울의료원에서 진행된 물품 전달식에는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을 비롯해 노조위원장, 상임감사 등이 직접 참석했다.

서울에너지공사 감사실이 밝힌 당시 의료진 지원사업의 특별함도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정국에 들어간 지난해 연초부터 이미 의료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각종 지원활동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었다.

형식과 방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 등도 모두가 뜻을 모아 의료진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했다. 이들의 의료진 지원활동 목적은 단 하나였다.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지구시민운동연합 전북지부는 지난해 4월 회원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서울의료원과 대구의료원에 컵밥 등의 물품을 지원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해 2월 서울의료원에 딸기 등 과일을 전달하며 의료진 지원과 함께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농산물시장 살리기 의미까지 더했다.

서울에너지공사 감사실도 당시 의료진 지원활동이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물품으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전통시장 살리기 의미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산품 형태로 제작된 대기업 컵밥 제품을 전통시장 내 마트에서 구입한 것을 두고 전통시장 상인을 지원한 것으로 표현하는 게 적절한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의료진 지원활동 취지와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메이저 언론 운운하며 홍보 미흡을 지적한 서울에너지공사 감사실의 이번 징계 조치가 합당했는지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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