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소망하며
법 앞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소망하며
  • EPJ
  • 승인 2007.04.0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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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최정식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우리 헌법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모든 국민이 차별을 받지 않는 ‘법 앞의 평등’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의 평등이란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차별의 합리적 근거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원리에 위반되지 않으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 또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상대적 평등의 개념이나 차별의 합리적 근거는 각자의 인생관과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등에 의해 견해를 달리 하고 있어서 모두가 동의하는 기준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특별채용 응시자격을 자격증, 연구, 근무경력 등 다른 응시기준을 두지 않고 석사학위 이상의 소지자라는 학력만으로 제한한 것은 학력에 의한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했고 또 남성보다 여성에 대해 얼굴흉터의 산업재해 등급을 높게 책정, 보상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은 의학적 타당성이 없고,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주는 상처는 남녀 모두에게 고통과 피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개정해야 한다면서 평등권 침해 결정을 내렸다.

한편 미국에서 흑인 중등 공립학교에 다니는 흑인학생이 흑백분리교육은 평등권침해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워렌(Warren) 연방대법원장은 흑인학교와 백인학교의 시설, 교과과정, 통학수단, 교사의 질과 봉급 등 유형적인 요소가 동일하더라도 무형적인 요소까지 동일해야만 평등하다고 했다. 즉 공립학교에서 흑백분리교육은 분리자체로부터 흑인아동들에게 열등의식을 심어주고 이들의 학습동기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흑백인 학생이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므로 흑백을 ‘분리하면 무조건 불평등’하다는 법리가 탄생했다.

그리고 신체적 장애의 사유로 승진 상 불이익을 받거나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운전면허시험도 평등권의 침해가 될 소지가 있다. 또 대학입학시험에서 동점자처리기준으로 연소자 우선원칙이나 교육공무원 임용자격시험에서 나이제한 등은 헌법상의 평등권의 침해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평등권의 논쟁은 남녀, 종교, 인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필자는 법 집행과정에서 평등권이 침해되는 사례로서 ‘사면권의 남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의 집행과정에서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관련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유죄가 확정된 정치인이나 기업인에게 사회통합이나 화해 또는 경제 살리기 등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남용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이 경제력이나 신분에 의한 특혜를 주는 것이다.

또한 인신구속의 기준이 당해 범죄의 내용이 아니라 피의자의 사회적 지명도 등 다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면 법 앞의 평등은 구현되기 어려울 것이고 또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벗어난 법의 집행이나 사면권의 남용은 헌법정신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국민은 경제력이나 사회적 신분에 의해 특별사면권이 남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므로 사면권 행사의 요건과 범위가 제시되어야 한다. 최근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가 신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피해금액의 크기와 미합의 등을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고, 그로부터 2개월 후 수형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가 형집행정지신청을 할 무렵에는 이미 욕창으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만일 그가 정치인이나 유명한 기업인이었다면 죽음에까지 이르렀을까? 또 몇 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훔친 절도범과 수십억 원을 횡령한 기업인 또는 정치인의 범행의 경중에도 불구하고 만일 후자가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면 사면을 받지 못하고 수형생활을 하는 힘없는 죄인들은 어떻게 위로를 받아야 할 것인가? 또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법과 제도의 존중을 요구하고 사법부의 신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문의) 최정식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법학박사(02-2699-7736)

프로필: 최정식 대표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사이버대학 겸임 교수로 재직중이다. '증권집단소송제도에 관한 법적 연구'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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