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블록체인으로 개인 간 전력거래를 앞당기려면
[전문가 칼럼]블록체인으로 개인 간 전력거래를 앞당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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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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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

[일렉트릭파워]세계에너지협의회(WEC)라는 국제기구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이 의장으로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와 함께 글로벌 에너지정책을 이끌어가는 양대 산맥이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2017년 국제기구로서 처음으로 ‘블록체인의 발전적 역할’이라는 블록체인 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암호화폐에 대한 전 세계적 투기 열풍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중요한 기술이다. 특히 5년 이내에 에너지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꿀 미래 기술이다.

보고서에선 개인 간(P2P) 전력거래 활성화, 전기차 충전시스템 혁신,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 에너지 변화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이 보고서 채택 직후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자금세탁방지(AML) 방안, 블록체인 확대 적용 등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올해 6월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분야에서 시작된 블록체인의 산업적용은 유통, 물류, 전자무역, 의료, SNS, IoT, 지적재산권 보호,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에너지산업은 블록체인과 궁합이 잘 맞는다.

많은 나라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너지는 분산전원 네트워크 위에서 운영될 것이다. 탈중앙화·분권화와 투명성에 기초한 블록체인은 에너지산업에 많은 사업기회를 창출해 낼 것이다.

태양광 발전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프로슈머(Prosumer)가 자체 생산한 전력을 자유롭게 거래할 경우 블록체인은 인프라 기술로 우리 사회를 윤택하게 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거래비용 감소 ▲정보보안 강화 ▲신뢰에 기초한 거래 활성화 ▲분쟁 발생시 해결근거 제시 등 많은 장점이 있다.

특히 우리가 에너지산업 중에서 개인 간 전력 거래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스마트계약이라는 옵션을 통해 프로슈머들이 불특정 다수(1:N) 간 전력 거래를 신속하고 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과 같은 제3자의 중개 없이도 프로슈머끼리 거래할 수 있고 계량기와 컴퓨터가 알아서 자동 거래와 정산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에너지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력거래의 인터넷(IoE)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조절하고 송·배전 손실 최소화 등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한편 2015년 3월 미국 브루클린에선 지역단위 개인 간 전력거래를 블록체인으로 처음 구현했다. 당시 트랜스액티브 그리드(Transactive Grid)라는 조인트벤처가 60여 가구를 모집해서 시범사업을 했다. 현재는 LO3 에너지를 모회사로 해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전력거래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은 독일의 에너체인(Enerchain)이다. 2016년 10월 베를린에서 39개 협력사가 참여한 가운데 처음 블록체인 기반 전력거래를 성사시켰다. 지금은 베를린이 에너지 블록체인 성지로 통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베를린에선 매년 컨퍼런스를 열고 최신동향, 기술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 에너지마인(Energi Mine)이란 기업은 에너지를 절약한 소비자에게 토큰으로 보상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 파워레저(Power Ledger)는 정부 지원으로 블록체인 기반 마이크로 그리드를 건설했다. 미국 그리드 플러스(Grid Plus)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탑재된 발전소 장비를 개발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 3월 한전이 수원 소재 솔대마을에서 몇 가구를 중심으로 프로슈머 간 전력거래 시범사업을 했다. 하지만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업화하기에는 여러 장애요인들이 있다.

블록체인으로 개인 간 전력거래를 앞당기고 블록체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제도개선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블록체인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산업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 블록체인 관련 10여 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투자촉진을 위해 관련 입법을 빨리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블록체인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관련법 개정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4월 임시국회에서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1MW 이하 소규모 전력중개업, 전기자동차 충전업이 신설됐다. 진정한 프로슈머 시대를 실현하려면 소규모 전력생산업에 대한 예외가 신설돼야 한다.

둘째, 산업별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국제표준을 선점하고 이끌어가려면 몇 개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세계의 주목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시범사업이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도 안 된다. 해당 산업의 전체 분야로 블록체인이 퍼질 수 있도록 적용 가능성과 잠재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다행히 올해 정부가 시범사업 수를 지난해의 2배인 12개 프로젝트로 늘린다고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범사업들이 많이 채택되기 바란다.

셋째, 블록체인 산업발전을 위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과학기술정통부가 블록체인 컨트롤타워를 하는 만큼 전체 블록체인 로드맵을 조만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의료보건, 물류, 유통 등 개별 산업별 발전방안에 대해선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 간 협업을 통해 ‘범부처 2030 블록체인 산업발전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선점해 산업화하려면 정부의 정확한 미래 전망과 지원, 그리고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올해는 블록체인이 세상에 나온 지 11년이 되는 해다. 지난 한 해는 기술발전이란 측면에서 매우 실망스런 한 해였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이라는 1세대 블록체인 청사진을 제시한 6년 이후인 2014년, 스마트 계약과 댑스(Dapps)에 기초한 2세대 이더리움이 출현했다. 하지만 그 이후 유감스럽게도 블록체인 3세대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은 아직 미완성 기술이다.

이오스(EOS), 리플(Ripple) 등 새로운 코인들이 등장해 3세대 블록체인, 이더킬러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2.2~2.4 세대에 불과한 것 같다. 속도에만 초점을 맞춘 경쟁이 벌어지면서 초 단위 처리량을 강조하는 형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각 산업 현장에서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 소비자가 그 편리함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올해에는 3세대 블록체인 출현과 진정한 의미의 블록체인 기반 개인 간 전력거래 실현을 기대해 본다.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차관보, 제2차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에너지정책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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