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국내 풍력시장 외산 기자재가 장악?… 점유율 살펴보니
[이슈체크]국내 풍력시장 외산 기자재가 장악?… 점유율 살펴보니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8.10.29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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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제도 도입 이후 국산 풍력터빈 점유율 68% 넘어
2010년 국산 점유율 10%… 8년 만에 절반 수준 육박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국내 풍력단지에 보급되는 국산 풍력터빈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해외 기업들만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집중하는 사이 국내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공받은 국내 풍력설비 보급현황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살펴봤다. 에너지공단 자료에는 연도별 누적실적·제조사·설비용량 등 세세한 항목이 빠져있어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조사한 국내 풍력설비 보급현황 자료도 추가로 비교 분석했다.

특정 연도 점유율로 시장 판단 무리
최근 보도 내용에 따르면 2014년 100%이던 국내 풍력터빈 국산 비율은 올해 9월 기준 30%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산 비율은 0%에서 70%로 크게 올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덴마크 풍력터빈이 45%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독일 15%, 스페인 10% 순으로 점유율을 기록했다.

에너지공단이 제출한 국감자료만 놓고 보면 해당 연도의 풍력터빈 점유율은 보도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특정 연도의 국산과 외산 점유율 수치만 비교해 국산 풍력터빈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RPS제도가 도입된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6년 남짓 동안 국내에 설치된 RPS 대상 풍력터빈은 총 366기다. 이 가운데 249기가 국내 제조업체에서 공급한 풍력터빈이다. 점유율로 따지면 68%가 넘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연도별 국산 풍력터빈 점유율은 ▲2012년 56%(22기) ▲2013년 100%(40기) ▲2014년 100%(30기) ▲2015년 59%(55기) ▲2016년 83%(58기) ▲2017년 59%(32기) ▲2018년 9월 30%(12기) 등으로 나타났다. 자료상으로 보면 올해 실적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를 낸 시점의 차이일 뿐이다.

조만간 에너지공단으로부터 RPS 설비확인을 받게 될 풍력터빈을 포함시켜 올해 점유율을 다시 산출할 경우 국산 점유율은 60%가 넘게 된다. 결국 보다 유의미한 점유율 분석을 위해선 통계시점을 비롯한 설비용량·설치기수·산업동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2013년 9월부터 750kW를 초과하는 중대형 풍력시스템의 국내인증이 도입되면서 재인증 부담을 갖는 해외 제조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며 “풍력터빈 설치실적은 프로젝트 성격과 환경에 따라 반영 시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연도의 점유율만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풍력발전단지 현황(2018년 9월 기준)
국내 풍력발전단지 현황(2018년 9월 기준)

발전공기업 국산 사용률 75%… 민간 28%
국산 풍력터빈 점유율이 어느 정도 돼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다만 풍력산업협회가 조사한 국내 풍력설비 보급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이후 국내기업들의 풍력터빈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이전과 비교해 공급실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풍력산업협회 자료는 풍력단지별 가동 시점을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라 RPS 대상 설비확인을 기준으로 작성된 에너지공단 자료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풍력산업협회가 조사한 올해 9월까지 국내 풍력설비 보급현황에 따르면 누적 설비용량은 총 1,182MW 규모다. 586기 가운데 국산 풍력터빈은 283기로 점유율 48%를 기록했다. 현재 가동을 앞둔 풍력단지 중 국산 풍력터빈을 설치한 곳이 몇 군데 있어 올해 최종 점유율 수치는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누적 설비용량 1,139MW(573기) 가운데 국산 풍력터빈은 282기로 점유율 49% 수준이었다. 2016년 점유율 또한 49% 가량을 유지했다.

국산 풍력터빈의 국내 점유율이 항상 이정도 수준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풍력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풍력단지인 행원풍력단지가 준공된 이래 2010년까지 국산 풍력터빈 점유율은 22기로 10%가 채 되지 않았다. 이후 2014년까지 105기가 설치돼 점유율 30%를 넘겼다.

눈여겨볼 대목은 2017년 기준 국내 풍력터빈 사용률이다. 지자체와 공사·연구소 등에서 국산 풍력터빈을 사용한 비율은 86%에 달한다. 발전공기업 또한 풍력단지 개발에 국산 풍력터빈을 75% 가량 사용했다. 반면 민간발전사의 경우 국산 풍력터빈 사용률이 28% 수준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풍력업계 관계자는 “발전공기업의 경우 조직 특성상 국산 풍력터빈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의 민간기업들은 사업의 경제성에 초점을 맞춰 풍력터빈을 선정한다”며 “파워커브를 비롯해 가동률·유지보수·내구성 등 풍력터빈의 품질과 서비스에 따라 풍력단지가 운영되는 향후 20년간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풍력터빈의 선택은 사업자가 사업성 분석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란 점에서 시장경쟁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국내 풍력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통해 연관 산업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풍력터빈에 얽매인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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