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믹스만 바꾸는 에너지전환, 지속가능하지 않아
전력믹스만 바꾸는 에너지전환, 지속가능하지 않아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9.05.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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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토론회 열려
에너지전환 필요성 공감··· 정책적 대안 수립 기대
5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선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패널토론 모습)
5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선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패널토론 모습)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그동안 전력산업은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가장 큰 정책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과 국민안전도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원전·석탄에서 가스·재생에너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전환보다 전기요금, 전력시장 제도 개선, 구조개편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삼화 의원은 5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손학규·오신환 의원을 비롯해 홍의락·이종배 의원,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발언 중인 김삼화 의원
발언 중인 김삼화 의원

김삼화 의원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추진되면서 요금 인상과 전력수급 불안 등을 놓고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전과 발전공기업은 물론 민간 LNG발전사들도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며 “현행 전력시장 경제급전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의 정책목표 달성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과거 전력산업 구조와 전력시장 제도를 새롭게 개선해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삼화 의원은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요금과 제도는 그대로 둔 채 전력믹스만 바꾸는 에너지전환은 부작용만 가져올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에서 모인 의견을 토대로 전력시장 제도와 전기요금 개선방안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민간LNG발전 ‘돌리면 돌릴수록 손실’
박진표 변호사는 전력시장 메커니즘을 둘러싼 법적 갈등과 대안의 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민간LNG발전소의 경우 변동비 산정방식에 있어 “실제 기동비용에 대한 보상과 계통제약 발전시 변동비 보상이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어 “부정확한 변동비 방식으로 실제 변동비 보상이 어렵도록 구조적으로 편향 설계됐다”며 정당성·합리성 결여와 함께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용량요금(CP)의 취지는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공급예비력(설비용량) 확보에 있다.

박진표 변호사는 “예비율·송전손실·이용률·배출계수는 공급예비력 확보와 무관하다”며 “용량요금(CP)과 연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 단위 공급예비력 기여도가 같은 발전기들을 다른 요소로 차별할 근거가 부족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박진표 변호사는 “특정 발전소를 대상으로 삼은 용량계수는 평등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며 “근본적으로 용량의 가치는 인위적 용량요금이 아니라 용량시장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규제체제 하에선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진입규제·가격규제 폐지를 통해 경쟁시장체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가격체계 합리화·시장 가격기능 활성화 강조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2001년 4월 발전부문이 분할되고 경쟁체제가 도입된 후 배전분할 및 판매경쟁 도입이 중단되고 과도기적 형태로 18년간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송·배전 및 판매시장은 그대로 두고 도매시장의 정산 또는 수익배분 방식을 수차례 변경하는 등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새로운 사업 및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데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요금에 비용을 제대로 반영해 자원 배분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점을 언급했다.

이유수 본부장은 “현재 도매시장의 거래 및 정산방식의 변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 즉 정산조정계수 적용부터 청산해야 할 것”이라며 “도매시장 현물거래 비중을 축소하고 장·단기 계약시장을 활성화해 가격과 물량공급의 위험성을 방어(hedge)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발전사 비용자료 제출이 아니라 가격입찰로 전환해 에너지시장 입찰로써 현재 용량요금제도를 대체하고 별도의 용량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그는 도매시장 운영시스템의 변화와 판매시장 개방을 추진하더라도 가격체계 합리화 및 시장 가격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공정경쟁 기반 위에 효율적 자원 배분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이유수 본부장은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전력산업의 미래 모습은 기술과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는 시스템과 시장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 에너지정책 등 장기간에 걸쳐 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선 시민사회 참여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조강욱 전력거래소 시장계통개발처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이 어느 정도 수렴됐다고 본다”며 “만일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지속해서 보완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 집단은 편향되지 않고 적정 공급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직·간접적 비용이 얼마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전문가 집단은 시민이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제도까지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는 다수의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개방돼 있는 보편적 시장제도일 수 있다. 또는 간접적으로 개방돼 있는 자율성이 보장된 독립위원회 등일 수도 있다.

조강욱 처장은 또 현재 전력시장 체제를 둘러싼 법적 갈등과 비효율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현재의 전력서비스 공급 체계를 둘러싼 규율 체계는 혼합방식으로써 다소 엉거주춤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며 “전지적 규제 작동의 엉거주춤한 사례는 민간석탄발전기에 대한 표준투자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시장의 원리를 보완하는 스마트한 규제에 의한 규율의 엉거주춤한 사례는 용량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강욱 처장은 “규제체계와 시장 제도의 흠결이 있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그 흠결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토론회 전경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토론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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