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3차 석유파동’ 대비 급박
사실상 ‘3차 석유파동’ 대비 급박
  • 박기웅 기자
  • 승인 2008.07.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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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신고유가 뚫어라① 오일쇼크의 실체

“저유가 시대 막 내리고 올여름 170弗 간다.” “유가 200弗 시대 멀지 않아 세계경제 붕괴한다.” “기름 값이 요동쳐 ‘제3차 석유파동’이 발발한다.”

이는 요즘 유가가 전대미문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이다.

세계 기름 값은 최근 들어 급한 오름세를 타며 한층 가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5월 21일 130달러를 첫 돌파한 후 1개월 만인 지난 6월 20일께 140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6월 6일엔 하루에 배럴당 11달러나 오르는 등 사상 최대 폭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연초 일부에선 유가가 하반기에 큰 폭으로 떨어지리라고 낙관했으나 이같이 천정부지로 속증하자 이젠 ‘제3차 석유파동’이 발발하리라는 위기의식마저 한껏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신고유가를 뚫어라’ 시리즈를 시작하며 앞으로의 신고유가에 대한 처방은 ‘저비용 고효율’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저비용 고효율’은 에너지효율화 법칙과도 통한다. 실제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원칙을 너무 간과했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실으면서 ‘저비용 고효율’ 실현을 위해 산업이나 가정 전반에 고효율 신기술 기기나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유가향방을 계속 추적하면서 동시에 그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연료단가가 싼 청정 원자력발전의 확대, 탈석유의 대명사로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실용보급, 해외자원개발의 가속화, 국내외 에너지절약 신기술 보급 현장 소개 등 다양하게 게재할 참이다.

최근 신고유가의 실체는 뭘까. 뚜렷한 요인을 선뜻 찾을 수 없지만 과거 제1·2차 오일쇼크와 비교해 보면 위기감을 더해준다.

지난 1973~1974년 1차 석유파동 때 유가는 3개월 만에 2.9달러에서 11.6달러로 4배 가까이 급등했다.1978년 말~1979년 초 2차 석유파동 때는 13달러에서 39달러로 단기간에 3배가 수직 상승했다. 2차 쇼크 때의 39달러는 지금의 150달러 수준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0년 35.8달러의 명목 유가를 그동안의 물가상승을 반영해 현재 유가로 환산하면 92달러가 된다는 것이다.

아니 보고서대로라면 현재 이미 실질 유가 벽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이 실질 유가에다 다시 석유의존도와 에너지 효율 등을 감안한 실질 실효유가로 추정해보면 151.8달러(1차 오일쇼크 때의 실질 실효유가는 85.1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3차 오일쇼크’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미 지난해 가을께. 요즘 150달러대와 비교할 경우 7개월 새 거의 갑절이 오른 셈이다. 이미 지난해 경우 파동에 가깝게 파고를 몰고 온 것이다. 모두들이 쇼크로 인식하기에 애매한 면이 있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유가는 80년대 중반의 경우 10달러대에서 20달러대의 안정권에서 보합세를 타다 86년엔 폭락세를 보여 세계경제 활력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후 서서히 오름세를 탔으나 완만한 커브를 그리며 쇼킹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90년도 종반까지도 50달러대를 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야 비교적 급상승커버를 그린 격이다.

최근 속등요인은 수요급증 탓
여기서 신고유가에 따른 ‘3차 오일쇼크’를 1·2차 오일쇼크와 주위 환경을 비교분석해보면 확연히 다른 면이 있다. 3차 쇼크의 경우는 1·2차 쇼크보다 단기간이 아니라 내성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 환경의 경우도 다소 다른 면이 다분하다. 1차 때 주요인은 산유국의 원유가 인상과 원유생산의 제한으로 약 1년에 걸쳐 4배나 급등해 일어났으나 2차의 경우는 중동전으로 6개월 정도 단기간에 3배나 오른 케이스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신고유가에 따른 ‘3차 석유파동’은 1·2차와는 근본 성격부터 다르다고 강조한다. 공급 제한이 아닌 수요 급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태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다분히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예상보다 빨리 유류세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왔다고 인지하고 있을 정도다.

범정부 차원에서 신고유가 대책을 마련하는데 부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유가 향방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오름폭이 배가되는 괘도를 그리며 크지는 않지만 높게 오르리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태반이다.

최근의 신고유가의 원인은 수요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 속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제3의 석유쇼크’가 오지 않는다 해도 이 설은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다. 우선 석유쇼크의 진실과 1·2·3차 파동을 규명해 보자.

석유파동(오일쇼크)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의 가격인상과 원유생산의 제한으로 인해 서방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경제적 혼란이 촉발됐다.

1973~1974년, 1978~1980년 2차례에 걸친 국제석유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석유를 소비하는 국가들은 세계적 혼란에 빠져 극심한 인프레이션으로 세계경제는 지독한 침체의 수렁에 빠져든 상황이 너무 쇼킹해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회자하고 있는 용어다.

제1차 석유파동
1973년 10월 6일부터 시작된 중동전(아랍이스라엘분쟁)이 10월 17일부터 석유전쟁으로 비화해 세계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게 됐다.

1971년부터 OPEC는 석유이권 수입의 인상을 추진해 오던 중 1973년 10월 16일 페르시아만의 6개 석유수출국들은 OPEC회의에서 원유 고시가격을 한꺼번에  17% 인상해 종전의 원유 1배럴당 3달러 2센트에서 3달러 65센트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다음날 이스라엘이 아랍 점령지역에서부터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매월 원유생산을 전월에 비해 5%씩 감산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함으로서, 중동전에서 석유를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할 것을 선언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서방세계에서는 ‘에너지 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OPEC의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다시 1974년 1월 1일을 기해 배럴당 5.119달러에서 11.651달러로 인상했다. 이는 무려 갑절에 해당한다.

석유에 기간산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서방세계의 경제는 석유부족으로 인한 제품생산의 차질과 제품가격의 상승으로 세계적인 불황과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선진국 및 후진국을 막론하고 경제성장의 둔화를 가져왔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

외교면에서는 서방세계로 하여금 이제까지의 친이스라엘에서 친아랍 중동정책으로 기울게 한 계기가 됐다.

OPEC는 국제석유자본(석유 메니저, Oil Major)이 독점하고 있던 원유가격의 결정권을 장악하게 됐으며,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를 강화하게 됐다.
 
제2차 석유파동
제l차 석유파동의 결과 ‘석유메이저’가 독점하고 있던 원유가격의 결정권을 OPEC가 사실상 장악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의 하락을 고려한 실질 원유가격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1978년 12월 OPEC 회의는 1976년 배럴당 12.70달러에서 단계적으로 14.5%의 인상을 결정하게 된다.

때를 같이해 12월 말 이란은 국내의 정치 및 경제적 혼란을 이유로 인해 석유생산을 대폭 감축시키고 돌연 수출을 중단했다. 이 결과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이후 배럴당 10달러 선을 조금 넘어섰던 원유가격은 불과 6년 사이 20달러 선을 돌파했고, 현물시장에서는 배럴당 40달러에 이르게 됐다. 이것이 제2차 석유파동이다.

이의 여파는 제1차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즉 선진국의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은 1978년의 4.0%에서 1979년에는 2.9%로 낮아졌다. 물가측면에서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3%를 기록했으며, 개발도상국의 경우 32.0%의 초급등세를 보였다.

또 석유수입국의 경상수지는 원유수입의 부담 증가로 크게 악화됐다. 이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상수지는 1978년의 116억 달러 흑자에서 1979년 322억 달러의 적자로 반전됐다. 특히 비산유개발도상국은 적자의 폭이 444억 달러에서 505억 달러로 확대됐다.

반면 OPEC 산유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978년의 240억 달러에서 1979년에는 770억 달러로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제1차 석유파동 때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한국의 1974년경제성장률은 8.0%, 그리고 1975년엔  7.1%로 비교적 높았으나 제2차 석유파동 때는 극심한 피해를 봤다.

1979년과 1980년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6.4%와 -5.7%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제1차 석유파동 이후 경제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못한데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확대 정책에 역점을 둬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3차 파동 땐 성장률 2%대로
준비 없이 맞이할 수밖에 지금의 제3차 석유파동이 우리나라 경제를 또 강타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석유 파동은 1·2차와는 근본 성격부터 다르다고 강조한다. 공급 제한이 아닌 수요 급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가 동향을 보면 최근 들어 가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 5월 21일 130달러를 첫 돌파한 후 1개월 만에 14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평균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3.7%로 추락하고, 물가상승률(소비자물가지수)은 6.5%로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가와 함께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도 우리 경제에 불안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140달러, 환율 1050원의 조합은 경제성장률 2.9%, 물가상승률 4.7%란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중동 등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 허리케인 피해, 달러화 약세 등으로 유가 급등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 시나리오’ 아래서 올 하반기 평균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140달러대로 점쳤다. 만약 이 예고가 현실화되면 경제성장 둔화, 물가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연구원은 앞으로의 고유가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아직은 개도국 등 주요 석유 수입국의 수요가 하반기 들어 줄어들면서 원유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도 기대했다.

‘유류세 인하’ 카드 검토도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유류세 추가 인하는 국제 유가가 170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에 맞춰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강만수 장관이 “유가가 170달러를 넘으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셈이다.

대신 정부는 유류세를 추가 인하할 수 있도록 탄력세율을 미리 조정해놓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선 유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진 않지만 일단 탄력세율을 30%에서 50%로 조정하는 것은 국회 개원에 맞춰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선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고유가 상황에서 급박함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쓰는 두바이유 현물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10달러씩 오르는 데 평균 1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상승세가 무섭다. 이런 추세라면 170달러 돌파도 머지않았다.

지난 3월 유류세 인하, 오는 10월부터 유류세 환급을 실시하는 정부의 ‘고유가 대책’에 이어 곧 유류세 추가 인하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이 가시화 되고 있다.

“올여름 170弗 연내 200弗”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올여름 유가가 17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금리를 인상하면 유로 대비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유가가 오를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어 이란의 정정불안도 올여름 유가를 지지할 것이라며 “이란의 석유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우려감이 유가를 배럴당 200~40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유가의 고공행진이 연말로 갈수록 진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도 유가 200달러 시대를 예상했다. “200달러가 되면 세계 경제는 무너진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주장이다. 반면 독일 최대 금융기관인 도이체방크는 이에 대해 강력하게 우려를 표명,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은행 에너지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담 지민스키는 “원유 가격이 200달러에 이르면 다음에 벌어질 건 세계적인 경기 침체”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 5월 골드만삭스가 “2년 이내 기름 값이 배럴당 15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보고서에 대한 반응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골드만삭스는 “OPEC 비회원국들이 원유 수요를 못 따라 가면서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아르준 무르티는 지난달 ‘유가 150∼200달러 폭등’ 시나리오를 발표해 원유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조만간 과거보다 훨씬 길고 고통강도가 강한 제3차오일 쇼크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3차 쇼크 도래 경고음도

국제 유가 150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3차 오일 쇼크의 도래를 알리는 경고음도 이곳저곳에서 울리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월평균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경우 우리 경제는 지난 1980년 2차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우리 경제는 오일 쇼크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물가만 따진다면 국제 유가는 지난 3월부터 오일 쇼크 수준에 올라섰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실례로 7월 둘째 주 들어 두바이유 140달러, WTI 145달러에 각각 진입했다.

이번 오일 쇼크는 과거와 원인부터 달라 기간도 길고 그 악영향은 더욱 광범위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전문가는 “최근 국제 유가의 급등은 수요 급증이 공급 여력을 잠식하는 것 때문”이라면서 “표면적 현상은 똑같아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3차 오일쇼크’의 영향은 과거 1·2차 때보다 훨씬 오래 갈 것”으로 내다봤다.

3차 파동 지구촌 강타?
3차 석유파동이 지구촌을 강타할까. 올해 평균 국제 유가가 과연 150달러, 나아가 200달러로 치솟을까. 달러 약세와 투기 세력의 준동, 지정학적 위험이 고유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수급 불안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젠 저유가 시대는 막을 내린다

우리에겐 2차 석유파동은 ‘재난’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나라는 그때보다 석유 의존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3차 석유발 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한다면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길이 없다. 조만간 엄습할 ‘공포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모두가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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