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이사와 감사의 책임
명목상 이사와 감사의 책임
  • EPJ
  • 승인 2016.08.08 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목상 이사나 감사라는 것은 이사의 명칭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회사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자로서, 이사나 감사의 명의를 대여한 자다. 회사법상 이사나 감사는 그 명칭을 가진 것만으로도 제3자에 대해 표시상의 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행위의 책임은 실질적인 이익의 귀속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명의만 대여하고 일정한 보수를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이사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명목이사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다.

통상 지배주주나 대주주가 기업경영에 대한 리스크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명목상 이사를 선임해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실제 경영은 대주주나 지배주주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기업 경영에 따른 회사나 제3자의 손해가 발생랄 경우 실제로 경영행위를 한 지배주주의 책임은 상법 제401조의 2(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의 요건을 갖추는 경우에는 인정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처럼 지배주주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에는 명목상 이사가 책임을 지겠지만, 그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기로 하자(대법원 2015. 9. 10. 2015다213308). 지방에 있는 OO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를 차용해 형식상의 주주나 임원을 등재하는 방법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한 후 그 특수목적법인에게 거액의 대출을 일으켜 그 자금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명의를 빌려준 명목이사와 감사는 월 100~300만원의 보수를 받았으나 실질적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명목 이사와 감사가 보수청구권을 주장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명목상 이사와 감사는 법인인 회사의 기관으로서 회사가 사회적 실체로서 성립하고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으며,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사와 감사로서 권한과 의무를 갖기 때문에 의무위반에 따른 회사와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동시에 명목 이사와 감사는 그 책임을 부담하는 만큼 상법 제388조, 제415조에 따라 정관규정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 따라 결정된 보수청구권을 갖는다. 따라서 민법 제688조 제2항에 따라 수임인인 명목 이사와 감사가 위임사무인 이사의 직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민법 위임에 관한 회사의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업무를 수행하지 않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와 감사는 상법 제399조(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제401조(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제414(감사의 책임)에 따른 책임을 지는 만큼, 보수청구권도 인정된다.

다만 보수액은 직무 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로서 그 이사·감사가 회사에 제공하는 반대급부와 그 지급받는 보수 사이에는 합리적 비례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그 보수가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 현저히 균형성을 잃을 정도로 과다하거나, 오로지 보수의 지급이라는 형식으로 회사의 자금을 개인에게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사·감사로 선임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수청구권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행사가 제한되고, 회사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해 지급된 보수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명목상 이사는 외관법리에 따라 그 책임을 지는 것은 타당하고, 그에 따른 보수청구권도 있다. 회사 기관의 책임은 그 형태가 명목이든 실질이든 부담하지만, 그 책임의 정도나 내용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