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못 받은 ‘라이다’ 계속 설치… 풍력업계 ‘왜’
인정 못 받은 ‘라이다’ 계속 설치… 풍력업계 ‘왜’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8.09.17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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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비용·관리 등 강점… 해상풍력 자원조사 유리
발전사업허가 세부기준 재개정 안 되면 사업자 ‘난감’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현재 규정에서 벗어난 것은 알고 있지만 어차피 최소 1년 이상 바람자원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사이 관련 기준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풍황자원 계측장비 가운데 하나인 ‘라이다’를 설치하는 풍력사업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계측기 설치기준에 라이다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규정이 바뀌지 않을 경우 이들 라이다를 적용한 사업자들은 발전사업허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레이저 광원을 이용하는 라이다는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모두에 적용 가능하지만 설치비용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편익이 높은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다수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사용돼 측정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도 확보했다는 게 풍력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라이다를 통해 측정한 바람 데이터가 무용지물이다. 지난 8월 13일 발전사업허가 세부기준이 개정 고시되면서 사실상 라이다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결국 라이다로 측정한 풍황자료를 전기위원회에서 인정해 주지 않아 발전사업허가 신청 시 활용할 수 없는 상태다.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기 이전부터 라이다를 통해 풍황자원을 측정하고 있었거나 계획 중이던 사업자들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이들 사업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발전사업허가 신청 전까지 관련 기준이 개정되는 일이다. 최근 동서발전이 신항만 방파제에 라이다를 설치한 것도 업계의 이 같은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새로운 규정을 마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바꾼다는 것은 정책 신뢰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사업허가 세부기준 개정에 앞서 풍력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손바닥 뒤집듯 규정을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풍력산업협회는 라이다의 국내 적용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0월 4일 산업부를 비롯한 에너지기술평가원·에너지공단·풍력업계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해 실증작업한 ‘부유식 라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해 실증작업한 ‘부유식 라이다’

라이다 측정데이터 놓고 정부·사업자 ‘온도차’
지금까지 국내에 보급된 라이다 설치 대수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는 없다. 공급사 별로 모델이 다를 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이다를 공급하고 있는 국내 한 전문업체의 공급실적을 살펴보면 최근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라이다를 적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8건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라이다를 공급했고 앞으로 예정돼 있는 곳만 5건에 달한다. 이전까지 육상풍력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던 흐름에서 해상풍력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해상풍력 개발에 라이다를 적용하는 사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설치·유지보수·비용 측면에서 기존 기상탑 대비 유리하기 때문이다.

라이다는 본체 무게가 수십kg에 불과해 이동·설치가 쉽고, 최대 200m까지 높이별 풍황자원 측정이 가능하다. 별다른 센서가 필요 없어 유지보수에 따른 시간·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지난해부터 IEC 규정에 따라 라이다를 통한 풍황자원 측정과 데이터를 인정하고 있는 점도 국내 보급 활성화에 한몫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도 정부 R&D 과제로 부유식 라이다 실증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풍력업계는 기술개발을 통해 라이다의 신뢰성이 확인된 만큼 국내 기준 적용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최종 확정 고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부에서 계측기 기준을 바꾸지 않는 한 라이다 설치 사업자들은 고정식 기상탑을 다시 설치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산업부도 라이다 적용의 타당성에 어느 정도 공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기에 규정이 변경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상풍력 활성화란 큰 틀에서 마련된 기준이 오히려 사업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발전사업허가 세부기준이 개정된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계측기 높이다. 산업부는 계측기 높이가 최소한 풍력터빈 허브높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해 놨다. 이는 사업성 판단기준이 되는 바람자원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규정이다.

해상풍력터빈의 허브높이는 제조사별·설비용량별로 상이하지만 최근 대형 모델들은 대부분 100m 이상이다. 규정대로라면 계측기를 대략 66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 같은 규정에 부합하는 풍황 계측기는 센서장비를 이용해 바람자원을 측정하는 고정식 기상탑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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