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보폭 넓히는 지구촌… 우리 정부·국민 먼 산 보듯
풍력·태양광 보폭 넓히는 지구촌… 우리 정부·국민 먼 산 보듯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06.2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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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온실가스 감축 실행 나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높은데 실행의지 낮은 우리나라… 국민도 무덤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지구. 사랑하는 가족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탐험대의 발걸음이 무겁고 비장하게 느껴진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이 내용은 2014년 개봉돼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넘긴 영화 ‘인터스텔라’의 기본 줄거리다. 올해 연초 재개봉될 만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 바탕에 깔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 196개국은 지난해 12월 파리에 모여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다. 에너지·수송·산업·건축 등 다양한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이 같은 대응책 가운데 가장 실효성 높은 방법으로 꼽히는 게 바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다. 재생에너지 확대 분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고개를 들었다. 파리기후협약은 이런 흐름에 필요성과 당위성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 에너지를 비롯한 환경분야 국제기구들도 연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이란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다소 무리한 수치라는 지적도 있지만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현실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실천에 옮기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대응방안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산업부문 감축여력 확보, 배출권거래제 개선, 제조공정 혁신 등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백화점식 정책 나열뿐이다.

대다수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파리협정을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뒷짐만 지고 있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재생에너지 업계는 국민들의 전력산업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 경제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전력수급 안정화와 기후변화 대응의 두 가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발전원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무조건 반대 민원을 제기하기 보단 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유림 1% 활용 풍력 8GW 건설 가능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를 그나마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전력·에너지관련 기본계획 발표가 거의 유일하다.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5배, 발전량을 4배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육상풍력을 3GW 늘릴 계획이다.

육상풍력 3GW를 건설하려면 앞으로 매년 150MW씩 꼬박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신규로 200MW 이상 늘어난 실적과 비교하면 얼핏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각종 규제로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민원에 발목이 잡혀 사업진행이 더딘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 풍력업계가 국유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적으로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풍력 확대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산림 규모는 약 638억㎡(193억평)다. 이 가운데 32%인 204억㎡가 국유림에 해당된다. 국유림의 1%만 풍력단지 개발에 활용해도 임도가 있다는 가정 아래 8GW 이상의 풍력단지 건설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8%를 풍력으로만 대체하는 셈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어디에다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산림·생태계보호를 이유로 개발을 막고 있지만 풍력에너지는 화석연료 대체효과와 이산화탄소 저감효과, 식목효과 등 국가적 편익이 오히려 더 많다”고 밝혔다.

이젠 풍력 알리고 홍보할 때
최근 풍력단지 개발지역에 묻지마식 민원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우선 전력산업에 대한 대국민 홍보로 이해의 물꼬를 트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는 1887년 건청궁에 전등이 켜지면서 시작됐다. 한국전쟁 이후 전력난 해결의 일환으로 1961년 한국전력(주)가 출범했고, 1981년 공사로 전환된 한전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발전부분을 떼 내고 전력판매와 송·배전만 담당하게 됐다.

1961년 우리나라의 발전설비용량은 426MW에 불과했다. 이후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더니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당시에는 전자·자동차·일반기계 등 조립가공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이들 산업을 뒷받침할 대규모 발전설비 확충에 더 관심이 많았다. 친환경을 이유로 수십 MW 짜리 재생에너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최근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은 10만MW에 육박하면서 1961년 대비 250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사용량은 약 400배 많아졌고, GDP는 약 4,700배나 성장했다. 전력산업과 국가경제성장 간의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이 같이 경제성장과 함께 다양한 산업시설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듣게 되는 생활소음 종류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풍력도 생활소음을 유발하는 산업시설로 전락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풍력단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력산업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냐에 따라 미래 우리 환경은 달라진다.

원전을 확대하고, 석탄발전을 늘리는 과거 전원개발 정책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원자력 알리기에 연간 50억원을 쓰기보다 풍력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홍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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