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외 2권
선량한 차별주의자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9.08.0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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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1만5,000원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 시간이 더 걸리니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장애인의 시외버스 탑승에 대한 토의수업에서 한 학생이 한 말이다. 일부러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닐 테다. 그렇다면 어떻게 장애인이 돈을 더 내야 공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차별을 보지 못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를 1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룬다. 먼저 모든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 한들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우리가 보지 못하는 차별을 알아채기 위해선 자신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특권은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그때 발견할 수 있다.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서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외버스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차표를 사도 버스를 탈 수가 없다. 타인은 갖지 못하고 나는 가진 어떤 것, 여기서는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특권이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1만4,800원

이 책에서 작가는 한층 더 예리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내적인 갈등을 조명한다.

소설 속에서 삶은 상실의 연속이자 상실 이전의 삶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는 과정이다. “어쨌거나 그들 모두 그 시간을 버티며 통과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생존자이지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삶이 끝나기 전까지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현재진행형의 행위다.

아물지 못한 상처와 채워지지 못한 욕망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쑥 고개를 쳐들고 인물들에게 고통스러운 과거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소설이 말하는 삶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 자신의 상처가 타인의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가리고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의 고통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한 몰이해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관객을 필요로 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객석은 늘 텅 비어 있다. 고립된 공간에서 텅 빈 객석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부르짖는 인물들을 작가는 고요하고도 침착하게, 그러면서도 대담하고 가차 없이 묘사한다.

카시지(Carthage)
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동네 / 1만8,500원

뉴욕주 북부 카시지에 있는 산림보호구역에서 19세 소녀 크레시다 메이필드가 실종된다. 울창한 수풀 속에서 뱀이 허물을 벗듯 사라진다. 절망한 아버지는 딸을 찾아 산속을 헤매던 중 새끼 암사슴의 사체를 딸로 착각하고는 울부짖다 탈진한다.

대대적인 수색이 펼쳐지고 경찰은 뜻밖의 용의자를 확보한다. 소녀의 언니 줄리엣이 사랑했던 전 약혼자 브렛 킨케이드 상병이다.

전쟁터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돌아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참전용사의 차에는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핏자국과 머리카락이 남아 있다. 목격자에 의하면 그는 그날 밤 크레시다와 만난 마지막 인물이다. 메이필드 가족은 딸을 영원히 잃을 가능성과 씨름한다.

그날 밤에 대한 상병의 기억은 혼미하고 가장 폭력적이고 끔찍했던 이라크 전장의 살인 기억과 지독하게 얽혀 있다. 가족은 참담한 심정으로 상병의 모호한 진술과 그 후 진행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의 재판을 지켜본다.

7시간의 심문 끝에 결국 자백한 상병은 20년형을 선고받고 국경 근처 최고 보안수준의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소녀를 죽이고 시신을 강물에 유기했는지 진실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메이필드 가족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극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처한다. 종교의 위로와 용서로, 또는 완강한 침묵과 회피로, 또는 불같은 분노와 부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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