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적 원전 주변 풍경을 담다
이율배반적 원전 주변 풍경을 담다
  • 신선경 기자
  • 승인 2008.06.10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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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있는 공간]정주하 사진전

정주하사진전 <불안, 불-안, A Pleasant Day>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풍경 사진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진이 가진 사실주의적 재현성과 기록성을 바탕으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위험성을 가시화하고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사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7월 27일까지 정주하의 사진전 <불안, 불-안, A Pleasant Day>이 개최된다.

정주하는 1990년대부터 <사진적 폭력>(1993), <땅의 소리>(1999)와 <서쪽 바다>(2004) 등 작가만의 특유의 앵글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왔다. 사진의 기록성을 넘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이나 사건을 해석하고 담아내려는 작가의 의지는 이번에 선보일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사진 이미지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에는 네 곳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서해의 영광, 동해의 울진, 월성, 고리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바닷가이자 해수욕장, 회 센터, 시민 놀이 공간이 있는 유원지로 유명한 곳이다. 오래 전부터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상업화에 따른 가치 기준에 맞춰져 논란은 가려져 왔다.

홍보 자료에 의하면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방사능 수치는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진 방사능 수치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보다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치가 낮다는 자료도 나와 있다. 작가는 이런 제도적인 홍보 수치에 의해서 보면 ‘안전한 듯한 풍경’을 담담하게 제시하고 있다.

불안, 불-안, A Pleasant Day
<불안, 불-안, A Pleasant Day>의 사진은 크게 두 가지 양상을 띠고 있다. 첫 번째는 원전 주변 마을의 일상생활과 함께 펼쳐지는 평범한 인물 사진들이다. 마을에서 흔히 부딪히는 정육점 아저씨, 미장원 아가씨, 식당 아저씨가 불안한 공기를 감지한 듯 공허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싱싱한’ 텃밭 앞에 서있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스치듯 보인다. 위험이 가시화되지 않은 평범한 풍경이 오히려 불안하게 보인다.

두 번째는 바닷가에 서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배경으로 한 풍경 사진이다. 이 풍경 사진에는 바닷가에서 즐겁게 다이빙하는 어린아이들, 모래사장에서 휴가의 여유로움을 마음껏 즐기는 피서객들이 등장한다. 정겹고 한가로운 휴가철 풍경 저 너머에는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이 오롯하게 보인다. 마치 산업주의 생산력이 오늘의 휴식을 제공한 듯한 풍경이 원자력발전소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수냉식 원자력발전소의 열을 식히고 나온 물이 바다로 나와 공기 속에 아지랑이를 피우는 모습은 서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정주하는 원전마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며 그 안의 이율배반적인 아름다움을 통해서 물질적인 풍요와 편리성의 뒷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위험을 사색적인 방법으로 모색하고 있다. 작가는 보다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공간으로서 사진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현상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발전과 진보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불안한 요소를 사진 이미지 곳곳에 내포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처한 현주소를 성찰해 보도록 권하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 가진 작가 정주하
정주하는 독일 쾰른예술대학(Koeln Fachhochschule)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Bielefeld의 Fotoforum Schwarzbund, 독일 Krefeld의 Gallerie Fabrik Heeder, 서울 예술의전당, 선재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미국 Chicago의 The Museum of Contemporary Photography, 미국 Houston의 Williams Tower Gallery, 일본 사이따마의 근대미술관 등 여러 나라에서 다수의 개인전, 그룹전을 가졌다.

현재 백제예술대학 사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프랑스 Biblotheque National, 국립 현대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전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 전시 기간: 7월 27일까지
· 관람 시간: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 전시 문의: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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