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전력산업 표준 우뚝 선 ‘KEPIC’… 보급 넘어 활성화 가속
[인터뷰-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전력산업 표준 우뚝 선 ‘KEPIC’… 보급 넘어 활성화 가속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9.08.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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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협회, 8월 27∼30일 정선에서 ‘2019 KEPIC-Week’ 개최
원자력·화력·신재생·송배전 등 전력설비 기술현안 공유
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전력설비에 적용되는 기술기준 국산화를 위해 개발한 KEPIC의 현장 적용과 세계화를 모색하는 전력계 소통의 장인 ‘KEPIC-Week’가 올해는 강원도 정선에서 펼쳐진다.

대한전기협회(회장 김종갑)는 전력산업계 기술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KEPIC 적용 활성화를 위한 현장 기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전력계 화합 마당인 ‘2019 KEPIC-Week’를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강원도 정선에 소재한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 개최한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KEPIC-Week는 원자력을 비롯해 화력·신재생·송배전 등 전력산업 전반에 걸친 설비와 기기의 안전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현안을 살펴보는 정보 공유의 장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현장 실무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력계 기술정보를 교류하는 학술대회를 넘어 산업계 목소리를 담아내는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EPIC 적용 확대라는 기본적인 틀을 지켜가면서 당시 이슈가 되는 기술현안을 짚어보고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열린 행사로 치러진 덕분이다.

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은 KEPIC-Week의 가장 큰 특징으로 현장 기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꼽았다.

김종해 처장은 “2003년 ‘품질주간’이란 이름으로 처음 열린 KEPIC-Week가 품질·제도 분야를 넘어 전력산업 전반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참석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열정적으로 행사장을 찾아준 현장 실무자들 덕분에 단순한 학술대회가 아닌 현장 밀착형 워크숍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무리 훌륭한 산업표준이라 할지라도 사용자그룹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협회는 전력설비의 안정성과 품질확보를 위한 방향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기술과 활용방안 등에 대해선 산업계가 모여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KEPIC-Week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KEPIC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종해 처장은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올해 KEPIC-Week 행사가 실무자로서 참여하는 마지막 자리인 셈이다.

25년간 KEPIC과 함께 해온 김종해 처장은 태동기와 개척기를 거친 KEPIC이 이제 활성화로 접어들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업계가 표준 내용을 사전에 인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업무적 효율성과 경제적 이점 등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송배전설비 내진·가스터빈 표준화 등 논의
대한전기협회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KEPIC-Week 행사를 산업계 관심과 최신 기술동향 등을 종합해 주제별로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세미나와 워크숍을 세분화했다. 26개 세션에 걸쳐 160여 편의 논문을 만나 볼 수 있다.

행사 첫날인 8월 27일 열리는 원전해체 관련 워크숍에서는 산업육성 전략을 비롯해 ▲KEPIC 표준화 방안 ▲시장분석 ▲고리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현황 등 다양한 주제발표가 예정돼 있다.

정부가 원전해체 기술표준화를 위해 KEPIC 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만큼 향후 표준화 연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또 원전해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유관기관 간 정보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발전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발전용 3D프린팅 R&D 현황 워크숍’도 행사 첫날 열린다. 대한전기협회는 2016년 KEPIC-Week 행사 때부터 3D 프린팅 관련 워크숍을 마련해 이 분야 기술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전기협회는 이외에도 ▲KEPIC 전기분야 국제표준화를 위한 IEEE 전문가 초청 세션 ▲KEPIC 인증업체 기술교류회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운영현황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김종해 처장은 “송변배전 분야가 KEPIC 구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관련 설비 내진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은 만큼 ‘송배전 전력설비 내진 워크숍’도 마련했다”며 “전력연구원을 비롯한 강원대·건국대 등에서 내진 분야 기술현안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LNG발전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가스터빈의 표준화 필요성을 공유하는 자리도 가질 계획”이라며 “외국기업이 국내 가스터빈 시장을 독차지하게 내버려 둘 것인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Book 구축으로 KEPIC 활용도 높여
KEPIC은 1987년 정부의 전력기술 자립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프랑스·캐나다 등 해외에서 설비를 들여와 원전을 건설하고 있을 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원전마다 다른 국가 기준이 적용돼 기술자립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결국 우리만의 기준을 가질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KEPIC 개발이 시작됐다.

초기 KEPIC 개발은 한전이 주관했지만 1995년 KEPIC 초판 발행을 앞두고 한전에서 대한전기협회로 KEPIC 개발과 운영 전담업무가 이관됐다. 이 시기에 당초 원전기술 자립정책으로 시작한 KEPIC은 화력발전까지 적용 가능한 전력산업기술기준 개발로 확대됐다.

대한전기협회는 1995년 11월 1만2,000여 쪽 분량의 KEPIC 초판을 발행했다. 이후 5년 주기로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KEPIC을 내놨다. KEPIC 2015년판의 경우 총 7개 분야 480종으로 구성된 7만5,000여 쪽 분량의 국·영문판으로 발행됐다.

대한전기협회는 KEPIC 사용자의 이용 편의성과 현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016년 e-Book 시스템 구축에 이어 지난해부터 모바일 e-Book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종해 처장은 “KEPIC은 1987년 표준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고유의 표준 개발에 착수한 태동기를 거쳐 점차 외국 표준을 대체하며 우리나라 전력산업 표준으로 도약했다”며 “이제는 우리만 사용하는 표준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에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KEPIC 세계화에 앞서 국내 산업계가 표준에 대해 이해하고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KEPIC 코드를 사전에 이해하고 있어야 효율적인 업무 추진이 가능하고 예기치 못한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UAE 원전 수주로 KEPIC 세계화 첫발 내딛어
KEPIC은 원자력을 비롯해 화력발전·송변배전설비 등 모든 전력산업 설비에 적용된다. 원전의 경우 한울 5·6호기 건설 시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신고리 1·2호기 이후 건설된 모든 신규 원전에 적용되고 있다. 2009년 수주한 국내 최초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에도 전면 적용돼 세계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화력발전의 경우 원전과 달리 고시에 따른 강제 사항이 아니라 KEPIC 적용은 전적으로 사업자 선택이다. 그만큼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부발전의 영월천연가스발전이 최초로 KEPIC을 전면 적용한 사업이다. 이외에 영흥화력 3·4호기, 하동화력 7·8호기, 서울복합 1·2호기 건설에도 KEPIC이 적용됐다. 중부발전의 신보령화력 1·2호기는 초초임계압발전에 KEPIC이 적용된 첫 사례다.

김종해 처장은 25년간 KEPIC 업무를 맡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한국의 UAE 원전 수주를 꼽았다.

김 처장은 “2009년 UAE 원전 수주로 우리나라가 바이어마켓에서 셀러마켓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세계 시장에 한국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동시에 미국·캐나다·프랑스·러시아·일본 등과 함께 원전 강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 주도로 2006년부터 추진된 다국 간 설계평가프로그램(MDEP)에 참여하고 있다”며 “미국의 ASME, 캐나다의 CSA, 프랑스의 RCC-M, 러시아의 PNAE-G, 일본의 JSME와 함께 우리나라의 KEPIC 등 6개국 표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스터빈·수력 등 표준화 개발 필요
대한전기협회는 KEPIC의 미래 비전을 ‘Advanced Standard & Global Partner’로 정했다. 즉 KEPIC 표준화 기술 선진화로 KEPIC을 국제적인 표준과 대등한 수준으로 도약시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전 달성을 위해 ▲고유성 ▲전문성 ▲국제화 ▲적용성 ▲경제성 등 5가지 추진전략도 수립했다.

김 처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이어 2013년 국내 원전비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원자력계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 같은 일련의 사태들로 오히려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KEPIC 코드 준수의 필요성이 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원전해체는 물론 가스터빈·재생에너지·수력 등 KEPIC 표준화 개발이 필요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남은 시간 동안 KEPIC을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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