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보석 같은 섬, 영흥도를 가다
서해안의 보석 같은 섬, 영흥도를 가다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4.03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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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대교 전경.
영흥도는 면적 23.46㎢, 해안선 길이는 42.2㎞이다.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26㎞ 해상에 위치하며 최고봉은 중앙에 솟은 국사봉(127.7m)이다. 원래 명칭은 연흥도였으나, 고려말 익령군이 정국의 불안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온 식구를 이끌고 이곳으로 피신하면서 익령군의 령(靈)자를 따서 영흥도라 칭했다. 영흥도는 영흥화력 본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도서지방이다. 

영흥화력으로 육지가 되어버린 섬 영흥도. 3월의 꽃샘추위가 잔뜩 기승을 부리던 3월 13일, 영흥 화력발전소 취재차 가깝지만 낯선 섬 영흥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꾸렸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32km의 거리에 있는 인천 옹진군 영흥면 영흥도는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영흥도와 선재도, 측도 등 유인도서 4개와 외항도, 중도, 자암도 등 무인도서 18개를 포함해 연근해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 기술로는 처음 만든 해상 사장교, 영흥대교

서초에서 과천 서울대공원 방면으로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인천, 안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월곶 IC(303번 지방도-오이도 방면)에서 시화방조제로 넘어간다. 건설당시 말 많던 환경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보니 시원하게 뚫린 시화방조제를 달리며 느껴지는 바람이 썩 상쾌하다. 방조제를 지나 대부도,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 쪽으로 달리면 저 멀리 회색과 주황색이 적절히 섞여 초록빛 바다위에 늠름한 기마병처럼 서있는 영흥대교가 보인다.

2001년 11월 15일 준공한 영흥대교는 우리나라 기술로는 처음 만든 해상 사장교(斜張橋)로, 길이 1,250m, 너비 9,5m의 왕복 2차선 다리이다. 처음에는 화력발전소 부대시설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 졌고 이로 인해 그간 배편으로 한 시간 가까이 걸리던 길이 편해져 주민들을 비롯해 영흥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십리포 해수욕장 내에 있는 서어나무 군락지.
국내 유일의 서어나무 집단서식지, 십리포 해수욕장

다리를 건너 본격적으로 영흥도에 들어섰다. 기자가 맨 처음 찾아 나서려 마음먹었던 곳은 바로 십리포 해수욕장. 약 4km의 고운 자갈 해변과 1km정도의 모래사장은 동해안의 끝없는 백사장에 비해 조촐한 느낌이지만 물이 맑고 경관도 수려해서 가족들끼리의 피서지로는 안성맞춤이다.

또한 이곳에는 전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대규모의 서어나무(소사나무)가 집단 서식하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주고 있다. 150여 년 전 영흥 내동마을에 살던 주민들이 해풍 때문에 농사에 방해를 받자 방풍림으로 정성껏 가꾼 이 나무들은 십리포 해변 일부에 걸쳐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는데 키가 그리 크진 않지만 사방으로 자유롭게 한껏 가지를 뻗친 나무들의 조화가 과연 그림이다. 하지만 여름이면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는 한국관광공사의 안내와 달리 실제로는 군락지 보호를 위해 철재 울타리로 경계가 지어져 있기 때문에 겨우 구경만 할 수 있을 뿐이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장경리 해수욕장은 영흥도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십리포에서 차로 10분이면 넉넉하고 영흥대교에서도 15분이면 충분하다. 백사장이 십리포보다 넓어 탁 트인 느낌이었고, 썰물 때는 넓은 갯벌을 거닐며 발끝으로 부드러운 진흙을 느끼며 조개잡이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장경리는 십리포보다 화장실이나 식수대가 넉넉하고 주변에 부대시설(민박집, 식당)이 많아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장경리가 자랑하는 노송군락이 생각했던 만큼의 규모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풍경소리 벗 삼아, 잠시라도 복잡한 일상을 잊자, 통일사

두 개의 해수욕장을 돌아보고 통일사로 갔다. 통일사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장경리 해수욕장 가는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도를 충분히 숙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샛길을 찾지 못해서 꽤나 헤매야만 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조그마한 산사가 주는 고즈넉함과 바닷바람을 받아 조용히 요동하는 풍경소리가 마음을 참으로 평안하게 한다.

향내 가득한 경내에 앉아 저 풍경소리와 함께 좋은 책을 읽는다면 어디 신선놀음이 따로 있을쏘냐? 통일사의 풍경소리는 잠시나마 복잡한 속세가 주는 짠내음도, 사람사이의 매운맛도 모두 잊게 했다.

영흥도의 별미인 '바지락 칼국수'
직접 캐서 만든 바지락 칼국수의 시원한 그 맛

흔한 말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열심히 돌아다니다보니 역시나 배가 고팠다. 조사에 따르면 영흥도의 특산물은 포도와 바지락. 영흥포도는 육지에서 재배되는 포도같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거나 인위적으로 생육을 촉진시켜 일찍 따는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를 해풍에 노출시켜 자연의 일부분으로 생육시키기 때문에 뜨거운 여름에 생산되지 않고 늦은 가을철에 수확한다. 덕분에 영흥포도는 당도가 높고 향기가 있으며 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기자가 영흥도를 취재하는 동안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키 작은 포도나무였다.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이 바로 바지락 칼국수집 간판. 영흥에 오면 바지락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함께 나선 영흥 화력발전소 지역협력 과장의 추천을 받아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는 ‘영흥도 바지락 해물 칼국수’를 찾았다.
 
이곳의 메뉴는 단 세 가지로 얼굴마담격인 바지락 칼국수와 한방 보쌈 그리고 왕만두다. 커다란 그릇에 푸짐하게 나온 손칼국수는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국물이 시원한 게 과연 기자가 먹어본 바지락 칼국수 중 단연 최고였다.

사장인 김순배(52)씨는 “장모님이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 올린 바지락으로 국물 맛을 내기 때문에 맛이 달다”고 한다. 또한 함께 먹었던 보쌈은 각종 한약재를 사용해서 삶기 때문에 누린내가 없어 맛이 담백하고 양도 많았으며 직접 빚은 만두의 맛 역시 일품이었다. (칼국수 1인분 5000원, 보쌈 15000원, 왕만두 5000원)

재료의 80%를 직접 캐거나 친환경적으로 재배해(배추, 상추 등) 음식을 만든다는 김순배 사장은 “신선한 재료로 정갈하게 요리하고 오시는 손님을 정성껏 모시기 때문에 6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도 많은 단골손님들이 생겼다”며 “영흥화력 발전소와 지역사회가 서로 유대감을 가지고 지금처럼 변함없이 상부상조하는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김 사장은 식당 바로 옆에 저렴하게 펜션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펜션 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석양을 벗 삼고, 아침에는 시원한 칼국수 한 그릇으로 여독을 풀면 이 또한 큰 즐거움일 것이다.
(영흥도 바지락 해물 칼국수, 해오름 펜션 : 032-886-3644)

영흥도는 면적 23.46㎢, 해안선 길이는 42.2㎞이다.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26㎞ 해상에 위치하며 최고봉은 중앙에 솟은 국사봉(127.7m)이다. 원래 명칭은 연흥도였으나, 고려말 익령군이 정국의 불안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온 식구를 이끌고 이곳으로 피신하면서 익령군의 령(靈)자를 따서 영흥도라 칭했다. 영흥도는 영흥화력 본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도서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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