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톡톡] 텍사스 정전사태가 남긴 교훈
[전력톡톡] 텍사스 정전사태가 남긴 교훈
  • EPJ
  • 승인 2021.03.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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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최근 미국 텍사주를 덮친 영하 20도 수준의 기록적인 한파로 지역주민 400~500만 명이 정전피해를 겪었다. 난방·수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력공급이 한순간 끊기면서 도시전체가 마비된 것이다.

이번 텍사스주 블랙아웃 사태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리스크가 확인됐다는 해석에서부터 전력시장 개방이 화를 불러왔다는 분석까지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하나하나의 이유들이 모여 대규모 정전이라는 사고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을 풍력발전 탓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일부 보이는데 이 같은 주장은 지엽말단적 이슈 몰이에 불과하다. 한파로 인한 발전설비 가동정지는 풍력뿐만 아니라 LNG, 석탄, 원전 등 모든 에너지원에서 동일하게 발생했다.

텍사스주의 발전비중 또한 풍력은 20% 내외 수준에 불과하고 절반가까이를 LNG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 석탄발전과 원전 등이 전력공급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풍력발전 정지가 이번 정전사태에 일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콕 집어 정전을 불러온 핵심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태의연하게 풍력발전의 변동성을 지적하기보단 전력망 안정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ESS 보급 확대나 P2G 기술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는 게 좀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3,000만 명에 육박하는 주민이 거주하는 텍사스주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연평균 기온이 20도 수준으로 우리나라 5~6월 기온과 비슷할 만큼 따뜻하다. 이 같은 기후환경이 혹한에 대비한 전력설비 투자를 등한시하게 만든 것이다. 이미 10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지만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블랙아웃으로 이어졌다.

텍사스주는 전력시장 경쟁도입의 대표적인 모델로 유명하다. 1999년 전력시장 민영화가 도입하면서 값싼 전기요금을 제공하기 위한 민간기업들의 경쟁이 이어져왔다. 이 같은 전력시장 민영화로 실제 텍사스주의 전기요금은 미국 평균보다 20%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과열된 전기요금 경쟁으로 인해 사업자들이 시설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수요에 따라 전기요금을 탄력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전기요금체계를 바꿨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전력수요 급등에 대비해 시설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정전사태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내야하는 가구들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지금 같은 특수상황을 고려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결국 무리한 비용경쟁을 촉발한 전력시장 개방이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전력시장 자유화는 전기요금 하락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텍사스주 정전사태에서 보듯 전력설비 투자 회피로 인한 블랙아웃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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