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극복하고 창의적 ‘흑막이 공법’ 개발로 성공의 길을 열다
전신마비 극복하고 창의적 ‘흑막이 공법’ 개발로 성공의 길을 열다
  • 한동직 기자
  • 승인 2008.02.0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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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기] CEO를 찾아서-가원 E&C 박기경 사장

오늘 만나는 가원 E&C 박기경 사장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천직으로 여겨왔고 그 안에서 창의를 통해 새로운 것을 개발해 냈다는 의미에서 비극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던 운명을 스스로 극복하며 사업에서의 토대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글쎄요. 아직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은 안하고 있지만 성공했다면 했다고도 볼 수 있죠.” 취재를 오게 된 동기를 밝히자 박 사장은 자신은 아직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며 겸손해 한다.

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쌓은 분들이 거의 그렇듯이 박기경 사장의 이력도 범상치는 않다. 일찍부터 건설공사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크게 주목받을 일은 아니지만 건설 일용직에서 출발해 그 분야의 사장이 됐다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뜻만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약속한 사무실(이엔씨)을 들어서자 사무실 맞은편 액자에 들어있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박 사장은 환경이 열악했던 그 당시의 농촌 여건 가운데서도 소작농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거의 고학으로 마쳐야 했을 정도로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국립대학에 합격했지만 학교에 가야하니 학비를 대 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가정형편 때문에 일찍 군대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도 없고 소위 말하는 배경도 없고 학벌도 없었으므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연히 만난 고향 선배의 권유로 지하철공사 현장의 일용직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건설업무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동안 하도급업체의 일용직으로부터 시작해 남보다 더 먼저 더 많이 일하고 노력한다는 각오로 임해 온 덕분에 직장에서 인정받고 원청업체로부터도 일을 참 잘한다는 평판을 얻게 된 박 사장은 드디어 91년도에는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엄청난 기대로 출발해 어느 정도 성과도 거뒀지만 개인적인 일은 아니지만 뜻밖의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그것은 태백산맥도 피해갈 수 없었던 IMF였다. 처음에는 그동안 다져놓은 탄탄한 기반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만 업체들이 연속적으로 도산하면서 수금이 안 되자 결국 IMF 발생 2년 만에 회사의 문을 닫으면서 박 사장은 많은 손실과 상처를 안아야만 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좌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견디기 힘들 만큼 어려웠죠. 하지만 오히려 이겨낼 수 있게 한 건 IMF였습니다. 누구나 다 힘들고 어려운 때에 버티고 이겨내야 한다는 강한 오기가 생깁디다.” 하지만 이 어려움보다 더 큰 태풍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당시의 박 사장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사업을 접고 한동안은 좌절에 빠지기도 했지만 기도도 하고 마음을 추스르면서 안정을 찾은 박 사장은 다음 사업을 준비하며 재기를 꿈꾸던 중 2003년 8월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대형 사고를 당하며 평생 휠체어를 타야할 지모를 상황을 당하게 됐다.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가벼운 등산까지도 하게 된 지금의 상황을 갖게 된 것은 물론 주위의 도움도 컸지만 가장 큰 건 본인의 강한  정신력과 의지로 극복하고 많은 운동으로 차츰 호전될 수 있었다.

청소년시절 품었던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이제는 회사에서 자신이 개발한 첨단 흙막이 시공 방법인 ‘복합형 강가시설공법’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시공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연구에 집중하며 못다 이룬 꿈을 이룩해 가고 있다.

흙막이 공사란 건축물을 지을 땅에 건물을 짓기 위한 토목 기반공사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토사와 함께 지하수 등 물도 흐르고 암반층도 있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공사 과정이다.

“건설, 토목분야의 내노라하는 석·박사들이 내가 개발한 공법에 찬사를 보냈을 때 가장 감격스럽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박기경 사장이 기존의 ‘시트파일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현재의 ‘복합형 강가시설공법’을 개발하게 된 때는 교통사고 후 장애로 하반신이 마비되고 어려운 투병 생활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사고가 난 지 7개월만인 2004년 거동도 하기 힘든 상태의 박 사장을 한 하청 건설업체의 현장 소장이 찾아와 그곳의 상황을 얘기하면서 그런 특수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면 되겠냐고 답을 청했다.

“당시에는 한 십분도 앉아 있기 힘든 상태였지만 전부터 알던 분이라 외면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무릅쓰고 현장엘 갔고 다녀와 스케치와 설계를 거쳐 공법을 완성했는데, 그게 바로 ‘복합형 강가시설공법’이었습니다”

대기업 등에서 기술의 효용을 알면서도 쉽게 가져가려는 경우를 당한 후 “이래서는 이 신기술에 대한 개발의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한 박 사장은 특허를 출원해 취득했다.

종전의 경쟁공법에 비해 원가가 절반밖에 안 되는 이 신공법은 2005년 도로공사 등에 본격 시공돼 전주와 광양 9공구, 대구현장, 동해고속도로 등에 시공됐다. 작년 말까지 230억에 달하는 설계와 시공을 했고 금년 말까지 200억을 달성해 총 4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됨에 따라 앞으로 3년간의 시공 물량이 확보된 셈이고 매출도 훨씬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기경 사장은 요즘 열심히 움직이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겉은 멀쩡한 거 같지만 안으로는 힘들게 버티고 있어요. 철심 2개가 척추를 지탱해 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있는 한 끝없이 움직일 겁니다. 집 근처인 석촌호수를 시간 될 때마다 돌고, 한의원에서 침 맞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등산도 합니다.”

그리고 생활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기경 사장이 끝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내 스스로 잘 한다고 말하는 순간 실패다. 가장 잘한다는 건 남들이 먼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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